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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단에 서리라”… 도전 끝에 얻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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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1일 전역신고를 마치고 부대 정문을 나오는데, 저의 두 눈에서 솟는 하염없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34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군복만을 입고 살아오다 별다른 생각 없이 민간복장으로 환복(換服)을 하려니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거추장스러운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전역 후 그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포기하지 않은 꿈에 도전하기 위해 저는 우선 가족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한다면 가정의 안녕을 위해서는 다른 길을 모색하려고 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반대하는 가족이 없었으며, 오히려 저의 용기와 도전정신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백두산 부대에서 16년 동안 대대 탄약관리관, 연대병기관, 사단 군수처 탄약관리관이라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정신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가슴속 깊이 묻어 두었던 학업에 대한 열망을 끄집어내어 한 가지씩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제가 취약하다고 생각했던 영어공부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문법을 숙지하고 단어를 외우고 하는 것들이 무척 힘들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는 실력에 제자신도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준비들이 나중에 석사 및 박사과정 중 영어시험에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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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군생활을 하면서 주경야독으로 행정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던 저는 50대 중반에 가족들의 지원으로 박사학위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모하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도전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결코 포기는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저의 가슴속에는 언제부터인가 대학 강단에 서서 당당하게 강의를 하고 싶은 꿈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군문에 들어섰고 장기복무를 한 시점부터 무의식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성원 속에 내민 박사학위 도전장

2000년 12월 정들었던 백두산 부대를 떠나 이곳 순천으로 오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迂餘曲折) 이 있었지만, 저의 인생에 있어서는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목표했던 대학에 편입을 했고, 석사과정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만학도(晩學道)로서 학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시기였지만, 한편으로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긍지와 보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역 후 재취업 문제와 함께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족회의를 통해 아름답게 도전하는 박사과정이었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벅차고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3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군복을 입고 지내면서 “다사다난(多事多難)하고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일들을 큰 과오 없이 극복하고 견디어 왔는데 더 이상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자문자답(自問自答)을 하면서 저의 능력을 제 자신의 시험대에 올려놓고 굳은 마음을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3월 4일 박사과정 입학 후 3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하루하루 체크를 하면서 제 자신을 채찍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매 학기마다 주어진 학점을 이수하랴 논문에 관련된 내용에 대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이 없었지만, “나의 길은 오로지 이 길 뿐이다”라는 신념(信念) 하나로 버티고 또 버티었습니다. 하루에 두 세 시간 잠을 자면서도 피곤함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은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목표가 확실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과정 수료 후 지도교수님의 열성적인 지도로 본격적인 논문 작성에 돌입하였습니다. 논문 제목과 부합된 각종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관련 자료들을 보완하면서 보다 좋은 논문이 창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학계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뵙고 고견을 수렴하였으며, 관련 분야에 근무하고 있는 분들을 섭외해서 인터뷰와 함께 설문지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통계 분석을 실시한 후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 동안 매일매일을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이러한 저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만학도로서 다른 학우들에게 모범을 보였는지 몰라도 운이 좋게도 매 학기마다 장학금을 받게 되어 가정 경제에 큰 도움을 주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칙개정으로 시행된 성적우수자 조기수료 제도로 5학기 만에 수료를 하게 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함께 수학(修學)을 한 선·후배 및 동기생의 양보와 배려에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최종 논문심사 통과한 날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듯

2013년 5월 23일 저에게는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계에 봉착했을 때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용기를 북돋아준 가족들과 지인들의 위로와 격려로 버티고 또 버틴 결과, 최종 논문심사에 통과한 날이기에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국방부문 아웃소싱 정착 요인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저에게는 제2의 새로운 삶의 시작과 동시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먼저 가슴 한구석에 항상 자리잡고 있던 대학교수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늦었지만 포기하지 말고 아름다운 도전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지원하게 된 국립 순천대학교에 겸임교수로 임용이 되어 꿈에 그리던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발전을 위한 재능기부 및 각종 행정분야에 대한 자문 역할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원(庭園)의 도시 순천에서 해마다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베를린 올림픽 3위 입상자인 순천 출신 남승룡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남승룡 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에서 군생활의 조직관리 경험을 살려 운영지원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 기관별로 추진하고 있는 ‘성별영향분석평가’에 대한 전남지역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각 기관 및 단체 등에서도 참여를 요청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고려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끝나지 않은 꿈,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구호가 저의 가슴속에 또 다른 모습으로 깊게 새겨지는 것 같습니다.

저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꿈을 설계한 후 아름답게 도전하고 성취하면서 제2의 인생을 보다 멋지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진실된 모습만을 보여주면서, 여러분 곁에 항상 머물기를 기원(祈願)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글·박정우 순천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전 육군 31사단 준위)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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