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드라마 <미생>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화려한 출연진도 아니고, 가슴뛰는 러브라인도 아니다. 퇴근 후 동료들과 거나하게 술 한 잔 하며 하루를 견뎌냈다고 하는 사실적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비슷했다. 회사에서 일한 뒤 퇴근길에 술 한 잔을 하고 기숙사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오늘 하루를 잘 살았다’는 생각보다 ‘오늘 하루 잘 견뎌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친구의 소개로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 회사와 기숙사를 반복하던 내 삶에서 이제는 다른 어떤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행복했다.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퇴근 후 팝콘과 콜라를 사서 아내를 기다렸다. 연극이 막을 올리는 날에는 공연장 앞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서 기다렸다. 같이 공유할 문화가 생기면서 대화도 더욱 풍성해졌고 한 달 뒤에 어떤 공연을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하루를 견뎌내던 내가 한 달 후를 기다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올해 초 울산에 ‘문화가 있는 날’이 생겼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우리가 가던 영화관과 예술관, 연극 공연장이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특별한 할인을 했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와 혜택은 미리 ‘문화가 있는 날’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문화시설 이용이 가능했다. ‘문화’라는 말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간단하게 매월 마지막 수요일 영화 티켓이 할인된다고 말한다.
비로소 그런 혜택이 있는 줄 몰랐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주 아내와 함께 현대예술관에 다녀왔다. 재활용 작품을 전시한 ‘업사이클링전’이었다. 평소 쓰레기로만 생각했던 페트병과 빨대 등으로 예술작품을 만든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울산을 상징하는 고래도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회사에서 많은 자재들이 조립되어 완성되는 과정만 보다가 버려진 물품들로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든 것을 보니 정말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미생>의 작가 윤태호 씨는 ‘미생’이라는 제목이 “목숨은 부지하고 있으나, 과연 이게 진짜 사는 것인가” 하는 현대인의 의문을 은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문화 공연과 영화가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면 하루를 견뎌낸다기 보다 하루가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평생이 된다면 큰 차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가 있는 날’을 알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 공연 및 전시가 더 활성화되어 내가 사는 울산이 ‘문화의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글·박정인(29·직장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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