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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가 삶을 건강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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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 흘러흘러 강원유곡 백삼십리, 강허리에 흰빛자갈눈빛을 가른다. 정선·평창 기암절벽 굽이마다 돌고 돌아 징검다리 건너 어라연에 영월동강 굽이치네. 아, 높고 낮은 산자락에 하얀 구름 머무르고 이슬 맺힌 맑은 햇살에 동강은 흘러 흐르는데….”(임웅균 노래, 박경규 작사·작곡 <동강은 흐르는데> 중에서)

1998년 봄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으로 트레킹을 갔다. 댐 건설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환경보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본 동강은 아름다웠다. 거운교와 문산나루, 징검다리, 붉은빛깔 자갈까지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그런 동강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었다. 맑게 메아리치는 새소리 등 동강의 자연음을 디지털녹음기(DAT)로 직접 녹음해 프롤로그에 담고, 노랫말을 짓고 작곡해 1999년 음반을 냈다. 환경작곡가 박경규(59) 씨의 이야기다.

자연의 소리를 직접 녹음해 음반에 담아

“아름다운 우리 산하(山河) 자연의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그리고 그 자연을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음악에 담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청각은 오감 중 시각만큼이나 사람 일생에 많은 영감을 가져다줍니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이전보다 각박해진 세상에서 환경음악으로 남녀노소가 치유되기를 바랐습니다.”

환경작곡가라는 말은 생소하다. 자연환경을 소재로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다. 박 씨는 국내에서 환경음악(Environmental music)이라는 장르를 처음 개척했다. 1990년대 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음악으로 만들어냈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세계환경회의를 앞두고 환경음악 작품집 <안개꽃>을 발표했다.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자는 음악적 호소였다.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남미 등지의 신문에 ‘환경음악 개척자’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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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났지만 환경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여전하다. 박 씨는 “처음에는 생소한 음악이라며 의아해 하던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도 어느덧 자청해서 듣고 환경보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음악은 무궁무진한 힘을 가졌다”고 말했다. “요즘 치유란 말이 유행하는데 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죠.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힐링은 이처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박 씨는 KBS 공채 9기로 입사해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수십년간 PD로 일했다.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해 음악을 만드는 데 능했던 그였지만, 공영방송 PD로서 사명감을 갖고 각계각층의 시청자·청취자와 소통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스스로도 자연인의 삶을 산다. 박 씨는 네팔에 있는 안나푸르나 등정에 도전해 14일 동안 셰르파 한 명만 데리고 해발 4,600미터를 오르기도 한 산악인이다. 이후 수차례 히말라야 등정에 나서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연을 벗삼아 살 때 사람의 삶 또한 풍요로워진다고 믿는다.

박 씨는 은퇴한 이후에도 활발히 사회활동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 관장, 서울시립노원청소년수련관 관장, 한국작곡가회 부회장, 서울작곡가포럼 부회장, 한국가곡연합회 회장, 국악방송 방송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예술콘텐츠교육원 원장,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 이사, 한국저작권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의공학 박사학위 소지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신이 고안한 ‘사운드 클리닉’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인체를 치유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불면증으로 오랜 기간 고생했던 한 노부부가 박 씨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후 안정적으로 수면을 취하게 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경희의료원에서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운드 클리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 씨는 “앞으로도 더 많은 환경음악을 만들어 자연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더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글·이창균 기자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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