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심청'은 진정한 효녀일까?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져 아버지가 눈을 뜨게 되더라도 아버지에게 죄책감을 줄 것이므로 이는 무모한 행동입니다."
"심청이 자신을 희생한 것은 아버지의 마음을 일부러 아프게 하려고 한 행동이 아닙니다. 어린 심청은 아버지가 죽기 전 한 번만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낸 효녀입니다."
탕 탕 탕! "최종 판결하겠습니다. 심청이는 효녀입니다!"
재판이 열린 곳은 지난해 인천 부평서여중. 학생들은 국어시간에 고전소설 <심청전>을 읽은 뒤 '심청이는 효녀일까'를 주제로 모의재판을 열었다. 재판장 역할을 맡은 정효빈 학생은 수업 후에 판사의 꿈이 더 확고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수업시간에 즉석에서 판결을 내리려면 사전에 공부가 필요했어요. 친구들이 대본 짜는 것을 도와주고 어떤 의견이 더 타당한지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모의재판을 해보고 나서 나쁜 사람들을 벌하고 억울한 사람들을 돕는 현명한 판사가 꼭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같은 학생 참여형 수업은 '꿈과 끼를 찾아주는' 자유학기제의 핵심이다. 부평서여중은 지난해 시범운영학교로 지원해 1학년을 대상으로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유학기제를 운영했다. 설레는 표정으로 지난 경험을 떠올린 정효빈 학생은 "자유학기제를 한 학기 동안만 하는 것은 너무 짧다. 1년 정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1년으로 늘리면 안 되나요?” 인천 부평서여중 2학년 정효빈 학생은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학교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교사가 직접 개발한 수업 학생이 선택해 수강
부족한 과목에 흥미 붙이고 새로운 취미도 발견
이 학교 교사들은 '1교사 1브랜드'를 모토로 직접 자유학기제 수업을 개발했다. 학생들은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기 전에 각자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이유와 각오를 쓰는 'Pre-자유학기' 활동을 했다. 효빈 양은 평소 좋아하는 과학실험, 댄스 수업과 함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영어 실력을 보충하기 위한 영어 연극 수업을 선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영어 연극이에요. 영어로 대본을 짜는 것에서부터 소품 준비까지 학생들이 직접 준비하고 한 학기 내내 연습해 학기 마지막에 공연했어요. 영어를 잘 못해서 이 수업을 신청한 건데 연극을 통해 영어에 흥미도 붙이고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다양한 표현도 배울 수 있었어요. 과학실험 활동도 의외로 인기가 많았어요. 망고주스로 캐비어 만들기, 형광물질로 팔찌 만들기 등 선생님께서 재미있는 실험을 많이 준비해주신 덕분이에요."
자유학기제 이후 정효빈 학생에게 나타난 또 다른 변화는 독서에 흥미를 붙이게 됐다는 것. 평소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는 그는 이젠 수학만큼 국어를 좋아하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그 계기가 된 것 역시 자유학기제 활동이었다.
"부평아트센터에 견학을 갔을 때 배우 분께서 안도현 시인의 '연어'를 읽어주셨어요. 평소 국어시간에 친구들이 그야말로 '국어책 읽듯' 했을 때는 와 닿지 않았는데 배우의 생생한 표현으로 시를 들으니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 뒤 책을 읽는 게 무척 좋아졌어요. 이런 제 모습을 보며 엄마도 자유학기제가 좋은 취미를 만들어줬다며 아주 좋아하세요."

▶정효빈 학생과 표혜영 교감. 표 교감은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뒤로 선생님들이 학생을 야단치는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군림하는 선생님이 사라지니 아이들의 자존감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말했다.
선생님 대신 학생들이 이끌어가는 수업 변화
줄 세우기 대신 인성교육 집중하니 학교폭력도 감소
양애란 진로상담교사는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체험한 올해 2학년 학생들의 상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꿈이 없어서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꿈을 찾을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털어놓던 아이들의 발길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 진로교과실에서 진행하던 진로수업을 이제는 모든 수업에서 대신해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효빈 양은 달라진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로운 듯 말을 이었다.
"외교관이 되겠다던 친구는 과학실험을 한 뒤 과학수사관이 되고 싶대요. 근데 조만간 또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할 것 같아요. 확실한 꿈 하나를 정하는 것도 좋지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아졌다는 게 더 좋은 거 아닐까요?"
자유학기제는 토론·활동 중심의 프로그램, 매시간 반을 이동해 듣는 수업, 많은 외부 체험활동으로 지나치게 산만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그러나 효빈 양은 수업의 집중도가 높아진 것을 자유학기제 이후의 가장 큰 변화로 꼽는다. 집중도가 높아진 이유는 수업의 중심이 선생님에서 학생으로 완전히 옮겨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반에 엄청 얌전한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스스로 손을 들고 발표를 하는 거예요. 다들 '어머 쟤 봐라~' 그랬어요. 자유학기제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에게 한 번씩 발표하도록 했는데 그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자신감을 얻었어요. 일반학기제로 돌아온 지금도 우리 반 애들은 다 발표에 적극적이에요. 답이 정해져 있는 수업은 싫어요.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요. 발표를 잘하려면 수업도 더 열심히 들을 수밖에 없어요."
이에 대해 표혜영 교감은 "교사 스스로가 변해서 학생이 수시로 질문하고, 자유롭게 답하고,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는 수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표 교감은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뒤로 선생님들이 학생을 야단치는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군림하는 선생님이 사라지니 아이들의 자존감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가 자유학기제를 통해 내세운 모토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시험 성적에 따라 줄 세우기를 하는 대신 개인의 자존감을 찾아주는 인성교육에 많은 공을 들였다. 월요일은 인성교육으로만 자유학기제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던 6명의 학생은 학업 중단 없이 원활하게 학교생활을 해오고 있다.
"지나치게 나서는 성격 탓에 아이들이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자기 차례를 친구에게 양보할 줄 알더라고요. '나스타(나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합니다)' 활동을 통해 변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자유학기제에는 다 같이 하는 활동이 많아 계속 이야기하고 서로 배려해야 하니까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친언니가 다른 학교에 다니는데 그 학교는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해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나면 우리 학교처럼 분위기가 좋아질 거라 믿어요."
정효빈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학교가 앞으로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더 바랄 게 없다."
"인·적성 검사를 통해 장점으로 리더십이 강하다는 점, 단점으로 게으르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이후로 주말에도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요. 아직까지는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데 계속 노력은 해볼 거예요. 제가 누군지 알려주고, 제 꿈을 더 크게 키워준 자유학기제. 이제 한 학기 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을 제가 잘 실천할 일만 남았어요!"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 김성남 기자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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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