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그의 꿈은 화가였다. 달동네에 살 정도로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마냥 그림이 좋았다. 줄곧 미술반 활동을 하고 미술대회에 나가며 꿈을 키웠지만, 그림을 그리며 사는 인생은 그에게 사치였다. 남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나이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오방떡 장사를 했다. 그러다 마음을 다시 잡고 대학 입시에 도전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서울시 강북구청 공무원 김경수(50·수유제3동 행정민원팀장)씨의 이야기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변변한 꿈 하나 이루지 못했던 인생’이다.
그는 “목표로 했던 걸 이루기보다는 목표 주변에 떨어진 낱알을 줍는 데 만족하며 살았다”면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 설 때마다 좌절과 실패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직장인 모험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 11년 동안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 나미브 사막 등 모두 2,336킬로미터에 달하는 지구 곳곳의 사막과 오지를 달렸다.
그가 사막에 꽂힌 건 2001년 가을이었다. 평소 휴일처럼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 가득 황금빛 사막이 펼쳐졌다. 이어 마라토너들이 모래 먼지를 맞으며 사막을 횡단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그 순간 가슴에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며 “굳게 잠겨 있던 빗장이 ‘삐걱’ 하고 풀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사막 레이스에 참가하는 목표를 세웠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한창 돈이 들어가는 시기에 500만원이나 들여 사막에 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의 결정에 반대했다.
“아내만 반대하는 게 아니었어요. 시합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미쳤냐?’와 ‘왜?’였죠(웃음). 주위에서 하도 반대를 하니깐 ‘여기서 그만둘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저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그 전엔 늘 뭔가 시작해보기도 전에 쉽게 포기했었어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서 일상 밖을 넘보는 것 자체가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늘 마음에 후회와 미련이 남아 있었어요. 인생에서 한 번쯤은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그 열망으로 그대로 밀어붙였지요.”
마침내 2003년 그는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사하라 사막 마라톤(Marathon des Sables)’에 참가하게 됐다. 사막 마라톤은 짧게는 5박7일에서 길게는 8박10일 동안 열린다. 경기 중 잠을 자지 않고 횡단하는 ‘롱데이 코스’도 있으며 참가자들은 15킬로그램에 달하는 식량과 장비를 짊어지고 달려야 한다.
2006년·2009년엔 시각장애인 손 잡고 사막 횡단
“사막에 가기 전에는 사막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별빛을 보며 사막을 달리면 얼마나 아름다울까’란 생각을 했죠. 그런데 막상 레이스가 시작되고 나니까 그 여유를 즐길 수 없게 됐어요. 자갈길과 모래밭을 달리는데 1킬로미터도 가지 못하고 지쳤어요. ‘집사람이 말릴 때 못 이기는 척하고 레이스를 접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했죠(웃음).”
뜨거운 태양과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 쓰라린 물집을 견뎌야 하는 시간은 고통 그 자체였다. 두려웠고, 고독했고,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 5박7일간 243킬로미터를 완주했다. 이후 그는 10년 넘게 사막 레이스를 하고 있다. 2006년과 2009년엔 각각 시각장애인 이용술씨, 송경태씨의 손을 잡고 남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250킬로미터와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260킬로미터를 완주했다.
“레이스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요.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도 수십 번 있어요(웃음). 그런데 갔다 오고 나면 또다시 가고 싶어져요. 사막 마라톤에 나가면 짧은 기간 동안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경험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서게 되고, 또 어떤 때는 한없이 사람이 미워져요. 사막이 바로 ‘인간’ 자체거든요.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사막에서 다 배운 것 같아요.”
책이 출간된 후 그는 “공무원답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공무원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일상에 안주할 것 같다는 건 편견이에요.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분들이 제 주위에 참 많아요.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도 제 목표 중 하나예요(웃음).”
그는 ‘직장인 모험가’ 외에도 강연가로서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다음 날엔 한 방송사에 강연을 하러 간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막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지면 제가 경험한 것들을 많은 분들과 나누는 강연가로서 살고 싶은 계획도 있어요. 물론 사막에서 뛰는 일은 계속해야죠!”
글·김혜민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