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자유학기제가 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되고 있다.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토론, 실습 등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기제. 그러나 자유학기제를 처음 접하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마냥 기대에 부푸는 것만은 아니다.
'자유학기제야 말로 실력 향상의 호기'라며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학원 전단지를 볼 때마다 내 아이만,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마음 졸이는 경우도 많다. 이미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학부모와 학생, 전문가가 '새내기'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기 위해 나섰다.
시범학교로 선정돼 3년 동안 자유학기제를 운영해왔으며, 학부모지원단과 학교의 협력이 잘 이뤄지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는 경기 안산시 신길중학교에서 대담이 이뤄졌다.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특임지원센터장과 신길중학교 전 학부모지원단장 홍현미 씨, 2학년 정종운 학생, 자유학기제를 앞두고 있는 학부모 김주옥 씨와 1학년 김해솔 학생, 그리고 진로 상담을 맡고 있는 안수경 교사가 자유롭게 자유학기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경애 자유학기제특임지원센터장과 안산시 신길중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이 자유학기제 대담이 끝난 뒤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담 참가자
진행 :

김경애(자유학기제특임지원센터장)
참여 :

안수경(진로상담 교사)

홍현미(학부모, 전 학부모지원단장)

김주옥(학부모, 자유학기제 미체험)

정종운(2학년, 자유학기제 체험)

