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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랑채서 ‘작은 결혼식’ 올린 김다정·김병석 부부

수화기 너머로 소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김다정(27)·김병석(28) 씨 부부는 인천공항 근처 카페에 와 있다고 했다. 필리핀 세부로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 5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신혼여행은 지금에야 떠난다. 이유는 남편 병석 씨가 이날 군에서 전역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두사람은 병석 씨가 전역하기 3개월 전 군인 신분일 때 식을 올린 거다. 이른 나이에 결혼한 이유를 묻자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것 같아서"라는 닭살스러운 대답을 전해왔다. 속도위반으로 ‘혼수’를 미리 마련한 것이 아닐까 했던 생각이 멋쩍었다.

 

주변 만류에도 굳건한 믿음으로 군인과 결혼
"돈이나 집은 결혼 후 함께 마련해도 충분"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년 전. 그러니까 병석 씨의 군 입대와 거의 동시에 연애가 시작됐다. 병석 씨는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다시 한국에 들어와 1년가량 직장생활을 했고, 이 때문에 군입대가 늦어졌다. 그러나 군대는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랑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보통 군인들은 연인과의 관계에 대해 불안해하기 마련이지만, 다정 씨는 병석 씨가 걱정 없이 군생활을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내조를 해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내와 연애하면서 이토록 나를 이해해주고 포용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어요. 영원히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예요. 평생 주고받고도 남을 만큼의 편지가 오가면서 사랑 표현도 많이 하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죠. 군대에선 저녁 10시 이후에는 전화 통화를 할 수없으니 싸우고 나서도 최대한 빨리 대화를 통해 화해해야 했던 점도 한몫했고요." 그러나 다정 씨의 친구들은 "왜 군인과 결혼하느냐", "제대하면 남자 마음이 바뀔 거다"라는 등의 말로 그녀를 만류하며 나중에 사회적으로 자리 잡고 경제적 기반도 갖춰졌을 때 결혼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다정 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전역 후에도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크게 나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고, 돈이나 다른 조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부부 중 남자가 경제적인 부담을 더 많이 지는 게 현실. 전역 후 복학할 것인지, 다니던 회사로 돌아갈 것인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병석 씨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는 "직업엔 귀천이 없고 세상엔 먹고살 수 있는 일이 많다. 대학은 무조건 졸업해야 한다는 기준도 모두가 따를 필요는 없다"며 "결혼은 두 사람이 미래를 약속하는 것인 만큼 사회적 기반은 결혼 후 함께 만들어가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결혼식

▶올해 5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린 김다정·김병석 씨 부부는 “결혼은 두 사람이 미래를 약속하는 것인 만큼 사회적 기반은 결혼 후 함께 만들어가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김다정·김병석

 

두 사람은 올해 5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작은 결혼식을올렸다. 병석 씨 아버지의 제안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부모님에게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쓰면서 결혼식은 두 사람의 힘만으로 하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주변 사람들의 결혼식을 보며 30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결혼식 자체에 대한 로망보다는 현실에 먼저 눈을 떴다. 두 사람은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결혼하면서 남들처럼 결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부모님 손을 빌리거나 축의금으로 결혼비용을 갈음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우리가 부부가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화려한 결혼식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 손 빌리지 않고 청와대 사랑채서 ‘작은 결혼’
"당장은 처가살이 해도 장모님 술친구 될 수있어 기뻐"

청와대 사랑채 결혼식은 여성가족부의 ‘작은 결혼식’ 운동의 일환으로, 정부는 검소하고 의미 있는 혼인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예식장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작은 결혼식의 혼례비용은 부모 지원 없이 스스로 마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하객은 양가 각각 100명 내외로 제한해 허례허식을 금지한다.

두 사람은 남들이 결혼식에 들이는 비용의 반만 투자했다. 다정 씨는 웨딩 플래너인 친구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메이크업을 받았고, 결혼하고 나면 비상금 찾을 때나 보게 된다는 결혼 앨범은 애초에 만들지 않았다. 다만 식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 만큼 드레스에는 조금 더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주례는 양가 부모님의 덕담으로 대신했고 예물은 두 사람의 반지가 전부였다. 폐백은 시원하게 생략했고 예단도 일절 준비하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어린 친구들이기특하다"면서 격려했다. 그래도 생애 한 번뿐인 결혼식. 다정 씨는 여자로서 작은 결혼식이 서운하진 않았을까.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친구가 직접 식장의 꽃을 장식해준 덕에 공공기관에서 결혼한다는 느낌보단 하우스웨딩 같았어요.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싸이의 노래로 축가도 신나게 불러줬죠. 하객들도 덕분에 청와대 구경을 해본다며 좋아하셨어요. 많은 사람을 초대하지 못한 부분이 죄송하긴 하지만요."

두 사람은 부산에 집이 있지만 병석 씨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다정 씨의 서울 친정집에 머물 계획이다. 처가살이가 불편할 법도 하지만 병석 씨는 술 못하는 딸 대신 장모님의 술친구가 돼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특히 결혼 후 집 마련과 관련해서는 "무조건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집 때문에 예비부부들이 부담을 안 가졌으면좋겠다. 결혼이 집이나 혼수 같은 경제적인 문제로 비치는 게 안타깝다. 그런 것은 결혼 후 차근차근 마련해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미래를 함께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만큼 너무 많은 걸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덧붙였다.

다정 씨는 "왜 이렇게 결혼을 일찍 하느냐"고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어차피 할 결혼이라면 빨리 하세요. 이것저것 재다 좋은 사람 놓치지 않으려면요. 평생 내 편이 돼줄 사람이라면 하루빨리 내곁에 둬야죠!"

 

보건복지부, 새로운 결혼문화 캠페인 전개
‘참견 대신 응원으로, 눈치 대신 존중으로’

보건복지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함께 신랑·신부 두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결혼문화를 확산시키고자 지상파 TV, 극장 등의 매체를 통해 ‘둘이 하는 결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결혼을 둘러싼 주위의 눈치와 간섭이 결혼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홍보 영상은 상대방의 경제력 비교, 신혼집·결혼식 규모 등 청년들이 결혼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참견을 경험하는 다양한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해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 네이버 해피빈(event.happybean.naver.com/newfamily_wedding)에서는 결혼문화 개선 캠페인 ‘참견 대신 응원으로, 눈치 대신 존중으로’를 펼치고 있다. 누리집에서는 결혼 상대자, 집, 예물과 예단, 자녀계획 등 결혼 준비 과정에서만나는 고비에 올바른 대처법을 퀴즈로 풀어보는 ‘나의 가상 결혼 원정기’, 카드로 알아보는 2030 결혼 세태, 결혼에 대한 로망 혹은 결혼 이후 더 좋아진 점 댓글로 남기기 등의 이벤트를 진행한다. 캠페인에 참여하면 네이버가 콩스탬프를 지급하고, 이를 통해 모아진 기금은 불우이웃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글 · 조영실(위클리 공감 기자)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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