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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필자는 대학 강의실에서 매 학기 새로운 학생들을 만난다. 그래서 첫 강의를 하기 위해 강의실에 들어가는 발걸음에는 항상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 그리고 설렘이 함께한다. 그런 긴장감, 기대감, 설렘은 교수만의 것은 물론 아니다. 학생들 역시 교수와의 첫 만남을 거의 비슷한 감정 속에서 맞이하게 된다. 강의실에 들어가 만나는 학생들의 눈동자에서 그런 감정을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학생

그렇게 어색하고 긴장된 첫 만남을 시작으로 우리는 한 학기를 함께 지내게 된다. 한 학기는 보통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포함해서 16주로 구성된다. 학부 강의는 한 주에 75분 강의 두 번이 기본이니 학부 수업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횟수는 휴일도 휴강도 없는 경우 총 32회가 된다.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2400분, 즉 40시간이 된다.

막상 이렇게 계산해보니 대학 강의에서 한 학기 동안 학생과 교수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시간은 4개월 중 40시간에 불과하다. 즉, 한 달에 10시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 학기가 지나면 교수와 학생은 서로에게 아주 익숙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어떤 학생들과는 아주 특별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함께 수강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별다른 교류가 없다는 점이다. 수강생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같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서로 알던 학생이 아니면 그냥 한 학기 동안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전부인 것이다. 심지어 자주 얼굴을 마주쳐도 인사도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날 학생들에게 물었다. "왜 한 학기를 지내는 동안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많은 학생들이 대답했다. 원래 알던 사람이 아니면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갑자기 그 대답이 아주 낯설게 들렸다. 원래 알던 사람이라니. 우리에게 원래 알던 사람이 있었나

사실, 우리는 모두 아무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난다. 심지어 부모님조차 태어난 후에야 알게 된다. 그런 우리에게 원래 알던 사람이라니. 정말 갑자기 그 표현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다시 물었다. 세상에 태어날 때 몇 사람을 알고 태어났느냐고. 학생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질문은 필자 스스로에게 한 질문이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알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구나' 하는 것을 이 질문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깨달음은 이상하게도 필자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이 질문과 대답을 스스로 하고 난 후부터는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도 덜 쭈뼛거리게 되었다. 원래 알고 태어난 사람이 하나도 없었기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에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 우리는 이미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태어났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아는 것 하나 없이 태어났으니 말이다. 그런 우리인데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아는 것도 많아진 오늘,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에 가게 되는 일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새로운 학기,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며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가 원래 알던 사람은 몇 사람이었나를.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201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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