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난한 남녀가 작은 방 하나를 밤낮으로 나누어 공유한다. 남자는 탈북자, 여자는 아이를 잃은 미혼모다. 이들은 한 공간을 사용하지만 서로의 성별조차 모른다. 이 과정에서 서로가 남긴 흔적 때문에 크고 작은 오해가 생긴다. 포스트잇에 짧은 문장을 남겨 소통하기 시작한 두 사람. 곧 서로가 비슷한 처지에 있음을 알게 되고, 만남을 갖게 된다.
박소진 감독의 영화 ‘샬레’의 줄거리다. 이영화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일까지 열린 제25회 애리조나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영화상(Best Foreign Feature)을 받았다. 이영화제는 전 세계의 소재와 주제가 독창적인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다.
이 영화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통일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가 주관한 ‘2015 평화와 통일 영화 제작 지원 시나리오 공모전’의수상작이었으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저예산영화 후반작업 기술 지원(DI작업) 및 현장영화인 교육훈련 인센티브 지원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치들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 같은 방을 공유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샬레’ 포스터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울 가리봉동의 벌집촌을 떠올렸고 그곳의 방 하나를 한반도로 가정했죠. 그 방을 중심으로 사용하는 남자와 여자는 각각 남한 사회와 북한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성을 두었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수단인 ‘포스트잇’에도 상징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포스트잇에 한 줄의 글을 남기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 상대방을 만날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처럼 남북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대화를 시작해 만남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사회적 약자에 관심
영화에는 많은 상징적 의미 담겨
‘샬레’는 애리조나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아시아 영화로 유일하게 상영됐으며, 상영 당일 객석의 95%가 찰 정도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샬레’의 어떤 부분이 세계인의 마음의 사로잡았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또 통일 이야기냐?’ 하고 식상해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해외에서는 전혀 낯선 소재거든요. 통일이나 남북 분단 현실이 새로운 소재로 다가오니 관심을 끈 것 같아요. 또 방 하나를 남녀가 밤낮으로 나눠 쓴다는 설정도 신선하게 느낀 것 같아요."
박 감독이 이 영화를 구상한 건 8년 전부터다. 그러나 당시 ‘남북’이 키워드는 아니었다. 단순히 방을 공유하는 남녀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실 ‘방을 공유하는 사람들’이라는 설정은 매우 그럴듯하지만, 그가 작가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허구다. ‘가리봉동이라면 이런 공간이 가능하겠다’는 상상에서출발한 것. 이런 신선한 설정이 자칫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었다.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도 이런 흡인력 있는 이야기 덕분이었다. 여기에 탈북자의 이야기를 덧붙인 것은 ‘탈남(탈북자들이 다시 이탈하는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 박소진 감독은 통일부가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샬레’ 제작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탈남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탈북해서 어렵게 남한까지 왔지만 이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미국이나 영국 등으로 다시 ‘탈남’한다고 해요. 그이야기가 흥미로워서 남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배경으로 넣었죠. 나중에 따로 영화화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는 탈북자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동안 그는 부모에 의해 버려진 자폐증 아이들을 다룬 영화 ‘어둠의 방(2011)’, 과거 시위 중 만난 전경과 대학생이 다시 신용불량자와 사채업자로 만나는 악연을 다룬 영화 ‘후일담(2013)’ 등을 만들었다. 모두 상업영화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재들이다.
그의 해외 영화제 수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소년병’으로 2012년 제2회 매사추세츠 독립영화제 작품상과 같은 해 제16회 뉴욕 픽처스타트필름페스티벌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올 하반기 극장에서도 개봉 예정
통일부 시나리오 공모전은 5월 중순 시작
‘샬레’는 ‘2015 평화와 통일 영화 제작 지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제작됐다. 덕분에 제작비를 포함해 장비 대여와 홍보에 이르기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지원을 받아서 영화를 만들게 되면 일종의 간섭이 있을 수 있는데, 통일부에서는 그런 어려움 없이 영화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게 해주셨어요.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을 때나 수상했을 때 보도자료를 내고 브리핑을 하는 등 영화 홍보에도 많은 도움을 줬죠. 아쉬움이라면, 제작비가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영화를 만들기에는 충분치 않아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어려움이 있었어요."
영화 제목 ‘샬레’는 스위스 목동들이 알프스 산을 오르다가 쉬어가는 오두막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오두막보다는 ‘좌우 어떤 이념에도 치우치지 않은 3국의 의미’로서 스위스라는 공간에 중점을 뒀다. 그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올해 후반기에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경제 활동을 하며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추방될 수 있다’는 불리함 때문에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주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대법원에서 이들의 노조 결성이 합법화된 만큼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영화 ‘샬레’는 올 하반기에 극장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속 상징보다는 영화 속 두 사람의 각자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봤으면 좋겠습니다. 탈북한 사람들이 다시 탈남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또 미혼모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통일부는 매년 국민들에게 친근한 영화예술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고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키워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통일영화 제작 지원 시나리오공모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시나리오 공모는 5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글 · 두경아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 / 사진 · 김도균 (기자) 2016.05.16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