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4개월 전쯤일 겁니다. 그 전에 저희 레스토랑에 온 적이 있는 손님 두 분이 오랜만에 식당을 재방문했어요. 그런데 음식 대신 셰프들과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때 알았죠. ‘미쉐린 가이드에서 나왔구나. 그리고 상황(별점을 매기기 위한 여러 심사위원들의 거듭된 방문)이 많이 진척됐구나.’ 몇 달 뒤 ‘가온’이 미쉐린 가이드의 별 3개 식당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날 직원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축하 파티를 벌였죠(웃음)."
연일 이어지는 인터뷰에 피곤할 법도 한데 광주요그룹 조태권(68) 대표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지난 11월 7일 국내 처음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에 광주요그룹 외식사업부 가온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한식당 가온이 최고 등급인 ‘별 셋’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 광주요그룹 조태권 대표는 십수년간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왔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로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별을 1개도 아닌 3개씩이나 받은 국내 식당은 가온과 신라호텔의 ‘라연’ 단두 곳뿐이다.
우리 입맛 아닌 세계인의 입맛 만족시켜야
가온, 국내 첫 미쉐린 가이드 ‘별 셋’ 레스토랑 선정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자리한 가온은 모던 한식당 비채나와 함께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최고급 한식당이다. 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느라 손님을 받는 시간은 하루 단 한 차례, 디너 때뿐이다. 디너 코스 메뉴 가격대는 1인당 18만 원에서 25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한식 세계화의 본격적인 문을 연 메뉴라고 생각하면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한식을 외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식이라고 하면 엄마 손으로 만든 게 최고라고여겼죠. 또 갈비찜이다, 비빔밥이다 하는 익숙한 음식만 우리 음식이라고 생각했지, 조금만 변형하면 퓨전이라며 한식으로 인정하질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는 항상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식의)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지금 먹는 것으로는 절대 세계화를시킬 수 없다고 확신했어요."
조 대표는 2003년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한식을 선보일 작정으로 가온을 개업했다. 한식 하면 으레 떠올리던 맛이나 이미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세계인을 겨냥했다는 점이었다.
"국내 소비자들만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세계인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자 했어요. 단지 끼니를 때우기 위한 밥이나 한식에서 벗어나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려고 한 거죠. 그래서 셰프들에게도 전 세계의 유명한 식자재를 연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개발하도록 뒷받침해줬어요. 예를 들어 김치를 만든다면 꼭 붉은색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뿐 아니라 외국인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내놓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높은 가격대가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데 역부족이었던 걸까. 결국 가온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08년 문을 닫았다. 그리고 6년 만인 지난 2014년 조용히 매장을 다시 재개장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광주요그룹 한식당 ‘가온’이 11월 7일 미쉐린 가이드 최고 등급인 ‘별 셋’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가온 내부 룸 전경.
"3년 전 일본과 홍콩에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된다는 소문이 쫙 났어요.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우리다, 마지막은 한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머잖아 한국에도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돼 한식이 재조명받게 될 텐데, 그렇다면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2014년에 가온을 다시 열었습니다. 2003년 함께한 셰프들도 다시 불러 모았죠. 그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한식 세계화를 위한 메뉴 개발에 절치부심하면서 ‘미쉐린 별 셋’이라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별 셋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면서 가온의 주방은 개장 이래 가장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내년 2월까지 꽉 찬 예약 리스트만 봐도 ‘미쉐린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중 절반가량은 외국인 손님인 만큼 가온의 역할과 책임감도 커졌다.
"일식의 스시를 처음 본 외국인들은 ‘야만인들이 먹는 날것’으로 치부했죠.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 미식가들이 즐기는 최고의 음식 중 하나가 됐어요. (일본의) 상류층이 그것을 가장 가치 있는 음식으로 대하며 먹었기 때문이에요. 모든 문화는 프리미엄이 우선하고 그다음이 대중, 그리고 서민입니다.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주면 대중으로 전파되는 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스시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외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인 것이죠. 길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길들이면 그 맛은 영원합니다. 한식에도 그러한 노력이 필요해요."
‘야만인이 먹는 날것’이라던 스시, 전 세계 미식가들이 찾아
음식·술·도자기 등 식문화 전체 조화를 고려해야
같은 맥락에서 조 대표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음식을 담는 그릇, 음식과 곁들이는 술, 음식이 놓인 공간의 인테리어, 조명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그 음식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온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세계를 돌아보니 도자기가 유명한 나라들이 음식이 유명하고, 음식이 유명한 나라들은 술이 유명하더군요. 그 나라 내수경제를 일으키는 문화 요소들이다 연계돼 있고 조화를 이루더라는 겁니다. 음식은 맛만 있으면 된다는 건 틀린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전체를 연결하지 못했어요. 가온이 미쉐린 별 3개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총체적으로 모든 것들을 조화시킨 덕분입니다."

▶가온의 메뉴 ‘시레기솥밥한상’(왼쪽), 채끝등심구이(오른쪽). ⓒ광주요그룹
현재 광주요그룹의 사업은 도자기 ‘광주요’를 필두로 주류(화요)와 외식사업(가온, 비채나)으로 나뉜다. 2014년까지 적자를 이어온 ‘화요’나 두 번 문연 ‘가온’ 등 곡절도 많았지만, 그간의 맘고생도 이제는 끝이 보인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 맛집 선정으로 광주요그룹은 창립 이래 가장 큰 분기점을 맞았습니다. 세계가 인정한 오직 111개뿐인 미쉐린 별 셋 식당 중 하나가 된 것이니까요. 이제 세계의 명사들이 우리 식당에 한식을 먹으러 올 겁니다. 우리 술도 더 찾게 될 것이고, 우리 음식도 더 찾게 될 것이고, 우리 도자기도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되겠죠. 이제는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의 시대입니다. 가온과 비채나를 필두로 한국의 식문화가 거듭 발전해서, 우리 음식의 가치가 세계 보편의 가치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
글· 김가영(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 김성남 기자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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