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대표작이다. 영화는 규율이 엄격한 한 사립학교에 키팅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열린 교육으로 학생들의 지지를 받는다. 파격적인 교육방법으로 학부모와 기존 교사들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그는 묵묵히 노력했다. 학생들은 그런 그를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고 불렀다.
키팅 선생님과 아이들 간의 소통의 방법이자 존경이 담긴 호칭이었다.
광진경찰서의 학교전담경찰관 안종옥(35) 경사에게도 그런 호칭이 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를 학생들은 “경찰샘(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동네 형처럼 친근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흉악범을 상대하는 강력계 형사였다. 다소 강해 보이는 외모에 무뚝뚝한 말투를 가졌다. 그런 그가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경찰샘’이 될 수 있었을까?
함께 등산·봉사하며 ‘의미 있는 시간’ 선물
안 경사는 지난해 7월 학교전담경찰관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받았다. 광진구 내의 7~8개 학교를 전담해 학교폭력과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강력반에 익숙했던 그는 곧바로 청소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가 담당하는 한 중학교에 폭력서클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이다. “처음에는 학생 3~4명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사소한 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사하다 보니 피해 규모가 크고 조직화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범죄를 뿌리째 뽑기 위해 동분서주 3개월을 보냈습니다.”
그가 조사한 폭력서클은 ‘해적파’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으로 61명의 학생이 몸담고 있었다. 해적선 모양의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에서 주로 모임을 가진다고 해 지어진 이름이었다. 해당 중학교 학생 30여 명과 졸업생, 인근 학교의 학생까지 꽤나 큰 조직이었다. 61명을 일일이 불러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친근하게 아이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폭행과 금품갈취 등 약 20여 건의 범죄를 밝힐 수 있었다.
“그렇게 조직이 해체되고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조직에 가담했던 아이들 중 30여 명이 여전히 제가 담당하는 학교의 학생이었으니까요. 언제든 다른 조직을 만들거나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었죠.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는 ‘보복이 두렵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새로운 시작이었죠.”
폭력서클을 해체한 무서운 경찰관 안종옥 경사가 다정한 ‘경찰샘’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범죄가 주로 방과후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집안 환경이 어려워 학원에 갈 형편이 안 되고 부모님이 집에 없는 학생들이 많았다. 갈 곳 없고 할 일 없는 아이들은 방과후 학교 주변을 서성이거나 해적선이 있는 놀이터에 모였다. 안 경사는 아이들의 이런 시간을 의미 있게 바꿔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수업이 끝난 아이들과 함께 농구나 축구를 하면서 친밀감을 키웠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자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됐다. 아이들을 데리고 우범지역 순찰을 나섰다. 매번 범죄를 저지르던 아이들에게 정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기자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학교 근처에 있는 산을 오르며 힘든 것을 참고 인내하는 법도 알려줬다. 학교의 도움을 받아 봉사활동도 함께 했다. 통학하는 길목의 벽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리는 환경미화 작업에 참여케 한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을 돕는 일을 한 것 같아서 너무 기뻐요.” 학생들의 말에 안 경사가 답했다. “너희들도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어.”
올여름 안 경사는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학교의 지원을 받아 강원 평창군으로 1박 2일 동안 힐링캠프를 다녀왔다.
폭력조직이었던 학생 30명과 학교 부적응 학생 6명이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안 경사는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 역시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입니다. 주변에서 약간만 관심을 보여주면 사회에서 멋진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사람은 안 변한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밝게 변해 가고 있잖아요.”
야구팀 ‘프렌즈’ 창단, 주말에 아이들과 운동
안종옥 경사와 아이들은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도움을 받아 야구팀 ‘프렌즈’를 창단한 것이다. 광진경찰서의 야구광으로 소문난 안 경사는 주말에 개인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 “10개월 된 아이를 두고 주말에도 일해요?”라는 아내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가 자랐을 때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밝고 희망찬 학교를 만드는 것이 아이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는 길이라 믿고 있어서다.
안 경사는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이 선정한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이 됐다. 2014년 상반기 동안 가장 뛰어난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활동을 보여준 경찰관으로 뽑혔다. 상을 받은 후 그는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항상 아이들을 위한 최선을 고민한다. “현재 학교전담경찰관은 1인당 7~8개 학교를 전담하는데 너무 많아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으려면 학교전담경찰관을 늘려야 할 것 같아요. 1인당 3~4개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글·박성민/사진·지미연 기자 20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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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