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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일센터 도움으로 재취업 성공 박경옥 씨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여고생은 교사로부터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답하지 못했다.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었으니 꿈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 그의 일상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한 것은 한 공지문을 접하고 나서였다. ‘간호조무사가 되면 해외 취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해외로 나가 취업한다는 것보다 ‘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로 하여금 꿈을 꾸게 만들었다. 여고생은 졸업 후 간호학원에서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간호학원 대신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위치한 제조회사로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영수증을 처리하며 직원의 급여를 계산하고 거래처의 입출금 명세를 정리하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박경옥(45) 씨는 스무 살이던 1990년에 면사포를 썼다.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렸으니 경제적인 기반을 갖출 때까지 임신계획을 뒤로 미뤘다.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3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른 결혼 후 직장생활 마감
남편 사업 도우며 전기산업에 흥미 느껴

1996년 남편이 전기 시공사업을 준비하면서 박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남편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박 씨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야 했다. 덕분에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서도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업무는 종전과 다르지 않았다. 박 씨는 또다시 거래처를 관리하고 장부를 정리했다.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전기기기 판매하는 일을 도왔다. 16년간 남편의 사업을 돕다 보니 문득,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박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무직, 그것도 회계뿐이었다. 그렇다고 사무원으로 곧장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4년제 대졸자가 고용시장에 대거 쏟아지면서 사무직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그사이 회계 시스템도 완전히 바뀌었다. 회계 프로그램이 전산화되면서 과거처럼 대장에 수기로 작성하는 것은 옛일이 돼버렸다.

박 씨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우선 컴퓨터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결심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 2013년 안산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에 첫발을 내디뎠다. 마침 국비 지원으로 회계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돼 엑셀 서식부터 회계 프로그램까지 두루 배울 수 있었다.

 

 박경옥 씨

▶박경옥 씨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교육을 이수한 것이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취득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야간대학에 진학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김도균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듯이 남편의 사업을 도우면서 박 씨는 전기산업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눈여겨본 남편이 그에게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해보라"고 권했다.

귀가 솔깃했다.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마구 솟구쳤다. 박 씨는 전기산업기사 자격시험 응시 요건을 찾아봤다. 요건은 세 가지였다. 2년제 전기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특성화고교 졸업자이거나 전기 관련 경력(3년 이상)이 있어야 했다. 남편을 도와 전기기기 관련 일을 한 것이 전기산업기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요건이 됐다.

재취업을 위해 시작한 공부는 자격증 취득 준비로 이어졌다. 하루의 절반을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13년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신감을 얻은 박 씨는 대학에 진학해 전기산업기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4년 만에 꿈을 가지면서 그의 인생이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재취업의 벽은 높았다.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곧바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소 2년의 근무 경력이 있어야 했어요. 실무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전기산업기사로 근무하기 위해 최소 2년간 직장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박 씨는 취업 방향을 재설정했다. 2년간 경력을 쌓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에 맞는 일자리를 찾았다. 날마다 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인 워크넷 누리집(www.work.go.kr)에 접속해 구인정보를 샅샅이 훑었다. 그때 전기산업기사 업무와 회계 업무를 함께 맡아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정보가 눈에 띄었다. 2014년 4월 박 씨는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제조회사에 입사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육을 이수했지만 업무를 꿰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업의 기본을 알아야겠다고 판단한 그는 계획했던 대로 야간대학(국제경영과) 진학을 결정했다. 2015년 3월 박 씨는 만학도가 됐다. 그의 나이 마흔넷이었다.

"학업을 병행한 이유는 저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보다 전기산업기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남들보다 24년이나 늦게 대학을 다니지만 결코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취득 후 야간대학 진학
전기산업기사, 회계사무원 업무 동시 소화

박 씨는 올해 6월 이직에 성공했다. 현재 플라스틱 제조회사 대림플라텍에서 전기산업기사이자 회계사무원으로 근무한다. 날마다 변압기 수치를 확인하고, 분기별로 전기업무 매뉴얼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그의 업무. 급여 정산과 입출금 관리 업무도 처리한다.

박 씨는 새일센터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재취업을 하는 데 곧바로 힘을 발휘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새일센터에서 교육을 이수한 것이 전기산업기사 자격증 취득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야간대학에 진학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회계사무원이던 박 씨가 전기산업기사로 변신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새일센터를 방문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육 프로그램이 무척 많아 깜짝 놀라게 될 거예요. 아무것도 모를 땐 자신의 부족한 점이 보이지 않지만, 하나 둘씩 배우다 보면 채워야 할 부분이 눈에 띕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력이 확보된 이후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저는 반대로 행동했어요. 일단 도전하고 움직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런 자세가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세요. 지금이 기회랍니다."

 

박경옥 씨의 재취업 조언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면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부터 취득하라”
→ 수기로 작성하던 시대는 끝났다. 컴퓨터(엑셀, 파워포인트 등)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시작하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 교육은 단계별로 이뤄진다. 하나의 과정을 수료하면 그다음에 공부할 것이 보인다.

“새일센터나 주민센터 등에 숨어 있는 알짜 강의를 찾아라”
→ 국비 과정으로 개설된 강좌는 강사와 강의 수준이 수준급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교육받는 것을 주저하거나 미루지 마라”
→ 새일센터는 80% 이상 출석 후 수료 시 강의료 50%를 반환하고, 6개 월 이내 취업 시 나머지 50%를 추가 반환한다.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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