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북촌에는 파란 인력거가 있다. 2013, 2015년 두 차례나 ‘창조관광기업’에 선정된 아띠다.
국내 인력거 문화를 선도하며 새로운 관광 영역을 열어가는 청년들 ‘아띠’의 백시영 대표를 만나봤다.

ⓒC영상미디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 북촌의 골목을 파란 인력거가 누빈다. 라이더(인력거꾼)는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부지런히 북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손님은 인력거에 몸을 싣고 경복궁과 창덕궁, 청계천과 종로를 만끽한다. 빠르게만 돌아가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이 새롭게 다가온다.
파란 인력거는 국내 최초 인력거 관광회사 ‘아띠’에서 운영하고 있다. 청년들이 주를 이루는 아띠는 ‘좋은 친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인력거를 타는 손님도 이를 지켜보는 나들이객도 이색적인 광경에 즐거워한다.
2012년 시작된 아띠는 청년 이인재 씨가 창업한 회사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증권회사를 다니던 그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할 만한 서울의 놀잇거리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보스턴에서 인력거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을 떠올렸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인력거라는 단순한 소재로 만남을 갖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던 것이다. 서울에도 관광 인력거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도전으로 이어졌다.
초기의 아띠는 인력거 2대와 라이더 2명으로 출발했다. 주변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결과 아띠는 인력거 20대, 라이더 35명을 보유하게 되었고 2016년 1만 8000여 명의 관광객이 아띠를 찾았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지원사업 대상을,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창조관광인증을 받았다. 지금의 아띠는 2014년 라이더로 합류한 백시영(32) 대표가 맡고 있다.
매일 살던 동네에 ‘여행 온 기분’ 느끼게 해줘
35명의 라이더는 각자의 개성으로 서울을 소개한다. 따라서 손님은 어떤 라이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서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미술을 좋아하는 백시영(케빈) 대표를 만나면 서울 곳곳의 미술관을 방문하게 된다. 식물에 관심이 많은 김학송(헉) 라이더와 함께하면 북촌 일대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에 대해 알게 된다.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이재혁(팅키) 라이더를 만나면 틈새 맛집을 경험할 수 있다. 라이더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명소에 인력거를 틈틈이 세우고 안내한다.
“인력거를 타면 손과 발이 자유로워져요. 시선이 바뀌고 하늘을 보게 되죠. 평범한 모습을 이색적인 눈높이에서 보는 거예요. 무엇보다 인력거에는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어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죠.”
백시영 대표는 인력거의 매력으로 휴머니즘을 꼽는다. 서울 서촌 일대에서 30년을 살던 아주머니가 백 대표의 손님이 된 날이었다. 가만히 인력거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던 손님이 내뱉은 첫마디는 “여행 온 기분”이었다. 매일 오가던 동네를 다른 시각에서 속속 들여다보니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 손님이 살아온 서촌과 살아갈 서촌은 인력거 관광을 기점으로 달라지게 되었다. 근사한 일상을 선물했다는 생각에 백 대표에게도 인상적인 경험이 됐다.
볕이 좋은 어느 날, 이진영(마린) 라이더는 부녀(父女)를 태웠다. 한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아버지를 위한 딸의 이벤트였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도 오랜만의 나들이에 즐거워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부녀는 북촌 곳곳을 다녔다. 라이더도 평소보다 더 열심히 달렸다. 며칠 뒤 그 딸에게 문자가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즐거운 기억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외출이었다. 라이더 마린은 눈물을 훔쳤다.
이와 같이 아띠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지양하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인력거 관광 문화를 창조하는 과정에 기여하려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백 대표가 말하는 아띠의 라이벌은 ‘경복궁’과 ‘난타’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에게 경복궁, 난타를 추천하듯이 인력거를 권하는 것, 인력거를 관광의 우선순위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야말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란다.
라이더들의 문화도 눈에 띈다. 쭌쭈, 모모, 피터, 미아, 르네 등 라이더들은 이름보다 별칭을 사용한다. 이는 나이, 연령, 지위 등에 구애받지 않기 위함이다. 라이더는 단체로 도시를 누빌 때가 있어 호흡이 중요하다. 수평적 문화 덕분에 다양한 연령대의 라이더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게 됐고, 이는 안전한 운행에도 반영이 됐다.

▶최근 북촌에는 한복 체험을 하며 아띠 인력거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즐거워야 내 일이다(You Only Live Once)!’
얼마 전부터 아띠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목표 자금이 마련되면 인력거를 확충하고 온라인 소통을 강화하며 광고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북촌, 서촌, 정동, 명동에서 홍대(서교동), 연남동 일대로 노선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주변에서는 또다시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처음 시작 때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백 대표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계속 해봐야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인력거로 지금에 이르렀잖아요? 4년 전에도 실패할 거라 했지만 아띠는 계속 크고 있습니다.”
그랬다. 모두가 인력거의 경쟁력을 낮게 평가했다.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아띠 인력거는 어느덧 북촌의 명물이 됐다. 그런 걱정에 굴하지 않고 일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삼 파란 인력거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즐거워야 내 일이다(You Only Live Once)!’ 아띠의 청년들은 힘들지 않다. 북촌에 가면 즐거운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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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