본문으로 바로가기

청소선·녹조 제거장치 개발 정병건 울산시 주무관

울산 울주군 청량면에 위치한 회야댐은 울산 지역 최대 식수 공급원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5일태풍 차바로 상류에서 내려온 쓰레기와 부유물로 몸살을 앓았다. 수문이 따로 없어 더 이상 하류로 내려가지 못하고 이곳에 집결했기 때문이다. 11월 15일 이곳을 찾았을 때도 댐 곳곳에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 정병건(52) 주무관은 "지금은 대부분 치워진 것"이라며 "처음엔 말할 수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수면이 온통 쓰레기와 부유물로 뒤덮였죠. 지난 한 달여 동안 치운 쓰레기가 3000톤은 될 겁니다. 이제 한 200~300톤 정도 남은 것 같아요."

그에 따르면 지난해처럼 비가 적었을 때는 떠내려오는 쓰레기가 150톤 정도, 비가 많이 왔을 때는 400~500톤 정도라고 한다. 이번에는 예년보다 6~20배 늘어난 셈이다. 예전 같으면 일 년 내내 작업해도 치울까 말까 한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90% 이상 수거할 수 있었던 것은 정 주무관이 개발한 특수선박(청소선) 덕분이다.

 

울산 지역 최대 식수 공급원 위협하던 쓰레기와 부유물
갈퀴 달린 청소선 개발해 수질 정화비용 절약

회야댐을 관리하는 회야정수사업소는 정 주무관이 개발한 청소선 두 대를 이용해 쓰레기와 부유물을 수거한다. 사각형의 선체 앞쪽에 큰 갈퀴 모양의 수거장치가 있어 버튼을 누르면 갈퀴가 자동으로 물에 떠 있는 쓰레기를 들어 올려 배에 싣는다.

정 주무관은 이 청소선을 2009년 개발했다. 그전까지는 인부들이 작은 배에 타고 뜰채와 갈퀴를 이용해 직접 쓰레기를 건져 올렸다. 인부 6명이 두 달 동안 일해야 치울 수 있는 쓰레기양을 지금은 열흘이면 치울 수 있다고 한다.

 

청소선

▶정병건 주무관이 개발한 청소선. 그는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제조업체에 의뢰해 청소선을 완성했다.


"처음 이곳에 발령을 받아서 왔는데, 인부들이 손으로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어요. 한여름에 갈퀴와 뜰채로 일일이 쓰레기를 주워 올리는 게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한 시간만 일해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었고요."

정 주무관은 인부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가두리망을 설치해 쓰레기를 모아보려고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다른 댐에서 사용하는 청소선들을 둘러봤지만 이곳에서 사용하기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대형댐에서는 큰 배에 컨베이어를 설치해 쓰레기를 처리해요. 그런데 그 배는 이동이 느려 쓰레기를걷어 올리는 데만 사용하고, 모은 쓰레기를 다시 작은 배로 옮겨 날라야 합니다. 여기처럼 작은 댐에서 사용하기엔 불편하죠. 댐 규모에 맞는 청소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청소선에 갈퀴를 달아 자동으로 들어 올릴 수 있으면 쓰레기를 건져 올리기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제조업체에 의뢰해 청소선을 완성했다. 3000만 원이 들어간 이 배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절약한 수질 정화비용이 8000만 원에 이른다.

얼마 전에는 울산 사연댐, 부산 회동수원지 관리사무소에서 청소선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 정 주무관은 "회야댐은 규모가 작고 수심이 얕아 처음 생각한 컨베이어 대신 갈퀴를 달고 배 바닥을 평평하게 했다"며 "현장에 적용할 수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정병건 주무관은 11월 7일 열린 제40회 청백봉사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청백봉사상은 행정자치부가 청렴과 봉사로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는 2014년 물에 뜬 녹조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녹조 제거·억제장치도 개발했다. 물을 정수장으로 공급하는 치수문 주변에 심층수를 끌어 올리는 장치를 설치해 저온의 물로 표면에 뜬 녹조류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장치로 지난 2년간 3600만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지난해에는 조류 증식을 막는 물 순환 유도장치를 제안해 예산 편성을 기다리고 있다.

 

수질 정화 위해 연꽃 등 심어 생태학습장으로도 개방
지역주민들 불편함 덜어주는 데 보람 느껴

배를 설계하고 녹조를 제거·억제하는 기계를 만들었지만 정주무관은 원래 기계나 선박, 생물에는 문외한이었다. 대기업에서 12년 동안 전기기술자로 일하다 1995년 뒤늦게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부터 이곳 회야정수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댐 관리, 수질 관리를 더 잘하기 위해 늘 고민하면서 이런 아이디어들을 떠올린 것이다. 수질 관리와 생태탐방 안내, 인공습지 관리, 순찰·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댐을 잘관리하기 위해 2013년엔 소형 선박 면허도 취득했다.

정 주무관은 울산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 제고와 ‘생태환경도시 울산’을 알리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연꽃이 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매년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들에게 회야댐 생태학습장을 개방하고 있다. 2012년 문을 연 이후 1만2600여 명이 다녀갔다.

"수질 정화를 위해 습지에 연꽃 등 수생식물을 심었는데, 그게 너무 예쁜 거예요. 이렇게 좋은 공간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또한 주변 20여 개 축산농가와 인공습지 내 갈대 무상 수거 협약을 맺어 연간 3300만 원의 예산을 아꼈다. 정수사업소는 말라죽은 식물을 제거해 수질을 좋게 하고, 농가는 이를 사료로 쓰는 일석이조 효과를 봤다.

 

일러스트

▶일러스트·전희성


정 주무관은 지역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댐 수몰지역주민들을 병원이나 버스정류장에 모시고 가는 등 늘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피고 돕는다. 댐 하부 양동·양천마을 마을회관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주민들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한 달에 두세 번은 노인전문병원과 양로원을 찾아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고 청소를 돕는 일도 빠뜨리지않는다. 인근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고향에 계신 부모님 같아서 마음이 더 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10년 동안 회야댐을 관리하며 이 지역에 애착이 생겨 주민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받은 우수제안 우수상, 공무원 제안 노력상의상금을 지역 복지원과 마을회관에 기부했다는 그는 이번에 받은 청백봉사상 상금 역시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시민이 마실 물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지킨다는 보람으로 일한다"고 말하는 그는 공무원의 표본이었다.

 

글· 최호열(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16.11.21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