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미국이 북한 인권침해 책임자들을 사상 처음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이하 서울사무소)가 개소 1주년을 맞았다. 서울사무소는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하고 이에 책임 있는 자를 처벌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보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6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개소 1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주관한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는 개회사를 통해 “인권을 아주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해 북한의 안보 위협을 감소시키고 한반도 통일 가능성을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사무소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내에는 이동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으며,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북한 주민들은 고문 등 비인간적 처분을 받고 있다. 북한 내에는 최소 4개의 정치범수용소가 가동 중이며, 국가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힌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처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가 6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 1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및 현인그룹 창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에 심포지엄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상징적인 타깃(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북한 정권의 선전선동과 정보 통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모든 문제의 초점을 김정은한테 둬야 한다. 전략적으로 직접적 책임자만 골라 처벌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 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사무소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의 의미를 짚어봤다.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건립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서울사무소는 시나 폴슨 소장을 비롯해 5~6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유엔 산하기구다. 북한 인권침해 책임자를 제소하기 위해 유엔이 움직이기 시작한 점은 매우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현장(서울) 사무소 설치를 권고했고, 이를 유엔총회에서 채택했다. 매년 유엔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는데도 북한 정권에 변화가 없자 나름의 묘책을 세운 것이다. 최근에는 브렉시트가 전 세계 핵심 화두가 되는 등 국제사회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가 수면 아래로 잊히기 쉽다. 이럴 때 서울사무소는 북한 인권 문제에 촉각을 세우고 국제사회 테이블로 계속해서 올려놓는 ‘레이더’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 인권유린 실태조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국내에 3만 명이나 되는 탈북민이 증인이다. 서울사무소에서는 매달 한 차례 하나원을 방문해 탈북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탈북민 가운데는 정치범수용소를 직접 체험하거나 공개 처형 등을 목격한 이들이 많다. 여성들은 강제 낙태, 할례, 성폭행, 인신매매 등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 탈북민이 곧 인권유린의 피해자인 셈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문제 책임자들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인권 문제 제기가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북한 인권침해 현황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은 북한 정권의 실상을 유엔이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크다.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이 포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한 뒤에도 북한은 핵 도발을 멈추지 않았지만, 인권 문제만 제기하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4년 COI의 보고서가 나온 뒤 북한은 억류했던 미국인 세 명을 풀어줬다. 북한 지도부는 그들의 지도자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찾은 것 아닌가 하며 무척 고무돼 있는 상태다. 인권 문제를 핵 등 안보 문제와 동시에 취급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대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서울사무소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정부는 그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지 못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지난해 서울사무소 개소 때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물리적 협박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를 간과한 사이 피해자들의 인권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인권유린은 법적 시효기간이나 면책 사유가 없는 국제법상 최악의 범죄 가운데 하나다. 가해자 처벌의 실효성이나 남북관계 악영향 등에 대한 우려로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더욱이 통일 후를 대비해서라도 인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바람직한 책임 규명 방식은. 실제로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가능한가
“김정은 위원장을 배제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말할 수 없는 동시에 조선노동당 전체를 가해자로 몰고 가서도 안 될 일이다.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지는 국제적으로 논의해야 할 중요한 담론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3월 북한 인권 범죄자를 실질적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북한 인권 책임규명 전문가 패널’을 설치했다. 국제사회는 국제형사재판소에 북한 인권 문제의 책임자를 회부하는 게 목적이다. 북한의 거부권 행사로 당장 이를 실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중국에서도 더 이상 북한을 두둔할 수만은 없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어 향후에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북한인권 국내외 저명인사 ‘현인그룹’ 창립
매년 전략회의 열고 유엔에 제재 권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 1주년 행사 2부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인사들의 ‘북한인권 현인그룹(이하 현인그룹)’ 창립회의가 진행됐다. 현인그룹은 매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유엔 등에 권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정훈 대사를 비롯해 송상현 전 ICC 소장, 커비 전 COI 위원장, 비팃 문타폰 전 유엔 북한인권특보관, 로버트 킹 미 북한인권특사 등 총 8명의 한•미 정부 당국자들이 참여한다. 현인그룹은 북한 해외 노동자 인권 문제 등을 국제 이슈로 제기해 대북 압박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이 대사는 “인권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이 모여 유엔 및 관련 정부에 올바른 인권정책을 권유하고, 북한 인권 문제의 책임 추궁 대상과 범위,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창립 목표”라고 설명하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8일 청와대를 찾은 북한인권 현인(賢人)그룹 위원들을 접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월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현인그룹 인사들을 접견하고 북한 문제와 최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은 현인그룹 구성원들이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하고, 문제를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는 점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구성된 현인그룹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에 있어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설 등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그간 우리 정부가 보여준 지원 및 노력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며 화답했다. 특히 커비 전 위원장은 “2년 전 우리나라를 예방했을 당시 박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통일에 대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현인그룹은 북한 인권 문제는 물론 정의, 평화와 안보 등 대한민국 정부가 중시하는 주요 의제들과 관련해 지속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서로의 힘과 지혜가 모아져 북한인권 상황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 통일이 이루어지면 이 모든 것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된다. 언젠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희망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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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