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내 이름은 한국어로 중간을 뜻하는 ‘보통’이지만 한국인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스위스 출신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 한국에서 유쾌한 농담을 건넸다. 그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뉴스의 시대> 등을 펴낸 세계적인 작가다. 또한 삶의 철학을 글로 풀어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에 한국인에게 던진 질문은 ‘왜 우리는 불안한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였다. 강연 전문 기업 마이크임팩트가 주최해 1월 16, 17일 서울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에서 그는 일상의 일과 사랑에서 느끼는 불안에 대해 질문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하는 문제의 해답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 자신, 상대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었다. 즉, 답은 질문 속에 있거나 질문 그 자체였다.

▷ 세계적인 저자 알랭 드 보통이 1월 14일 한국을 방문해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철학에 대해 강의했다.
돈 외의 것 말하는 ‘선한 수요’
자본주의 불안 벗겨낸다
“행복은 10분이다.”
멋진 옷을 사 입고 달콤한 초콜릿을 먹고, 최신형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도 즐거움은 잠시뿐, 곧 불안이 엄습한다. 일상을 점령한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needs)과 내가 진정으로 욕망하는 것(desire)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광고의 홍수 속에 사는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취약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자본주의는 소비자의 혼란을 이용하면서, ‘선한 수요(good demand)’와 ‘나쁜 수요(bad demand)’를 구분하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소비하고 타인의 욕망을 좇으며 우리는 불안 속으로 더욱 침잠해 들어간다.
그는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회란 달과 시(詩)의 아름다움, 행복에 대한 수요가 넘치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회, 즉 돈이 아닌 것에 대한 강한 의견이 있는 사회다. 그는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모습이 경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며 “소비자인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 밖으로 나와 강연장에 선 그는 객석의 물음을 향해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데도 서슴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여성 A씨가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 수요가 적은 직업을 사회에서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선한 수요가 힘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욕망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선한 욕망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생기면 곧 유행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우정에 대한 욕망을 잘 활용한 예다.”
이어 그는 행복, 우정, 사랑 등 자본주의 외곽에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영역을 찾아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신의 책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이 바로 선한 수요가 작동한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더 많이 참는 것
“혼자 있을 때는 내가 이상하거나, 내면에 어떤 광기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단지 좋은 친구가 되고 싶기에 나에 대해 정직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오직 연인 관계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둘째 날 강연은 그의 출세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제목으로 진행됐다. 그는 좋은 관계를 위해 매일 15분간 상대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상대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보라고 말했다. ‘어떤 것에 실망했는가’, ‘내게 화난 것이 있는가’, ‘어떤 부분이 변하길 바라는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을 줄 것인가’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들이 정작 우리 생활에는 빠져 있다. 그보다 앞서야 할 질문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나를 파악하고 상대방에게 미리 언질을 해준다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폭은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객석에서 여성 B씨가 질문했다. “당신의 책에 보면 연인 관계에서의 권력에 대해 나온다. 우리는 이 권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알랭 드 보통이 답했다. “모순적이게도 덜 사랑하는 사람이 관계에서 더 큰 권력을 갖는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은 더 많이 참는 것, 더 많이 이해하는 것 등 좀 더 불편한 감정을 많이 느끼게 한다. 그러나 연인 관계에서 더 힘을 갖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내가 더 이해하고, 더 참으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충만히 느껴라. 그것이 더 성숙한 자세다.”
그는 성숙한 사랑에 관해 이렇게 덧붙였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믿는 것, 완전히 이해받겠다는 기대를 버리는 것, 내 자신이 때로는 이상하고 내면에 광기가 있다는 것을 수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로맨틱한 것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싹틀 것이다.”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자로 참여

▷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 보통이 1월 15일 전시장이 될 청주의 옛 연초제조창을 방문했다.
알랭 드 보통이 올가을 열리는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기획자로 나선다. 2013년 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보통에게 공예예술에 관한 저술을 부탁했으나 보통이 공예를 직접 다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기획자로 참여하게 된 것. 이에 따라 보통은 자신이 선정한 작가 16명과 함께 특별전을 꾸리게 됐다.
그의 최근 강연이 삶의 질문에 대한 풀이였다면, 이번 공예전은 ‘아름다움과 행복(Beauty and Happiness)’이라는 주제의 압축이다. 그는 공예전 기획과 관련해 “아름다움은 때때로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받고 철학은 딱딱한 것으로 오해받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의 심미적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제안”이라고 말하는 보통은 비엔날레와 같은 색다른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하길 기대했다.
한편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9월 16일부터 10월 26일까지 이어진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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