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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니 가족 간 대화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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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팔을 이렇게 돌리면 될까요?”

“자, 이곳 근육을 촉진해봐.”

부자는 서로 팔을 잡고 근육을 손가락으로 눌러본다. 옆에서 보고 있던 차남도 거든다. “관절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통증이 더하겠죠?”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바라본다.

‘부전자전’, ‘모전자전’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사람들이 있다.

충북 괴산의 물리치료사 가족이다. 아버지 김인식(58) 씨는 1986년부터 물리치료사로 일하다 1996년 4월 괴산군 연풍보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아내 육윤옥(49) 씨도 청천면 송면보건지소에서 일하고 장남인 상윤(26) 씨는 괴산군 장애인복지관에서, 차남 상희(24) 씨는 괴산 삼성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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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사는 체계적인 운동, 마사지, 찜질, 광선이나 전기 자극 등의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손상된 기능을 회복시키거나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를 한다.

상희 씨가 올해 물리치료사 면허를 취득하면서 온 가족이 물리치료사의 길을 걷게 된 데는 김 씨 부부의 영향이 컸다. 장남 상윤 씨는 “물리치료사에 대한 부모님의 남다른 사명감이 느껴졌다”며 “어린 시절부터 항상 친절한 미소로 환자를 대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고 회고했다. 두 아들은 부모님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이 대단했다.

아버지 김인식 씨는 어린 나이인 열 살 때부터 농촌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고 한다. 낫이나 괭이 같은 위험한 농기구로 하루 종일 일하는 농부들 가운데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많았다. 특히 밤마다 고단해 하는 어머니 어깨를 주물러 드리곤 했다는 김 씨는 자연스레 물리치료사로 마음을 굳혔다. “당시에는 ‘농부병’이라고 했는데 노동 강도가 센 사람일수록 근육통, 요통 등이 많았거든요. 이 사람들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지금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치료 환자들은 대부분 연령층이 70~85세 정도다.

손끝으로 통증 부위 짚어내는 ‘도수치료법’ 전수

특히 아버지 김 씨의 도수법은 손끝으로 통증 부위를 일일이 확인하고 짚어내는 치료법이다. 통증을 짚어내는 데는 손가락 만한 것이 없다는 신념으로 김 씨 부부는 어려운 도수 치료를 고집한다. 일반 물리치료보다 두 배 이상 힘들지만 보건소 물리치료실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그의 도수치료법 덕분이다. 일이 끝날 때쯤이면 가운은 항상 땀으로 흠뻑 젖어 있다고 한다. 두 자녀에게도 도수치료법에 대한 자신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한다.

3가족은 모두 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경북 김천대학교 물리치료학과를 나온 아버지 김 씨와 부인 윤 씨를 좇아 형제도 같은 학교를 택했다. 도시 병원의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괴산으로 돌아온 데는 고향에 대한 애정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한몫했다. 이렇게 가족 모두 같은 직업이면 좋을까? 육윤옥 씨는 “함께 생각을 모으니까 하나의 치료 아이디어도 네 배로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치료법에 대해 공유하면서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상희 씨는 “가족 간에 대화 거리가 끊이지 않고 공감대도 두터워지는 것 같다”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초심을 유지해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물리치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인식 씨는 “강요도 하지 않았는데 아들들이 스스로 물리치료사를 선택한 것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며 “나중에 손자, 손녀가 태어나면 이 길을 다 같이 걸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렸다.

가족이 흰 가운을 걸치고 환하게 웃는데 그 모습이 흡사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데칼코마니(어떤 무늬를 특수 종이에 찍어 똑같은 모양이 다른 표면에 생기는 회화기법)’를 떠올리게 했다.

글·박지현 기자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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