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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비상대기… “휴대폰 들고 잠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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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최윤용(30) 상담원은 잠자리에 들 때도 휴대폰을 쥐고 잠든다. 새벽에라도 아동학대 신고전화가 들어오면 현장으로 바로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상담원은 “퇴근 후에는 기관 전화를 개인 휴대폰으로 돌려놓는다”며 “밤 9시부터 새벽 2시 전에 신고전화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피해 어린이와 가족의 회복을 지원하고 아동학대 예방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해 2001년 10월 설치한 것으로 전국에 50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다. 현재는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상담원은 2인 1조를 이뤄 현장을 방문, 정확한 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호자를 관찰 면담한다. 현장 조사가 끝나면 해당 어린이가 처한 상황이 아동학대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고 조사 결과 피해 어린이를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의료기관이나 아동보호시설로 보낸다. 아동학대 접수 대상은 고등학교 졸업 전인 18세까지다.

아동학대 부모들, 멱살 잡고 욕설도 비일비재

상담원 5년차인 최 씨는 지금까지 100여 명의 학대 아동과 부모들을 만났다. 그는 안타까운 사연으로 2012년 8월에 신고가 들어온 김민호(가명) 군의 경우를 꼽았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김 군은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 손에서 자라고 있었다. 아버지는 건설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김 군의 아버지는 자기 물건을 치우지 않거나 청소를 깨끗하게 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정해놓은 규정을 어길 경우 아이를 체벌했다. 김 군의 체벌 부위를 엉덩이와 허벅지, 허리로 정해 에어컨 호스로 때렸다. 그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체벌을 했던 것 같은데 특히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심한 체벌이 가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와의 상담이 끝난 후 아동학대자인 아버지와 상담하려 했지만 이유불문하고 응하지 않았다. “정당한 체벌이고 내 자식에게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이유에서였다. 수차례 집을 찾아가 상담을 시도했지만 멱살을 잡히고 욕설만 들을 뿐이었다. 아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친권자인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어머니 편에 격리시켰다. 이후 아버지는 밤낮없이 “네가 뭔데 강제로 아이를 떼어놓느냐”며 전화로 협박하고 욕설 퍼붓기를 수십 차례 했다. 그러나 어머니도 재혼한 상태라 오래 아이를 맡고 있지 못해 김 군은 3개월 후 다시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는 “아버지가 주의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이럴 경우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며 “신고 접수가 들어오면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정방문에서 아동학대자인 부모가 가재도구를 집어던지거나 욕설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는 “비공개 격리를 시켜도 부모들은 행패를 부리고 강제로 데리고 간다”며 “친권자여서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아동보호기관이 내리는 아동학대 판정에 구속력이 없는 탓이다.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된 100건 중 90퍼센트는 종결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드물지만 가끔씩 종결되는 건을 볼 때면 큰 힘이 된다.

2012년 4월 종결된 이수진(가명) 양의 경우가 그렇다. 2011년 2월 신고 접수를 받고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 강서구에 있는 이 양의 집으로 찾아갔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 양은 머리에 이가 돌아다니고 성인 남자 옷을 입을 정도로 살이 너무 많이 찐 비정상적인 체형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1년 전 아버지가 지병으로 사망한 후 어머니는 우울증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었고, 스물한살인 오빠가 가장이 되면서 밤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들어와 잠만 자면서 이 양은 방임된 상황이었다. 이 양은 어머니가 아침에 김밥을 사놓으면 하루 종일 김밥만 먹었고 학교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 상담원은 어머니와의 끈질긴 대화를 통해 정신과 상담을 받게 했고 약 처방을 받게 했다. 이웃집에 부탁해 그가 주기적으로 약 먹는 시간을 챙겼고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그렇게 한 두 달이 지나면서 어머니는 조금씩 달라졌다. 미소를 보이고 조금씩 살림을 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옷을 모두 버리고 센터에서 새옷을 장만해 입히며 이 양을 공부방에 보내 학습도 시켰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오빠도 가장일 경우 군 면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돼 면제 후 백화점에 취직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관심과 치료 덕분에 1년2개월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그는 “주위에서 신고만 해 줘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인력 부족… 1인당 평균 40건 맡아 격무

최 상담원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수와 인력 부족으로 상담원 1인당 맡는 사례 관리가 너무 많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총 50개이지만 상담원 수는 338명이다. 지난해 1만3천여 건의 신고가 들어왔는데 따지면 1인당 평균 40건을 맡고 있는 셈이다. 각 센터에는 상담원이 많아야 6명 정도다. 그는 “어린이 한 명당 수차례 현장 조사에 학대 아동·가해 부모·지역사회 복지 담당자들까지 만나야 한다”며 “필요하면 어린이 보호 조치도 해야 하고, 부모 상담과 아이 치료도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이 인원으로 어떻게 관리하겠느냐”고 토로했다.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전국 16곳에 아동전문보호거점기관을 신설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전국 36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05년 아동복지사업이 국고보조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 예산사업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9년 동안 겨우 12개만 늘었다.

그는 “올 4월까지 1,800여 건의 신고 접수가 들어왔는데 이대로 가면 지난해보다 아동학대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신고 건수는 늘어나는데 상담원 수는 제자리인 만큼 상담원 수를 늘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김성희 기자 2014.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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