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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침몰 차량 맨손으로 창문 깨 운전자 구한 서덕규 씨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셨나요?”

“도저히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난해 3월 31일 경북 예천군 풍양면 청곡리 별실저수지. 술에 취한 운전자가 몰고 가던 소나타 차량 한 대가 물속으로 잠기고 있었다. 차 안에서 도와달라며 몸부림치는 운전자. 운전자의 아버지가 저수지 주변을 뛰어다니며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차가 오기까지는 수 분이 남은 상황. 인근에서 주택 건설 공사를 하고 있던 서덕규(25) 씨가 몸을 던졌다.

“차의 반 이상에 물이 차서 거의 90도로 기울어져 차량 뒤 범퍼가 하늘을 향해 떠 있는 상태였어요. 운전자는 차 뒤로 넘어와 손을 흔들며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었고요. 차가 점점 육지와 멀어지는 상황에서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가 수영을 못 한다는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물속에 뛰어든 덕규 씨는 차 범퍼 위에 올라가 망치로 차 뒷유리를 내리쳤다. 행여 차 안의 사람이 다칠까 작은 구멍 하나만 냈다. 그러자 구멍 안으로 급하게 물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규 씨는 맨손으로 유리를 뜯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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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차량 탑승자를 구하다 손에 부상을 입은 서덕규 씨가 환한 웃음을 전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서 씨 뉴스 영상 캡쳐 화면(2014년 4월 9일 대구MBC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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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서 사람 목숨 구했으니 정말 다행”

차 안의 사람을 빼내 10분가량을 헤엄친 끝에 육지에 도달했다. 뒤늦게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운전자와 덕규 씨는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40대 운전자는 다리에 멍 하나 정도의 타박상을 입는 데 그쳤다. 그러나 덕규 씨는 열 바늘이나 손을 꿰매야 했다. 차 유리를 뜯을 때 살갗도 함께 뜯겨나간 것이다.

“어머니가 손을 씻겨주며 우시더라고요. 자기를 생각했으면 뛰어들지 말았어야 했다고요. 주변에서도 다들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했냐, 그러다 같이 죽는다며 칭찬보다 걱정하는 소릴 더 많이 했어요. 당시에 공사장에는 40, 50대 아저씨들뿐이었고, 다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으니 제가 해야지 누가 하겠어요. 사람 목숨을 구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덕규 씨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제5차 의사상자심의위원회에서 의상자(9급)로 선정됐다. “보상금 탈 목적으로 좋은 일 할 사람은 하나도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심사 기준은 까다로웠다. 의상자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손을 다쳐 두 달가량 일을 못하게 되자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손의 상처가 아무는 동안 마음속 상처도 어느새 삭아 없어져갔다. 사고 후에는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년간 도배 일을 해온 어머니를 따라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지금 더없이 행복해요. 일하러 가는 길에 운전자들이 자기가 앞서 가려거나 보복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서로 반 발짝만 양보하면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죠. 남을 돕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에요. 그게 결국 저와, 저를 둘러싼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니까요.”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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