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메르스 중앙 거점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퇴치의 최전선이다. 5월 20일 발생한 첫 메르스 환자(68세, 남성)가 이곳으로 옮겨 온 후 일반 환자 진료는 전면 중단됐다. 6월 17일 현재까지 16명의 메르스 환자가 입원(3명 사망, 2명 퇴원)했으며, 6일 퇴원한 최초 환자(2번)도 여기서 나왔다.
100여 명의 의사와 300여 명의 간호사는 지금도 메르스 환자 11명의 완치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신형식 감염병센터장은 그 가운데서도 중증 메르스 환자를 돌보는 선봉에 서 있다. 감염 위험에 노출된 채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24시간 ‘숨 막히는’ 싸움을 한다. 지금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국립중앙의료원의 현재 상황은?
6월 17일 현재 이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는 모두 11명이다. 이 가운데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는 중환자가 5명,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환자가 3명, 상태가 좋아져 퇴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3명이다.
5월 20일 입원한 1호 환자는 25~26일 사이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결국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합병증으로 세균성 폐렴까지 겹쳐 항바이러스제 및 항생제 치료도 추가했다. 다행히 조금씩 호흡이 돌아와 조만간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료 과정에서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콩팥 등 다른 장기가 모두 정상이고 연세에 비해 건강한 편이기 때문에 곧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환자 진료를 중단한 이후 모든 의료진이 비상근무를 하고있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이외의 의료진도 중환자진료팀과 함께 진료에 참여해 경증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다. 특히 300여 명의 간호사들이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다음 날인 5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의사 100여 명과 간호사 300여 명 사투
중환자 5명, 퇴원 기다리는 환자 3명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나.
메르스는 2012년 처음 보고된 신종 바이러스로 아직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으나 광범위 항바이러스 약제인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원숭이 실험에서 폐렴 발생을 예방했고 질병 경과가 경미하게 진행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후향적 연구이고 대상 수가 적기는 하지만 치료 14일째 사망률이 낮아졌다. 또한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가 실험실 연구와 2003년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우리는 대한감염학회에서 만든 지침에 따라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칼레트라 3제 병합 요법으로 치료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두 가지 약제만 쓰기도 한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폐렴이 없으면 해열제를 투여하면서 관찰한다. 호흡 부전이 온 환자는 인공호흡이나 에크모(ECMO : 피를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후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 시술을 하고, 급성신부전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투석이나 신장이식 같은 신대체요법으로 치료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코호트 격리(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끼리 병동 전체를 격리)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의료 취약계층인 에이즈 환자 13명 등 기존 환자가 모두 나가야 했다. 기존 환자 관리는 어떻게 하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에이즈 환자는 메르스에도 취약하므로 보호자와 환자에게 설명해 전국의 국공립병원 의료진과 상의해 병원을 옮겼고, 국립중앙의료원보다 치료비 부담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 3명은 친척집이나 쉼터로 갔다. 장기간 치료를 해오던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게 돼 몹시 안타깝다. 향후 원지동 병원 이전 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신종 감염병 전담 건물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겠다.
6월 17일 현재 전체 확진 환자 165명 중 병원 관련 종사자가 30명(의사 5명, 간호사 11명)에 이르는 등 의료진의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다. 두렵지 않나.
서아프리카 에볼라 의료 지원을 한 경험이 있어 두려움은 없다. 의료진은 보호복, N95 마스크, 얼굴보호대, 이중 장갑, 이중 덧신 착용을 철저히 하고 있다. 격리병동 내 오염구역과 청결구역을 철저히 분리했고, 올해 초 보호복 착탈훈련도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실수로 감염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병원 숙소에 기거하면서 당직을 선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므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단련하면서 장기간 진료 활동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진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긴급상황 발생 시 서둘러 개인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하므로 환자를 즉각 진료하고 적절한 처치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동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전신보호복으로 중무장한 의료진과 메르스 바이러스 간 전쟁이 한창이다.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 매우 낮아
2차 유행 거의 끝나가는 상황
지역사회 메르스 전파 가능성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은 일어나지 않았고, 많은 가족과 같이 살았던 환자에서도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슈퍼 전파자가 폐렴 증세를 보일 때 전염력이 높은데, 그때는 기침과 호흡 곤란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매우 낮다.
메르스가 언제까지 지속될 걸로 예상하나.
의료 수준이 높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크게 확산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간병이나 문병 등 특수한 우리나라 병원 문화가 확산을 조장했을 것으로 본다. 이제 병원들이 이에 대비하고 있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된 2차 유행이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더 이상 메르스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6월 말까지는 산발적으로 메르스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의료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으로서 부담감이 클 듯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의 최전선이자 마지막 보루인 국가병원이다. 특히 감염내과 의사는 치료법도 없고 사망률도 높은 미지의 신종 감염병을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심적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특히 서아프리카 에볼라 의료 지원을 갔다 온 뒤 모든 감염병이 우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느꼈다. 신종 감염병 유행 시 의료진과 역학 전문가가 전 세계 어디에라도 즉각 파견을 나가 치료와 확산예방에 대한 정보를 얻어 대비해야 한다.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유행한 메르스를 국내 전문가들이 미리 경험했다면 이번에 좀 더 빨리 대처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럼에도 모든 감염내과 의사와 격리병동 간호사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진료에 임하고 있다. 몇 가지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정부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안심하고 정부 지침을 믿고 따르면 조기에 메르스 유행은 종식될 것이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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