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핵심인 일자리 확대 내용 가운데는 ‘청년 선호 일자리 창출’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게임이다. 그러나 정보통신(IT) 강국의 이면에는 게임 중독이라는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심각한 청소년 게임 중독은 학부모들의 한숨을 자아낸다. 박성옥 교수(대전대 아동교육상담학)는 "게임하는 자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나 무조건적인 통제보다는 디지털 시대의 보편적 여가문화로서의 게임의 가치와 활용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국에서 ‘학부모 게임 토크 콘서트’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들어봤다.
청소년들은 어떤 경로로 처음 게임을 접하나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사회의 규칙을 배운다. 이러한 발달 과정에서 규칙이 있는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바쁜 부모들이 연락수단이나 놀잇감으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주면서 우리가 통상 이야기하는 게임을 접하게 된다. 이 때문에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연령이 아주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키즈들은 과거 동네 아이들과 함께 즐겼던 오프라인 게임을 디지털 기기로 혼자 즐긴다."
문제는 중독이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이유는 뭔가
"발달학적으로 보면 특정 매개체에 대한 중독은 관계성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게임 과몰입 증상은 15~16세 이후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데 이 시기에 부모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면 그것이 미해결 욕구로 남아 계속해서 게임에 의존할 수 있다. 유능감이 부족한 청소년은 게임을 공부 이외에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로 삼고 마치 게임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 과몰입에 빠진다. 학업 위주의 교육 환경도 정서적 결핍을 야기하는 게임 중독의 한 원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불편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채널이 없는 데다, 어른들은 게임을 무조건 통제하려고만 한다. 그런 환경이 게임 중독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청소년들은 어떤 유형의 게임을 왜 좋아하나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확률에 의해 결과가 정해지는 확률형 게임이 중독성이 크다. 예를 들어 게임 아이템을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확률에 의해 랜덤으로 당첨이 되는 거다. 청소년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조바심을 내고 잔상 효과가 남아 일상생활에서도 계속 게임만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게임은 성취감을 느낄 수 없고 의존성만 커질 뿐이다. 산업적으로도 지양해야 한다."
▶박성옥 교수는 12월까지 전국 17개 지역에서 ‘학부모 게임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지난 8월 27일 공주대학교에서 첫 콘서트가 열렸다. ⓒ박성옥
게임의 순기능은 없나
"앞서 말했듯 게임은 규칙이 있는 놀이다. 게임을 통해 청소년들은 관계를 맺어 약속을 지키고, 승부에서 이기고 지는 과정을 체험한다. 실패했을 때는 재도전하는 에너지를 키워나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논리력, 분석력, 창의력이 커지는 교육적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다양한 배경을 설정한 게임들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스포츠도 습득한다. 현실을 바꾸는 착한 게임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연구진이 개발한 ‘폴드잇’은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만드는 온라인 게임인데, 10년간 과학자들도 풀지 못한 문제를 6만 명의 게이머가 10일만에 풀었고 실제 난치병 환자 치료에 활용됐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심시티’ 같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은 미국 MIT공대에서 수업 교재로 채택할 만큼 교육적 효과가 크다."
올바른 게임 지도방법은
"이론적으로는 하루 3~4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과몰입으로 보지만, 실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다 보면 이 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쉽다. 따라서 시간을 정해놓고 게임을 금지하기보다는 자율적인 통제력을 길러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게임보다는 일정 단계가 있어 짧게짧게끝낼 수 있는 게임을 하도록 지도한다. 공부하다 잠깐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자녀에게 잔소리를 했다가는 반발심만 더 키우는 경우가 많다. 게임 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가 요즘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묻되, 탐정이 수사하듯 하지 말고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바쁜 와중에도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는 ‘전환 활동’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고 하지 않나. 게임도 마찬가지다. 어른과 함께 게임을 배우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다.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주인공 캐릭터는 어느 시대 사람이야?’, ‘어떻게 해야 이기는 거야?’, ‘다음 장면은 어떻게 넘어가는 거야?’ 하고 질문하다 보면 대화의 주제가 역사가 됐다, 우주가 됐다 하며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그러면 아이들은 레크리에이션이 되니 게임에 과몰입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이기면 ‘우와~ 손이 엄청 빠른데’와 같은 말로 칭찬해주고, 졌을 때는 함께 전략을 짜보자며 격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가상·증강현실 게임은 직접 몸으로 할수 있어 더욱 좋다. ‘그건 좀 위험하겠다. 그래도 재미있기도 하겠다’ 하며 관심을 보이면 아이가 혼자 게임을 할 때 스스로 판단하고 절제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 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도 많은데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만도 기획, 경영, 마케팅, 역사 고증, 스토리텔링, 디자인, 음악 등 여러 분야의 인력을 필요로 한다. 게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다양한 전공으로도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게임이 아니더라도 모든 산업에는 게임의 속성이 활용된다. 항공·우주, 기상, 군사뿐만아니라 환경, 복지 등 사회문제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하는 데 게임 방식을 도입하기도 한다. 일례로 중앙대 의대 의료진은 유방암 환자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알라부(I Love Breast)’라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을 개발했다. 뉴욕 맨해튼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는 게임을 만드는 교과과정이 있을 정도로 게임을 산업으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처럼 모든 산업에는 게임의 속성이 있어 게임 분야의 진로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연말까지 전국서 ‘학부모 게임 토크 콘서트’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2월까지 전국 학부모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학부모 게임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는 자녀의 올바른 게임 이용을 지도하고 부모·자녀 간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학부모 대상 게임 교육이다. 전국에서 진행되는 저명인사 초청 강연, 전국 400여 개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교실형 특강,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형 등 3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게임문화’ 교육에서는 게임의 탄생과 발전, 게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세대 간 게임문화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게임진로’ 교육에서는 게임산업과 진로 탐색,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알아본다. ‘게임지도’ 교육에서는 과몰입에 대한 원인과 바른 대처, 현명한 게임지도법 등을 전달한다. 다양한 게임 체험과 상담도 함께 진행된다. 콘서트는 연말까지 전국 17개 지역에서 열린다. 누리집(www.gamemom.or.kr)에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글· 조영실(위클리 공감 기자)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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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