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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산업화, 산업의 문화화’를 통해 창조경제가 활성화되려면 그 토대인 문화가 다양하고 풍부해야 한다. 큰 물에서 큰 물고기가 자라는 법이다. 2013년 7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는 한마디로 문화융성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만들며, 문화융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기관들에 조언하고 컨설팅해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문화융성위원회 표재순(79) 위원장은 우리나라 연출 역사의 산증인이다. 88서울올림픽 개·폐막식 제작단장 겸 총연출, 2002 한·일월드컵 전야제 총연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예술총감독 등 30년 넘게 국가 주요 문화 행사를 이끌었다. 초대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등 문화행정가로도 활동한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문화융성위원회 2기를 이끌고 있다.

 

표재순 위원장

▶ 표재순 문화융성위원장은 문화창조융합벨트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 정부에서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처럼 문화가 부각된 건 역대 정부를 통틀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재정을 2%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2012년 1.14%에서 올해 1.72%로 증가했다. 문화 지원 법률도 많이 만들었다. 문화융성은 창조경제와 함께 경제 발전의 양 날개이자 창조경제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문화융성을 쉽게 설명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쉽고 빠르게 보고 즐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문화융성의 시대다. 생활 속 문화 확산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문화가 왜 중요한가.

"과거엔 먹고사는 게 중요해 상대적으로 문화가 덜 중요했지만, 지금은 절대적이다. 앞으로는 문화가 모든 것을 이끌어갈 것이다. 모든 산업은 문화를 입혀야 성공할 수 있다. 자동차만 해도 과거엔 기능과 성능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디자인, 색상 등이 좌우한다. 그 모든 게 문화다. 문화의 산업화, 산업의 문화화 시대가 왔다고 본다."

 

많은 국민이 한류를 보며 문화가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1990년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 수출될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후 ‘대장금’을 비롯한 드라마, 대중가요, 웹툰으로 한류가 확산됐고, 이젠 한식(푸드), 한복(패션), 화장품(뷰티)으로 넓혀가고 있다."

 

한류의 성공 요인이 뭐라고 보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드라마의 경우 가족애와 효, 그리고 따뜻한 정서가 중국인과 일본인들에게 공감을 얻었다고 본다. 반면 K-팝은 역동성과 생동감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K-팝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최근엔 밀라노엑스포에서 한식과 한복이 대박을 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펴낸 ‘2015 밀라노엑스포 국가브랜드 제고 효과와 경제적 가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對)이탈리아 수출이 10년에 걸쳐 약 4068억 원 증가하고, 이탈리아 관광객 14만7000명의 추가 방한으로 관광 수입이 약 972억 원 늘어나는 등 총 5040억여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한류의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과 중국에서 견제심리가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결국은 콘텐츠 싸움이다.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고 개발해야 한다. 한류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문화가있는날

 

한류 확산을 위한 관건은 뭐라고 보는지.

"한식을 예로 들면, 과거 한식 세계화가 실패한 이유가 있다. 입맛의 차이는 차치하고 서양인들은 음식을 하나씩 순서대로 먹는 시간성의 문화에 익숙한데, 한식은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먹는 공간성의 문화였다. 서양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강요했으니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입맛도 그렇다. 일본은 국가에서 만든 일식 전문학원이 있어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졸업하면 학위도 받고, 외국에서 그 나라 요리를 배울 수 있게 지원한다.

이를 통해 요리사는 그 나라 입맛에 맞는 일식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어떤가. 많은 대학에 조리학과가 있지만 교수 대부분이 서양요리 전문이다. 한식을 배우려면 한식 전문학원을 다시 다녀야 한다. 한식 전문학원으로 바로 가면 학위 취득이 안 돼 취업이 힘들다.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식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 한식 하면 대부분 비빔밥, 불고기를 떠올린다. 그건 한식 메뉴일 뿐이다. 식재료에서 식기, 테이블보, 음식 예절, 요리에 담긴 철학과 문화가 모두 어우러져 한식문화가 되는 것이다."

 

문화융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문화창조융합벨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벌써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효자 노릇을 할 날이 올 것이다. 정책 담당자들이 뭔가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일 년이 지났을 뿐이다. 조급하면 졸속이 되고,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성공하기 위한 문화융성위원회의 역할이 있다면.

"위원장을 맡으면서 생각한 슬로건이 ‘찾고 섞고 나누자’다. 문화예술을 더 다양하게 더 폭넓게 찾아내고 재발견하고 활성화하는 게 문화융성위원회의 역할이라면, 그렇게 찾은 걸 정보기술(IT)이나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BT) 등과 융·복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게 문화창조융합벨트다. 그리고 그걸 우리 국민에게, 더 나아가 세계인이 사용하도록 나누는 게 창조경제다. 이렇게 역할 분담을 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문화융성을 위해 ‘문화가 있는 날’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2014년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하고 공연장, 영화관, 박물관 등의 관람료를 할인하는 등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첫 달에 883개 프로그램이던 것이 2015년 12월에 2083개로 늘었다. 올해는 3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인지도도 19%에서 45.2%로 높아졌고, 참여율이 28.7%에서 37.2%로 늘어나는 등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수요일이 평일이라 직장인들의 참여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직장인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주력하는 사업이 있다면.

"영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가 문화를 향유하는 삶을 누리게 할 생각이다. 특히 어린이에게는 창의력과 감수성을, 청소년에게는 꿈을, 청년에게는 희망과 비전을, 실버 세대에게는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식으로 세대별 맞춤형 문화 향유 프로그램을 확대하려 한다. 또한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있다. 거기에 문화예술을 넣는 작업을 하려고 구상 중이다."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 · 홍중식 기자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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