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저는 하남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할머니입니다. 아들딸 시집·장가 보내고 손주도 학교 갈 때까지 키워놓고 봉사활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코리아 하남시지회에서 지역 내 다문화가정에 대한 봉사를 전개하고 있다며 같이 하자는 권유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길로 함께한 지 어느 새 10여 년이 다 되어갑니다.
꾸준히 봉사를 하다 보니 다문화가족,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힘든 삶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도배한 지 오래되어 벽지가 다 떨어진 낡은 집에 사는 베트남 색시, 살림살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사는 캄보디아 색시를 만나며 ‘나도 젊었을 때 한고생 했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휴지, 식용유, 쌀을 나눠 주는 것보다 그들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습니다.
2011년 10가구의 다문화가정을 선정해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친정엄마를 연결해 주는 ‘친정엄마 맺기’ 결연식을 마련했습니다. 결연을 통해 갓 서른을 넘긴 세 아이의 엄마 유수진(한국명)을 만났습니다. 한국어도 능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씩씩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셋째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몸을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친정엄마가 없으니 당연했겠지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와 같은 한국식 산후조리에 관해 알려줬습니다. 직접 국을 끓여다 주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몇 년 동안 혼자 전전긍긍하며 고생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한국 음식을 하나씩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제가 하는 봉사활동에 같이 참여합니다. 받기만 하니 미안하다면서 바쁜데도 빠지지 않고 참여합니다. 정월에는 장 담그고, 봄에는 감자 심고, 가을에는 배추 심고, 겨울에는 김장도 담급니다. 1년 동안 많은 걸 함께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3년 동안 총 서른 명의 ‘친정엄마’가 결연을 맺었습니다. 이주여성들은 우리를 친엄마처럼 여기고 걱정이 있으면 전화해 이야기를 나눴고, 각자 자신의 고향에서 먹던 음식을 소개하며 또래끼리 친해지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생기고 엄마가 생기니 가족도 행복해졌다고 말합니다. 친정엄마들은 자비를 들여 결연을 맺은 딸의 고향(필리핀, 중국)을 함께 방문해 고향의 친정엄마를 만나 위로와 안심을 시켜주는 행사도 가졌습니다.
올해는 드디어 제 딸의 고향인 베트남을 방문하게 됩니다. 요즘 들어 한국 요리에 자신감이 붙은 수진이가 벌써부터 들떠 있습니다. 베트남 친정엄마와 가족들에게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요. 한국 사회에서 이제 빼놓으려야 빼놓을 수 없는 다문화가정의 엄마들 그들의 행복이 하남을 시작으로 전국에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글·이봉옥 이주여성 ‘친정엄마 맺기’ 결연자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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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