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농업으로도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어요”
삼채와 사랑에 빠진 20대 청년이 있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할 때 과감하게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유학생에서 영농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그는 현재 1만여 평의 삼채밭에서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물두 살, 호텔리어를 꿈꾸며 무작정 호주행 비행기에 오른 청년이 있었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시작한 유학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새벽 볼링장 청소부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럭비경기장에서 맥주를 팔았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유학생활이 계속됐다. 그런데 3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후 호텔리어가 아닌 농부가 돼서 한국에 돌아왔다. ‘삼채총각’으로 불리는 김선영(29) ‘삼채나라’ 대표 이야기다.

ⓒ 김종연
농업이 미래다
충북 진천의 1만여 평 규모 삼채농장은 며칠 전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었다. 농장 입구 오른쪽에는 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3채가 있었다.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자 4열로 심어진 초록 잎의 삼채가 보였다.
김선영 대표가 갈고리로 다 익은 삼채를 뽑아 올렸다. 삼채 잎은 부추처럼 생겼지만 뿌리는 인삼의 어린뿌리와 흡사한 모양이었다. 알싸한 향내가 코끝을 자극했다.
“삼채는 달고 맵고 씁쓸한 세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미얀마에서는 ‘주밋’이라고 부르는데 ‘뿌리부추’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김 대표가 이름도 생소한 삼채농부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유학시절 유망한 산업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때였어요. 교수님께서 농업은 여러 산업과의 연결고리가 다양하고, 국가안보의 핵심인 식량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 순간 농사야말로 큰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삼채농사를 짓기 위해 3년간의 호주 유학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부지원사업으로 3000평짜리 땅을 매입해 삼채농사를 시작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땅을 갈고 비닐을 씌우고 물도 주고 병충해 여부도 체크했다. aT농식품유통교육원에서 농산물 마케팅 과정과 외식산업 과정까지 공부했다.
귀농·귀촌 정부지원정책을 활용하라
첫해 삼채농사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수확한 삼채를 팔 곳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김 대표는 농사만 잘 지으면 상인들이 알아서 가져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도 그의 삼채에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10톤이나 되는 삼채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보관할 냉장고도 없어 땅에 구덩이를 파서 삼채를 묻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삼채를 묻어놓은 땅에서 삼채 썩은 내가 진동했다. 김 대표는 “그 이후 농사도 철저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직접 판매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가서 블로그 마케팅을 배우고 이를 사업에 적용시켰다. 그 결과 이제는 블로그를 찾는 방문자 수가 하루 수천 명에 달할 정도다. 블로그를 통한 직거래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신세계그룹과 CJ에서 운영하는 한식뷔페에 삼채를 납품하며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 있다. 4년 만에 억대 매출을 이룬 것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삼채를 이용한 가공식품까지 만들기 위해 새롭게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삼채를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대표는 진천농업기술센터로부터 시범사업지원을 받아서 그늘막을 만들어 품질이 우수한 삼채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그늘막을 씌우면 연화작용에 의해 잎이 훨씬 더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만 수확하는 삼채를 겨울에도 생산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재배도 하고 있다. 삼채농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농촌은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지 오래고, 일할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한 분야로 농업이 있고, 농업으로도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청년들이 깨달았으면 합니다.”
정부도 청년들의 농촌 유입을 늘리기 위해 귀농·귀촌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청년 농산업 창업지원사업’이다. 청년 창농 지원대상자는 영농창업 경진대회에서 선발하는데, 자격조건은 창농을 처음 시작하는 도시 청년층, 경력 3년 이내 농업인이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영농사업 계획서를 승인받고 농지 소유권 또는 이용권을 가져야 신청이 가능하다. 선발된 청년들은 정부로부터 일정 기간 매달 8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유학시절 배운 호텔관광학을 농업에 접목시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청년들을 농업으로 이끌어 도시 사람들과 농촌의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꿈이다.
“이제 스펙이 아니라 도전과 경험을 바탕으로 꿈을 펼치는 에너지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은 여러 가지 분야를 결합할 수 있는 복합사업이기 때문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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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