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김은화 용산역장
신록의 계절,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누구에게나 한 번은 있을 법한 기차여행의 로망. 여행객을 맞는 여성 역장의 미소는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이다. 호남선과 전라선의 관문, 용산역에선 김은화(48) 역장이 여행객을 반긴다. 용산역은 서울역과 함께 코레일의 대표 역으로 경의·중앙선 연결과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철도 교통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며 그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안전과 서비스 등 기본 업무에 충실하면서 직원, 그러니까 내부 고객을 만족시켜 자연스레 고객 서비스가 우러나오도록 하고 있어요. 지난해 12월 역을 맡은 이후 직원들과 애로사항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신뢰를 쌓고 있지요."
내부 고객 만족과 소통. 김 역장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철도 서비스 업무가 다양한 사람을 대하는 감정노동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도시락 미팅은 김 역장이 직원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되도록이면 직원들을 편하게 대하려 해요.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업무량이 늘어 요즘은 도시락 미팅보다 간식을 들고 현장 직원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김 역장은 역 공간이 넓고 유동인구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용산역을 지역주민의 휴식과 문화예술의 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특히 그가 꾸미는 테마는 문화가 흐르는 역이다.
역 안팎의 공간에 오케스트라, 합창단 공연과 전시회 등을 열어 고품격의 역 이미지를 갖춘다는 것. 거기에다 용산역이 '사통팔달' 요충지로 모든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저를 만나는 분들은 두 번 놀라요. 한 번은 여성 역장이라서, 다음엔 젊어서 그런답니다. 50대 남성쯤 될 것으로 역장 이미지를 떠올린 거지요. 한번은 주말에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역장실을 찾은 한 어르신께서 '당신은 비서 같은데 역장 어디 있냐'고 한 적도 있어요."
김 역장은 후배들에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말기를 바랐다. 또한 그는 다양한 사람을 접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곳이 철도라며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우리는 '대륙철도'로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비전을 갖고 있어요. 글로벌 시대, 도전하는 이들에겐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지요." 여행객이 행복한, 밝은 용산역을 기대해본다.
박현정 공주역장
'공주역의 공주.'
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주목받는 충남 공주역에 내리면 공주 차림의 박현정(42) 역장을 만날 수 있다. 박 역장은 백제시대 공주 의상을 현대에 맞게 재구성한 개량 한복을 입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월 2일 개통한 호남고속철도 공주역을 백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 멋과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테마역으로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공주 의상을 입게 됐습니다.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딱딱해 보이는 유니폼보다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눈길을 확 끌었죠."
초대 공주역장인 박 역장의 공주 의상 콘셉트는 공주 시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공주의 철도시대 개막을 전국에 알리는 데 한몫했다. 백제문화권 부활에 앞장선 그는 기획전문가이기도 하다. 백제의 이미지에 맞게 각종 시설을 조성해 역 자체를 관광지로 만들고 백제 문화권 관광상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시내와 떨어져 있지만 백제문화권의 시작은 공주역이에요. 그러니 고객에게 볼거리, 다시 찾아오게 할 거리 등을 만들려고 해요. 역 광장에다 공주의 대표적 특산물인 밤을 알리기 위한 '공주밤나무 동산'을 조성하는 것도 그 일환이죠."
밤나무 동산에는 고객의 사연을 받아 이름표를 붙인 밤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또한 백제와 공주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계획하고 있다.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는 백제문화권의 부활, 그곳에 박 역장이 있다.
홍영신 원주역장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의 원주역. 이곳에선 '미소 국가대표' 홍영신(42) 역장이 여행객을 맞는다. 직원들이 누이 같다고 말하는 홍 역장은 지난해 한국방문위원회가 주관하는 명예 미소 국가대표에 강원도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강원도의 관광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철도와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한 테마관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광지와 지역 특산물, 전통문화 공연 등을 하나로 묶는 테마열차 운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시와 상인, 관광단체 등과 협조하는 게 중요한데, 부드러운 이미지의 여성 역장이라 그런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요."
얼마 전 역 광장에서 열린 '회촌문화역사마을 체험열차 환영식'은 홍 역장이 꼽는 대표적인 테마열차. 이를 통해 수도권 관광객 300여 명은 열차를 타고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인 회촌마을의 매지농악, 치악산 금강송길 트레킹 등을 체험했다. 또한 향토음식을 맛보는 등 주말 원주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관광정책 수립부터 지역 유관기관과 연계했는데,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결실이 나와 뜻깊어요. 전국에서 으뜸가는 명소 체험열차가 계속 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홍 역장은 원주역을 문화 테마로 꾸미는 데도 열심이다. 통기타, 교향악단, 목관악기 연주자 등 지역 예술인 동아리 공연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 무대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후배들에게 공평하게 대하고 있지만, 특히 여권 신장 차원에서 자신과 같은 여성 역장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 원주역에선 홍 역장의 미소가 여행객의 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철도에 부는 감성 바람
남성적 기업 문화가 강한 철도에 여성 관리자가 늘면서 '감성 바람'이 불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2013년 193명이던 분야별 팀장급 이상 여성 관리자가 2015년 4월 현재 226명으로 17.1% 증가했다. 능력 있는 여성 관리자를 발굴·양성해 주요 보직에 배치하고, 인사에 여성 간부를 일정 비율 할당한 결과다.
특히 역무 부문에서 여성 관리자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현재 여성 역장은 사상 최다인 11명이 활동 중이다. 역장은 지역에서 철도를 대표하는 기관장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로, 종전엔 남성이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여성 역장이 섬세함과 친화력으로 활력소를 제공하고 고객 서비스도 향상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전국 주요 역에 발탁된 여성 역장들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2014년 공공기관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코레일(KORAIL)이 공사 창립 이래 최고 점수인 93점을 획득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글 · 박길명 (위클리 공감 기자) 20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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