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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 유기견 참상은 상상 그 이상

어두운 골목, 그곳을 나와 열심히 달려보지만 도시는 여전히 온통 회색빛. 도로엔 경적을 울리며 위협하는 차들, 거리엔 아무리 뒤져도 먹을 것 없는 쓰레기 더미만 가득하다. 깜짝 놀라 피하는 사람들, 코를 막고 불쾌해하는 사람들, 발길질로 위협하는 사람들…. 홀로 남겨진 세상은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버려진 개들의 이야기. 뮤지컬 ‘더 언더독’은유기견의 시선에서 그들의 삶을 부르짖는다. 단속에 걸려 유기견보호소에 버려진 투견 ‘진(진돗개)’, 군견으로 살았으나 ‘용도 폐기’된 ‘중사(셰퍼드)’, 강아지공장의 모견으로 살며 미쳐버린 ‘마티(마르티스)’와 공항 트렁크 속에 담겨 버려진 ‘쏘피(푸들)’까지. 매년 10만 마리 이상 발생하는 유기견 가운데 이들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이 있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방영된 ‘더 언더독’ 시리즈를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은 실화를 바탕으로 약4년간의 작업을 거쳐 뮤지컬을 내놓았다. 버림받은 개들의 이야기 속엔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비극이 숨어 있다. 유병은 감독과 주인공 ‘진’을 연기한 배우 김준현을 만나봤다.

 

유병은 감독, 실화 바탕으로 4년간 작업
"작품통해 소외된 모든 존재 관심 갖길"

Q 유기견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창작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유기견의 이야기를 다룬 방송을 보았다. 창작이기에 무엇보다 새로운 소재를 찾는 일이 관건이었는데, 이를 무대화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공연 쪽에선 유기견을 소재로 한 작품이 없었던 것은 물론 마음 아프지만 인간이 알아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뮤지컬 장면

▶뮤지컬 ‘더 언더독’은 다양한 사연으로 버려진 유기견들의 이야기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뒤 투견이 되었으나 다시 유기견보호소에 오게 된 ‘진’이 다른 개들을 위협하는 장면. ⓒ뉴시스

 

Q 어떤 방법을 통해 개의 생각과 감정을 유추했나

"방송 내용을 모티브로 했지만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인간이 개를 대변해야하기에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제작진과 배우 모두 유기견보호소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유기견을 보면서 우리가 무대에서 보여주려 하는 이야기가상상 이상으로 아픈 현실이라는 것을 통감했다. 일례로 용도 폐기된 군견 ‘중사’의 이야기는작품 속에서 인간에게 충성을 다해온 신념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중사의 상황과 감정을 관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배우와 제작진이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며 여러 번의 대본 수정작업을 거쳤다."

Q 자칫 뻔하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인데

"유기견보호소에 있는 개들의 사연은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작품은 개들의 사연을 묘사하는 데치중하기보다는 그들의 고통과 현실을 담아내는 데주력했다. 각 캐릭터의 사연은 견종의 특성,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각색하기도 했다."

Q 동물이 주인공인 작품,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지난해 ‘더 뮤지컬어워즈’ 음악감독상을 수상한 이성준 감독이 참여하는 등 노래를 통해 각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투견이었던 ‘진’이 부르는 ‘살고 싶다(내가 선택할 삶, 너와 내 삶을 위해 살고 싶다, 살아 있고 싶어, 진짜 나로 살아나고 싶다)’와 ‘운명의 덫(구역질 나는 피 냄새, 빌어먹을 운명의 덫, 얼마나 싸우고 또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을까)’은 가사에 집중해 들으면 개들의 심정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장면

▶배우들이 식사시간을 앞두고 기분 좋아진 유기견의 모습을 춤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뉴시스

 

Q 포스터 속 ‘버림받은 개들에게서 마주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버려진 유기견 이야기는 우리 삶과 맞닿는 부분이 많다. ‘진’은 유기견보호소에 온 후에도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 돼’라고 말하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티’는 동료들에게 ‘나 좀 죽여줄래’라며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 ‘할배(골든리트리버)’는 인간을 미워하는 대신 운명을 받아들이고 ‘우린 주어진 걸로만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유기견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존재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외면하고 있던 약하고 소외된 존재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배우 김준현, 버림받은 투견 ‘진’ 연기
개 외양 묘사보다 감정 전달하는 데 집중

Q 배우들은 개의 외양 묘사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다

"처음에 이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분장을 어떻게 하냐’, ‘개처럼 기어다니고 짖느냐’는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작품에서 의상이나 일부 춤 동작을 제외하면 특별히 개를 표현하기 위한 부분은 크게 생략됐다. 대신 배우들은 개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대사의 호흡이나 표정, 모션 등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관객에게 더강렬한 인상을 줄 거라 생각했다."

Q 동물의 시선으로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듯하다

"‘진’은 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유기견이라는 존재를 통해 그것을 표현한다는 생각으로 충실히 대본을 연구했다."

 

김준현과 이태성

▶주인공 ‘진’ 역할을 맡은 배우 김준현(왼쪽)과 이태성. ⓒ뉴시스

 

Q 자신이 연기해야 하는 유기견들을 실제로 보았을 때 어땠나

"방송과 대본으로만 접한 유기견들의 모습을 보호소에서 직접 마주했을 때, 현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은 저마다 사람에게 보이는 반응이 달랐다. 실제 작품 속에 반영된 이야기이기도 한데, 안락사를 앞두고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사람들을 반기는 개가 있었다. 무척 안타까웠지만 가슴 아픈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

Q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진’, ‘중사’, ‘마티’ 등작품 속 버려진 개들은 단 한순간이라도 제대로 살아 있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이들이 왜이렇게 살고 싶어 하는지 주목해서 공연을 본다면 더 큰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 아픈 이야기이지만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만 한다. 관객들이공연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유기견 보호와 입양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

공연 장소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64 유니플렉스 1관

공연 날짜 2017년 2월 26일까지

출연 배우 김준현, 이태성, 김법래, 김보강, 정재은 등

문      의 (주)Story P (1522-6561)

※ 공연 티켓 1장 판매 때마다 100g의 사료가 자동 기부되며, 공연장에서는 반려견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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