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01년 군에 입대한 청년은 자신의 진로를 세웠다. 가정 형편이 여유롭지 않으니 군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육군 부사관 지원서가 눈에 띄었고, 청년은 부사관이 됐다. 삶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입대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집에서 급히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연락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둘,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우선 여동생의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부터 마련해야 했다.
임한규(36) 웰스터디 대표는 “4년만 부사관으로 근무한 후 제대해 대학에 복학할 계획이었는데, 한순간 가장이 되면서 부사관으로 군대에 말뚝을 박게 됐다(웃음)”고 말했다. 비록 삶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생활은 점차 안정을 찾았다. 동생과 어머니가 일자리를 구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는 그제야 자신을 돌아봤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도모할 때라고 생각했다.
스물둘 나이에 가장 역할, 11년간 부사관 근무
현실의 벽 넘지 못하자 스펙 쌓기 대신 시장 분석
고민 끝에 학업을 이어가고자 사이버대학교에 진학했다. 군에서 경리 업무를 맡고 있던 그는 세무회계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다. 낮에는 일(군 복무)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뒤늦게 철들었는지 힘든 줄도 모르고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죠. 그러면서 ‘공부를 못 해서 못한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때 ‘할 수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자신감을 장착한 그는 2012년 1월, 32세의 나이로 11년간의 군 생활을 마쳤다.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일본에 관심이 생겨 일본계 무역회사를 중심으로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다. 결과는 불합격.
수차례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도 낙방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고용기관에서 만난 고용상담가는 “나이 32세, 사이버대 졸업, 11년간의 군 생활은 스펙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른 취업준비생들은 토익 점수와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일러줬다.
그는 그 길로 토익학원으로 달려갔다. 영어 공인점수가 없어 입사시험에서 탈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3개월간 매달린 끝에 토익점수를 800점대로 끌어올렸다. 탄력을 받은 그는 자격증도 따기로 했다. 이왕 취득하는 거 특색 있는 걸 따고 싶었다. 정리컨설턴트, 인테리어전문가, 긍정심리상담사, 코칭지도사, 독서토론전문가 등 10여 가지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때는 부족한 스펙을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자격증 개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됐어요. 나름대로 전략을 구사한 것이 진입 장벽이 낮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생소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거였습니다. 그게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죠.”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취업 시장에서 늦은 나이에 속하는 자신이 차근차근 스펙을 쌓는다고 해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창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시장의 요구에 맞는 직업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어떤 직업을 만들 것인가가 문제였다. 힌트는 우연히 얻었다.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가 학부모들이 자녀한테 비싼 책걸상만 사주면 공부방을 잘 꾸몄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접한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공부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방법에 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이 분야를 파고들면 새로운 직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마침 오래전 취득한 정리컨설턴트, 인테리어전문가, 코칭지도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외국에서 유행하는 정리컨설턴트라는 직업에 착안해 환경을 바꾸면 생활 패턴이 달라진다는 개념을 공부방에 적용했다.
2012년 7월, 그는 우리나라 1호 공부환경전문가가 됐다. 공부 환경 컨설팅 회사 ‘웰스터디’를 설립한 것도 그 무렵이다. 새로운 직업인만큼 공부를 해야 했다. 인테리어와 학습 관련 논문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공부방은 책상을 창문 가까이 배치합니다. 아이는 창밖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온도 차이와 햇볕도 방해요소가 되고요. 봄과 여름에는 따뜻해서 졸음이 밀려오고, 가을과 겨울에는 추워서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책상을 창에서 떼고 문 쪽을 향해 배치한 후 회전식 의자를 고정식 의자로 교체하면 몸과 함께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력도 향상됩니다.”
서울산업진흥원 창직 강연대첩에서 우수 창직자로 선정
2014년 창직교육센터 설립… 초•중생 대상으로 창직교육
혹자는 그의 컨설팅이 업계에 알려진 정보를 취합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는 “널리 퍼진 정보를 간추려 시장의 니즈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정부도 이 직업을 눈여겨봤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공부환경전문가를 이색직업으로 소개한 것이다. 한 토목•건축기업은 그가 설계한 공부방 인테리어를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 회사가 론칭한 5채의 아파트에 옵션(선택사항)으로 적용했다. 덕분에 웰스터디는 수익은 물론 신뢰성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올해 약 4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부환경전문가로 활동하던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2014년 서울산업진흥원이 개최한 창직 강연대첩에서 우수 창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1년간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창직을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생각보다 뜨거운 대중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는 사람들이 창직을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해 7월 창직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이를 통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웰스터디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창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청년 및 중•장년 대상으로 창직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공부환경전문가는 컨설팅을 신청하는 이들에게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창직교육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청년들이 스펙으로 무장한 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자신의 적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니즈에 맞는 직업을 만드는 것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임한규 웰스터디 대표의 창직 조언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남들 하는 대로 하기보다 우회하더라도 나만의 길을 찾아라.
“하면 된다. 해봤는데 그 일이 재미있으면 일이 더 빨리 진행된다.”
해봤는데 일이 재미없다. 그런데 필요한 일이라면 하고, 아니면 정리해라.
“남들 취득하는 자격증을 따지 말고 특이한 일을 발굴하라.”
직업도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직업을 만드는 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기존 콘텐츠를 잘 엮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그것이 곧 새로운 콘텐츠다.
“창업가는 공수표가 길면 안 된다.”
직원에게 성과에 상응하는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남는다.

▶임한규 웰스터디 대표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기존 콘텐츠를 모아 소비자에게 적용하면 새로운 직업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김도균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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