김해솔(1학년, 자유학기제 미체험)
김경애 센터장 안녕하세요.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내가 알고 있는 자유학기제'에 대해 한마디씩 이야기 나눠볼까요?
김주옥 저는 아직은 정확히 와 닿지 않아요. 아이들이 선택한 직업군에 대해 직접 나가서 체험해보는 정도로 알고 있어요.
김해솔 공부보다는 꿈에 대해 알아가고, 꿈을 찾는 시간으로 알고 있어요!
홍현미 저에게 자유학기제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시험 성적에만 관심을 두고, 제 꿈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제 꿈과 아이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된 거죠.
정종운 저는 원래 수학에 관심이 많아서 자유학기제 선택 프로그램으로 프리즘 수학 프로그램을 선택했는데, 수학을 재미있고 더 깊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 환경 분야 체험도 하고 싶어 녹색학교 만들기반에 참여했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환경 분야로 진로를 찾아보는 계기도 됐어요.김경애 센터장 중학교에 입학해 자유학기제를 한다고 하니 각각 생각이 어때요
김해솔 먼저, 시험을 안 본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요.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드니까요(웃음).
김주옥 취지는 좋지만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이게 단발성으로 끝나고 또다시 일반 교육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면, 괜히 공부하기만 힘들어지고 아무 효과도 없을까 봐서요김경애 센터장 이건 직접 경험자가 가장 잘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종운이 학생, 자유학기제 마치고 이제 2학년이 됐는데 학교생활이 많이 달라졌나요?
정종운 2학년이 되면 수업이 예전 방식과 동일해요. 자유학기제 때 했던 체험학습 등은 모두 접어두고 일반 교과과정에 적응하고 있어요. 자유학기제를 했다고 해서 엄청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거나 하지는 않는데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 달라진 점 같아요.
김경애 센터장 네, 자유학기제가 체험 활동과 진로 활동을 많이 한다는 정도만 학부모에게 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자유학기제는 학교 수업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우리가 기존에 많이 봐왔던 지필고사를 위해 지식을 전달하고 암기하던 수업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토론하고 실습·실험하며 진짜를 알아가는 것이 핵심이죠.
정종운 맞아요. 1학년 1학기 때는 늘 발표하던 사람만 발표를 했는데, 2학기 때는 모둠 토론도 하고, 실험도 하니 다 같이 배워갈 수 있었어요. 흥미도 찾고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홍현미 초등학교 때까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어떤 아이'라고 선을 긋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느낀 일이 있었죠.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한다고 알려져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자유학기제 때 과학 관련 수업에 들어가보니 제가 알던 그 아이가 아니더라고요. 눈빛부터 완전히 달랐어요. 건담을 완전 집중해서 조립하는데 프로가 따로 없더라고요. 결국 그 아이는 제작 과정의 리더가 됐죠. 이렇게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김주옥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의 적성을 찾는 계기가 됐다는 말씀이세요?
홍현미 네, 그리고 아이들의 적성뿐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아이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면모를 살필 수 있는 계기도 되는 것 같아요.
김주옥 그런데 학부모지원단은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요. 저도 이제 슬슬 준비도 해야 하고요.
홍현미 학부모들의 재능 기부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각자 잘할 수 있는 재능을 활용해 아이들의 교육을 도와주는 도우미 역할을 해요. 그런데 여기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발굴하기도 하죠.
김경애 센터장 신길중학교는 학부모들의 열정도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홍현미 맞아요~. 지난해 녹색환경만들기 학생들을 인솔하는 학부모 15명은 16주차 수업을 위해 안산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연수를 받기도 했어요. 그리고 파워포인트(PPT) 자료까지 꼼꼼히 준비했죠. 또 수업시간이 45분인데 혹시 시간 조절을 못 할까 봐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보기도 했죠. 아이들이 재미없어할까 봐 수업 개그까지 준비했고요.
김주옥 그런데 학부모지원단이 하는 프로그램과 학교 내 자체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건가요?
홍현미 보통은 선생님들이 하는 프로그램을 학부모 지원단이 도와주고요. 학부모가 직접 프로그램을 발굴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저도 아이들 교육인데 전문 강사가 해야 하는 부분을 학부모가 하면 효과가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겪어보니까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우리(학부모)잖아요. 그들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들을 진정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학부모더라고요.
김경애 센터장 맞습니다. 최고의 강사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고들 하죠. 그런 점에서 아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겠죠.
안수경 교사 학부모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원래는 성적 등 하나의 잣대로만 아이를 보니 걱정되고 불만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해요. 그런데 자유학기제를 통해 아이를 보면 아이의 적극적인 모습 등 다른 좋은 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도 좋지만 학부모들도 아이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아이가 원하는 분야를 찾고 집중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 같습니다.
김경애 센터장 해솔 학생은 엄마나 다른 친구 엄마들이 선생님처럼 자유학기제에 참여하면 어떨 것 같아요.
김해솔 아무래도 친구 엄마니까 더 호감이 생기고 편하기도 해서 좋을 것 같아요.
김경애 센터장 선생님이 느끼시기에는 어떤가요?
안수경 교사 저희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모두 자유학기제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요. 정말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시민단체기관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전 교육을 받고, 학부모들끼리 수없이 연구해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고요. 한 학기 진행되기 때문에 물리적 한계는 있지만 진로적성체험을 30~40%는 경험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주옥 그런데 사실 시험도 보지 않고 교과 공부시간도 줄어들어 2학년 때 아이들이 다시 공부를 잘하게 될까 궁금한데, 어때요?
홍현미 저도 처음에는 걱정이 됐는데, 오히려 아이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원을 다니기 싫어했던 아이가 자기 입으로 학원을 가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이유를 물으니, 자기가 하고자 하는 꿈이 있어서 스스로 한번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아서 성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이에게 목표가 생겼으니 잘될 거라고 믿어요.
정종운 맞아요. 저도 예전에는 공부를 엄마가 시키니까 하는 편이었는데, 이제 수학이 더 재미있어요. 그리고 환경 쪽 전문가에도 관심이 생기고, 꿈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경애 센터장 선생님이 볼 때 자유학기제를 마친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실제 학교에서 어떤가요.
안수경 교사 아직 연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주도성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선생님들도 함께 열심히 해야겠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요.
홍현미 엄마가 잔소리하기 전에 공부하겠다는 건 정말 큰 변화죠(웃음).
김경애 센터장 실제로 자유학기제의 모델인 아일랜드의 예만 봐도 학생의 지필고사 결과가 더 좋게 나오기도 합니다. 주도성 덕분이죠. 하지만 자유학기제의 본질은 아이들이 정말 세상에서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에요. 지필고사라면 예를 들어 신문에 들어가야 할 내용, 육하원칙을 골라내는 능력을 키웠겠지만, 자유학기제에서는 기사나 글을 직접 쓰면서 육하원칙을 배우겠죠. 그것이 자유학기제의 차이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경애 센터장 자유학기제가 한국에서 뿌리내린 지 3년이 됐습니다.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보완할 점들도 많겠죠.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할까요?
홍현미 학생들이 잘 체험할 수 있는 경험 거리가 더욱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240명이나 되는데 아직은 선택의 폭이 좁아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고, 또 선생님만으로는 프로그램 운영이 힘드니까 학부모들의 도우미 품앗이도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정종운 먼저 저는 학생에게는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그냥 노는 시간으로만 생각하거나 게을리 참여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김해솔 그리고 자유학기제에 대해 저는 아직 잘은 모르는데요. 선생님이나 학교 선배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직업이나 꿈을 위해 체험하면 좋을 프로그램 등을 추천해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김경애 센터장 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유학기제는 교육의 제 모습을 찾는 과정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은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는 경험을 하고, 교사는 수업과 평가에서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며, 학부모 더 나아가 지역사회 주민들이 차세대를 키우는 데 협력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자유학기제가 교육의 본 모습을 실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모두 한번 파이팅해볼까요?
모두 자유학기제~ 파이팅!
자유학기제 Q&A | 김경애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장
"자유학기제는 미래에 필요한 역량 키우는 혁신
초등 및 고등학교 교육으로 연계·확산 필요"
Q.자유학기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 운영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Q.자유학기제지원특임지원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자유학기제라는 정책을 위해 발전 단계별 모형을 구안하고 성과와 과제를 지속적으로 분석해서 더 나은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과제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정책이 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관련 자료 개발, 컨설팅, 연수, 정보망 운영 등을 실행합니다.
Q.자유학기제로 사교육이 확대되지는 않을지, 자유학기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있는데요.
실제 자유학기제가 정착된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에게서 단순한 지식 암기를 넘어서서 미래에 필요한 역량(창의력, 협동력, 인성 등)이 길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로탐색 역량이 키워져 자유학기제 이후 명확한 동기를 가지고 배움에 임하게 된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Q.올해부터 중학교에서 전면 실시됐는데, 어떻게 운영되나요.
자유학기제는 교육과정과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과정은 교사 주도형에서 학생 주도형으로 바꾸고, 평가는 성취 결과에 대한 지식 위주의 총괄평가에서 과정 중심의 형성평가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오전에는 기본교과로 이뤄진 공통과정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진로탐색, 주제 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활동 등의 자유학기 활동에 참여합니다.
Q.한국 교육에서 자유학기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합니다.
자유학기제는 단순히 체험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조망을 토대로 기계나 인공지능과 차별화된,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선회하겠다는 교육 혁신 시도입니다. 산업시대에서 한국 사회의 성공은 교육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미래 사회에서도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교육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Q.앞으로 자유학기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뭔가요.
현재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자유학기제가 운영되지만 이것이 단계적으로 학년으로, 중학교급으로, 더 나아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육으로 연계되고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고입·대입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학력'에 대한 인식이 변화돼야 하며, 차세대를 키우는 교육을 모두의 일로 인식하고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글 · 박샛별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 김도균 기자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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