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00년 여름, 대입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이 지방의 한 유명 축제장에 나타났다. 이유는 하나. 생과일주스를 팔기 위해서였다. 어려서부터 장사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음료를 팔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장사를 접어야 했다. 주최 측이 “자릿세를 내지 않았으니 당장 철수하라”며 내쫓았기 때문이다.
김정관(34) ‘리얼씨리얼’ 대표는 “생과일주스를 막 팔기 시작한 상태에서 첫 장사를 접어야 했다”며 “그 바람에 장사 밑천으로 쓰려고 어머니께 빌렸던 50만 원도 허무하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 여름, 김 대표는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에는 사회적기업을 표방한 의류회사의 티셔츠를 팔기로 했다. 당시 지진 피해로 고통 받는 아이티 어린이를 돕는 기부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그 나름으로 자신이 있었다. ‘명분’이 있다면 고객의 지갑이 쉽게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의 판단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좋은 일이니 도움을 달라’는 식의 감정적인 접근으로는 물건을 파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눈을 돌렸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험을 쌓기 위해 한 기업의 사회공헌재단에 입사해 결식아동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 배달 사업을 담당했다.

▶ 창업 2년째인 올해 중소기업청의 ‘창업맞춤형 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김정관 대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음식 사업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
시리얼바 파는 사회적기업 창업으로 이어져
그때 그의 눈에 문제점이 포착됐다. 어린이들은 두고두고 음식을 먹고 싶어 했지만, 도시락은 배달 후 3시간 안에 먹어야 했다. 도시락이 아이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김 대표는 고민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에너지바’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크리스피 오트밀, 아몬드 크리스피 오트밀, 아몬드, 건조 크랜베리 등 영양 가득한 견과류 원료를 분쇄하지 않고 에너지바 형태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리얼은 건조식이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데다 에너지바라면 우유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거든요. 결식아동에게는 우유를 사는 것조차 경제적으로 부담이더라고요.”
2013년 11월, 김 대표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울타리를 스스로 걷어내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자신이 생각한 ‘리얼씨리얼바’를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가 회사 이름을 ‘리얼씨리얼’이라고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벽에 부닥쳤다. 김 대표가 창업을 시작할 때 이미 시중에 30여 종의 시리얼바가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고육지책으로 국내외 모든 시리얼바의 특징을 일일이 분석했다.
대부분의 제품이 이산화황과 나트륨의 수치가 높았고, 유통기한이 1년에 달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시간이 지나면 산화가 일어나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 합성첨가물을 넣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단백질은 많지만 지방과 나트륨, 당류 비중은 낮은 시리얼바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리얼씨리얼바는 합성첨가물과 보존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이 제품의 유통기한이 1개월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먼저 예약주문제를 도입했다. 자체 누리집을 통해 선주문 형태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외부 판매 채널을 통하면 단기간에 매출을 높일 수 있지만 고객의 피드백을 직접 듣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자체 온라인 채널로 판매하면 고객의 전화, 문자, 메일을 직접 접할 수 있다. 덕분에 별다른 홍보 없이 고객과의 소통 채널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고객 중심의 경영을 선보이고자 파격적인 제도를 마련했다. 1개월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제품을 교환해주는 ‘리얼 AS 제도’다. “고객이 1박스를 구매하면 1개월 동안 30개의 시리얼바를 먹어야 해요. 매일 먹지 않는 한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먹게 되죠. 대가를 지불한 고객이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면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중기청 ‘창업맞춤형 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
많은 이들이 나눔의 가치 누렸으면
난관은 또 있었다. 김 대표는 당초 고객이 한 켤레의 신발을 구매하면 소외계층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탐스슈즈와 같은 형태의 ‘1+1 기부사업’을 펼치고자 했다. 하지만 원가가 높고 유통 기한이 있는 식품은 1+1 기부사업에 적합하지 않았다.
“사회적기업이라면 소셜 미션(Social Mission : 사회적 임무)을 전면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4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전국소셜벤처경연대회에 참가해 심사위원단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소셜 미션을 강조한다고 해서 고객이 구매를 하는 게 아니더군요. 실제로 고객은 탐스슈즈의 경우 신발이 예뻐서 구매하는 것이지 기부를 생각하면서 사지 않더라고요.”
리얼씨리얼을 세상에 선보인 지 약 2년. 정부가 이 회사의 성장을 주목했다. 올 6월 리얼씨리얼은 중소기업청의 ‘창업맞춤형 사업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3000만 원의 지원금과 멘토링 서비스 혜택을 받았다. 고객들도 리얼씨리얼의 맛에 빠져들고 있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누리소통망(SNS)에서 리얼씨리얼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A4 용지 2장 분량의 피드백을 보내온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가 진행하는 ‘리얼먹스타그램’ 등 다양한 캠페인은 의미가 남다르다. 리얼먹스타그램 캠페인은 결식아동을 위한 리얼씨리얼바 1g 모으기 운동이다. SNS에 해시태그를 입력한 음식 사진을 공유하면 참여한 음식 숫자에 1g을 곱해 건강에 좋은 시리얼바를 결식아동에게 전달한다.
김 대표는 이런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하면 기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간편식 시장에 진출해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일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가치를 누리면 좋겠습니다.”
김정관 리얼씨리얼 대표의 창업 Tip
내가 생각하는 아이템이 이미 시장에 나왔다면?
- 무엇을 만들기보다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라.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면?
- 기존의 것을 새롭게 전달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라.
고객에게 정성을 전달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 메일을 보내더라도 고객의 이름을 한자 한자 넣어서 보내라.
소셜 벤처가 기부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SNS를 활용하라.
이벤트로 진행하는 기부사업의 효과가 있다면?
- 꾸준히 진행하면 소셜 벤처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
글 · 김건희 (자유기고가) / 사진 · 홍중식 기자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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