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 커플은 연애 3년 만에 헤어졌다.
이별에 대처하는 두 사람의 반응은 흡사하다. 동희는 ‘해방이다’를 외치며 자유를 만끽하지만 결국 술에 취해 여자친구 이름을 부르며 추태를 부린다. 영은 ‘왜 슬퍼요?’라며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는 대성통곡을 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두 사람을 ‘인터뷰’한다.
<연애의 온도>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애초 ‘헤어지다, 그와 그녀의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주인공을 찍는 다큐멘터리를 영화 안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런 기발한 구성을 선보인 노덕(33) 감독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 연애의 세밀한 모습을 포착해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이 영화의 화법 자체를 낯설어하기도 한다. 쉬운 영화라고 생각하고 극장에 왔는데 기대했던 분위기가 아니니까. 아니면 굳이 영화에서 보고 싶지 않은 연애의 이면을 보여줬기 때문일까? 연애의 치부를 드러내니 불편했을 수도 있다.”
노 감독의 말처럼 <연애의 온도>는 연애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가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면 <연애의 온도>는 연인이 헤어진 후의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기존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관습에 반기를 든 것이다.
특히 사내 연애를 하던 동희와 영은 헤어진 후에도 서로에게 억하심정이 남아 회식 자리에서 욕설을 퍼붓고, 연애할 때 주고 받은 선물을 작살내서 돌려주는 복수를 하거나 상대방의 SNS에 침투해 사생활까지 감시한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랑의 모습이 아닌 너절하고 치졸한 인간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 감독은 “이 영화는 연애의 치부를 드러내고자 기획한 작품이다. 시나리오에서는 표현이 더 심했는데 더 깊게 못 들어간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질한 복수의 감정은 일종의 이별 세리머니”
그렇다고 <연애의 온도>가 다큐멘터리처럼 딱딱한 장르는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미덕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이 영화는 대중영화이기에 멜로 장르의 미덕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이민기와 김민희의 이미지를 살리는 게 중요했는데, 장르의 미덕을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노력한 부분이다”며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특정 사건보다는 인물의 감정이 중요하다. 관객이 인물에 애정을 느껴야 하니 최대한 예쁘게 보였으면 싶었다.”
두 주연 배우의 사실적인 연기가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든다면,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두 사람의 외모는 감정 몰입을 유도한다.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엿보인다. 이별한 연인의 재회에 대해 “줬던 사랑이 아까워서 다시 돌려받으려고 만나는 걸까?”라는 동희의 대사에서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관념적인 접근이 느껴진다.
극 중에 등장하는 롤러코스터는 일종의 이별 세리머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에 그들이 이별을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노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은 지난한 사랑의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별을 한다면 이들처럼 하고 싶다. 마지막에 두 사람은 서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준다.”
노 감독은 “이 영화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영이 예전에는 가족에게조차 자기의 감정을 숨기고 혼자 우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겠죠?’라고 카메라를 보며 웃는 사람이 된 거다. 영은 이 연애를 통해 솔직해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입문 10년 만에 데뷔… “영화는 나의 소통도구”
그는 “영에게 있어 이별의 충격은 두번째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둘 다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별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연애에 최선을 다한 두 사람이 이별을 통해 성숙해지는, 일종의 성장통을 겪은 셈이다.
노 감독은 2003년 <지구를 지켜라>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데뷔작을 내놓았다.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과 나는 열 살 차이인데, 그때 나도 10년 뒤에는 영화를 내놓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정확히 10년 만에 영화를 개봉시켰다. 기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것에 대한 불안과 초조는 그를 묶어두지 못했다.
“사람마다 각자 고유한 자기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단지 예술가뿐 아니라 직장인이라도 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펜이고 붓이라면 나에게는 영화인 것 같다. 이건 일종의 자존감 문제인 것 같다.”
데뷔를 위해 10년의 시간을 버티고 견딘 노 감독이 선사할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그가 선보일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까? 그의 말을 빌리면 “한 언론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진실과 거짓에 관한 영화다. 사람은 저마다 추구하는 진실이 다르다”는 메시지를 담아낼 예정이라고 한다.
글·지용진(매거진 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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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