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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이 가치 실현의 발로라면 사명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가치의 재발견’으로 공직의 사명감을 높인 두 사람을 만났다.

 

근정포장

부산 금정경찰서 부곡지구대 박희영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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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무렵, 야간순찰 업무 준비에 바쁜 부산 금정경찰서 부곡지구대. 세 아이를 둔 엄마 경찰관 박희영(39) 경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공로로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받았다.

“특별한 계기랄 건 없고요. 몇 년 전 학교 전담 경찰관으로 발령 나면서 학교폭력이 근절될 수 있도록 소위 문제아 선도 프로그램을 고민한 거예요. 막상 아이들을 만나보니 아파하는 게 여느 아이나 같은 거예요. 처벌보다는 예방에 집중한 거죠.”

박 경사는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의 상황을 들어보니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 했다.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은 집 안팎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됐단다. 그래서 ‘너희들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필요했다.

“자신의 가치, 하고 싶었던 것을 찾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학교는 왜 와?’라고 했더니 친구와 놀 수 있는 곳이 학교뿐이라더군요. 그리고 가치란 게 대학, 직장, 권력 등 어른이 좇는 것뿐이었고요. 누군가를 밟아야 올라가는….”

박 경사는 아이들에게 작은 발견에 대한 희열을 갖도록 했다. ‘힘내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어 금정구 관내 4개 학교에 교과과정으로 등록했다. 이는 중·고교생 동아리 시간에 운영되는 체조 프로그램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고 여기서 느껴지는 ‘감정’을 말로 나타내도록 한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과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청소년기 학생들의 감정을 돌본다는 점에서 폭력 예방 효과는 컸다고 한다.

“뭇 어른들의 가치가 중심이 돼선 안 된다고 했어요. 하찮은 일이라도, 박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찾자고 선동한 거죠. 저도 알아요. 사랑, 평화, 소통, 화합 등이 현실에서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박 경사 역시 고민하는 부분을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가치 재발견’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스스로에게 더 놀랐다고 한다. 아이들을 처음 대할 때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새삼 박 경사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은 덤이다.

“2000년 10월 4일 경찰에 입문했어요. 다른 경찰관도 마찬가지겠지만 일선에서 보면 정작 제가 입는 혜택이 더 크답니다. 사명감, 만족감에서 보면 말이죠. 어디서든, 크든 작든 뭔가를 만들어낼 거예요.”

불혹을 앞둔 박 경사. 그는 앞날을 불안해하기보다 자신의 쓰임에 감사하고 싶다고 했다. 오늘 박 경사의 순찰차는 어떤 가치를 찾아 나설지 궁금하다.

 

근정포장

인사혁신처 한현덕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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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 한현덕(40) 사무관은 수험생 시절 걱정이 하나 있었다. 공무원 필기시험을 보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합격자 발표까지 석 달 이상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 시험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은 아무래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수험생의 경우 불만이 크지요. 합격자 발표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면서 말이죠. 수험생의 미래가 걸린 만큼 채용 담당 직원들이 밤낮 없이 일하지만 수작업이 많아 시험 일정이 장기화되는 겁니다.”

한 사무관은 채용과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 시험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매진해왔다. 그 결과 정부기관 최초로 필기시험 성적에 대한 사전 공개제가 시행됐다. 이를 통해 수험생 본인의 가채점과 비교해 빠른 이의신청 처리 및 합격 예측으로 수험생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수작업을 최소화·간소화하고 자동화를 꾀해 지난해 필기시험 성적을 미리 공개하고 이의신청도 받게 됐습니다. 올해부터는 이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수험생 본인 답안지를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발표 시기가 빨라진 만큼 수험생은 면접 준비 또는 다른 시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가산점에 대한 수험생의 착오를 줄이고 정정 기회를 부여한 데다 채점의 정확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한 사무관의 시험 시스템 개선은 ‘개방·공유·소통’이라는 정부3.0에 부합해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합격자 발표를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해에는 가산점 착오 신청자에게 정정 기회를 줘 72명을 구제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가산점을 신청하도록 절차를 개선하고 국가보훈처, 산업인력공단, 상공회의소 등 관계기관과 연계망 구축을 통해 공무원 채용 시험의 가산점 정보를 공유한 덕분입니다.”

한 사무관에 따르면 7급은 40%, 9급의 경우 30%까지 시험기간이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공부하는 기간이 줄어든 만큼 비용도 감소해 7급의 경우 연간 160억 원의 수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 사무관의 보람이 큰 까닭이다.

“남다른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습니다. 채용 업무는 정부에 대한 수십 만 수험생, 즉 국민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민에 헌신하는 공무원을 뽑는 출발점입니다. 언젠가 선배가 그러더군요. 공무원은 월급의 반을 사명감으로 받는다고.”

한 사무관은 앞으로 ‘사명감’이라는 월급을 두세 배 더 받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는 ‘가치 실현’이라는 보너스도 추가될 것이다.

 

· 박길명 (위클리 공감 기자) 2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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