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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탁구는 기로에 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못 따면 정말 더 힘들어집니다.”

‘한국 탁구 영웅’ 유남규(45) 탁구 남자국가대표팀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런던올림픽에서 탁구 남자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단체전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꾸준하게 “이제부터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 1989년 독일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우승을 차지하며 그랜드슬램을 차지한 ‘탁구 영웅’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유 감독은 올림픽이 끝난 뒤 감독직을 내려놓았다가 3월 8일 남자대표팀 감독에 재선임됐다. 계약 기간은 내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까지다. “쉬고 싶었지만 한국 탁구를 위해 다시 험한 길을 걷게 됐다”는 그는 책임감을 갖고 탁구 부흥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한국 남자탁구는 ‘세계 최강’ 중국의 강력한 대항마로 주목받아왔다. 유 감독을 시작으로 김택수(43)·이철승(41)·유승민(31)·오상은(36)·주세혁(33) 등 중국을 견제할 자원들이 꾸준하게 나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유승민이 개인전 남자단식에서 중국의 왕하오(30)를 꺾고 금메달을 땄을 때 세계 탁구계는 한국 탁구에 찬사를 보냈다. 유승민·오상은·주세혁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단체전에서 30대의 힘을 보여주며 은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이들의 뒤를 이을 신예들이 문제였다. 좋은 재목들이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국제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 2009년 고교 특급 3인방 정영식(21)·김민석(21)·서현덕(22)이 성인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이들은 각종 투어 대회에 출전했지만 대부분 1·2회전에서 탈락했다. 국내에서는 최고 에이스로 평가받지만 국제무대에서는 8강 이상에도 이름을 올리기 어려웠다.

유 감독은 신예들의 정신력 문제를 꼬집었다. 런던올림픽 전부터 상비군에서 이들을 키운 유 감독은 “조금 치고 올라가려다 주춤하는 게 반복되고 있다. 이는 자기 관리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면서 “새로 올라와야 할 선수들에게 절실함과 책임감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신예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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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들 절실함 갖게 토너먼트로 선수 선발”

다시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유 감독은 개혁을 시작했다. 대표팀 선발전 방식부터 바꿨다. 5월 13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선수를 가리기 위해 전면 토너먼트제 방식으로 선발전을 치렀다.

기존 추천방식은 과감히 버렸다.

유 감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대한 절박함을 갖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현숙 탁구협회 부회장은 “유 감독이 이 같은 선발전 방식을 먼저 제안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새로운 방식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발전은 1차례만 가진 게 아니었다. 3일 동안 5차례 토너먼트제 선발전을 치렀다. 12명의 상비 1군 선수들이 대진표를 짜서 1위 선수가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가져가도록 했다. 탈락한 선수들은 다시 처음부터 경기를 펼쳐 기회를 더 주도록 했다. 대신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아예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유 감독은 “한두 번 실수하면 몰라도 5번이나 못 올라오면 그건 실력이 없는 것이다.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 이 선발전에 대한 준비를 잘 하지 않았겠나”고 밝혔다. 결국 정영식·서현덕·이상수(23)·조언래(27)·김경민(22) 등 5명이 선발전을 통해 세계선수권에 나갈 대표 선수로 발탁됐다. 반면 컨디션 난조를 보인 김민석은 탈락했다.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진 탁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4월 7일 인천 송도글로벌대학에서 끝난 2013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한국 남자팀은 복식에서 ‘세계 최강’ 중국 탁구와 호흡을 맞췄다. 중국탁구협회의 선제안으로 이뤄진 ‘한·중 연합군’은 한국 탁구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다줬다.

선수들은 대회 전 훈련부터 중국 선수들의 선진 탁구 기술을 몸소 익히고 배웠다. 세계 3위 장지커와 짝을 이뤄 복식 우승을 차지한 서현덕은 “장지커가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작전도 많이 알려줬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여유 있게 운영하는 것도 배웠다”면서 “중국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봤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국제대회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고 밝혔다.

 

목표는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개

유 감독은 올 한 해를 ‘트레이닝 기간’으로 정했다. 한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 새 주축 선수들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이제 한국 탁구는 내가 끌고 간다’는 절실함을 줄 것이다. 근성을 갖고 실력을 쌓아야 세계 랭킹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 모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부터도 달라져야 한다. 선수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솔선수범 자세로 팀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과정만 잘 밟아 올라가면 충분히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한 유 감독의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복식과 단체전 금메달을 노려보고 싶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성공한 선수에서 좋은 지도자까지 꿈꾸는 ‘탁구 영웅’의 포부는 남달랐다.

글·김지한(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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