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덕수궁 돌담길 옆 성공회빌딩 지하에 위치한 ‘정동국밥’은 국내 최초의 민간 푸드뱅크를 출범시킨 성공회 푸드뱅크가 운영하는 국밥집이다. 국밥 한 그릇으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정동국밥에서 대한민국 푸드뱅크 사업의 선구자이자 정동국밥의 주인장 역할을 하고 있는 성공회 김한승 신부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뚝배기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 옆에 나란히 놓인 큼지막한 깍두기와 하얀 쌀밥의 조화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그야말로 한국인의 입맛을 자극하는 소울 푸드, 국밥의 힘이다. 다른 국밥에 비해 유난히 더 따뜻하다.
이 평범한 국밥 안에 ‘나눔의 실천’이라는 이웃사랑의 뜻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식당과는 달리 정동국밥은 2012년 4월에 문을 연 국밥집으로 국밥을 팔아 남긴 이윤을 노숙인, 독거노인, 결식어린이 등을 위한 무료급식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국밥집을 이끌고 가는 이는 성공회의 김한승(48) 신부.
우리나라 푸드뱅크 운동의 선구자로 1998년 성공회 푸드뱅크 설립 이래로 17년째 나눔을 실천하며 푸‘ 드뱅크의 한국화’에 힘을 쏟고 있는 열정의 소유자다.
“주위에 돼지국밥 식당 없어 이웃에 피해 안 줘 다행”
빵이나 소시지, 햄, 통조림 제품, 유가공품 등 별도로 조리할 필요가 없는 가공식품으로도 끼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것의 식자재를 조리한 반찬과 국이 있어야 제대로 된 식사로 여긴다는 차이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자재를 신선한 상태로 수집·보관할 수 있는 장소와 조리공간, 음식을 조리하고 조리된 음식을 용기에 나눠 담을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의 정동국밥 자리에 조리실을 만들었지요. 여기에서 음식을 만들어 버스에 싣고 서울역에서 배식을 했어요.”
그런데 조리공간이 마련된 다음에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사람’과 ‘돈’의 문제였다.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일손이 딸릴 때가 생기더라고요. 매일 그 많은 사람들의 밥을 만들려면 비용이 필요한데, 매번 그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힘들었죠. 그래서 식‘ 당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리게 된 거예요.”
당시 무료급식 조리실로 사용하던 성공회빌딩 지하 1층 공간의 약 148평방미터(약 45평) 면적이면 충분할 듯했다. 한적한 곳에 위치했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김 신부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고 한다.
“저희 식당 때문에 생계를 걸고 일하는 다른 식당이 곤란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이곳은 적격이었죠. 주변에 다른 경쟁 식당이 없거든요. 성공회 소유이기 때문에 장사가 힘들어져도 월세를 못 내 쫓겨날 걱정도 없고요(웃음).”
장소가 정해진 다음에는 메뉴가 문제였다. 수많은 식당 메뉴 중에서 과연 무엇을 팔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끝에 국‘ 밥’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무료급식을 하면서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이 얼마나 사람 마음을 푸짐하게 만드는지를 확인했어요. 또 국밥은 한국에만 있는 음식이잖아요. 장날에 커다란 가마솥을 놓고 여러 재료들을 넣어 펄펄 끓여야만 그 맛이 나죠. 그런 면에서 국밥은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눠 먹는 공동체 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눔이라는 의미를 담기에 적격이었죠.”
정동국밥의 주 메뉴는 돼지국밥이다. 반계탕과 순대, 오소리모둠 등의 다른 메뉴들도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역은 돼지국밥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국밥들 중에서 돼지국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신부는 “주변에 돼지국밥을 하는 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국밥은 다행히도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나지 않도록 고온에서 장시간 끓인 돼지국밥의 맛도 그렇고, 무엇보다 국밥 한 그릇 값에 들어 있는 나눔의 의미도 손님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큰 이익이 난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 목표한 대로 안정적으로 무료급식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부천에 2호점 내고 ‘소셜 프랜차이즈’로 또 다른 도전
정동국밥의 운영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었을 때 김 신부는 다음 단계로 눈을 돌리게 됐다. 바로 ‘2호점’의 개점이다. 정동국밥의 맛을 본 여러 사람들로부터 분점에 대한 문의를 받기는 했지만 여러모로 시기상조라는 생각에 보류해 왔었는데, 2년 여 만인 6월 중순 드디어 부천에 2호점을 내게 된 것이다.
경기 부천시 롯데백화점 뒤편 먹자골목에 문을 연 2호점 간판에는 소‘ 셜 프랜차이즈’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다. 가맹비와 수익금의 일부를 모기업이 가져가는 일반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기부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1억원 미만의 금액을 사용하여 2인이 운영할 수 있는 식당의 형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자금에 여유가 없는 노부부가 단둘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식당 경험이 없는 은퇴자들이 프랜차이즈 본사나 주방장에게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가다듬어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소셜 프랜차이즈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의 소셜 프랜차이즈가 될 정동국밥의 미래가 달린 2호점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이은진 객원/사진·전민규 기자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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