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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육아도 유머 입히자 재미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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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 장 넘기기가 어렵게 한참을 낄낄대게 된다. 공공장소에서 읽다가는 자칫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을 정도다. 본인이 꾸미고 디자인한 사진과 그림이 재미있게 섞여 있는 이 책은 다섯 살 준이, 세 살 솔이와의 육아전쟁을 생생히 다룬 한 엄마의 일기다. 2010년 개설한 ‘전투육아 블로그’는 마치 전쟁같은 육아 이야기로 폭풍 인기몰이를 하며 책 <전투육아>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그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만 하루 평균 2만여 명이고 카카오스토리에 그가 올린 글을 받아보는 사람은 6만7천여 명에 달한다.

저자 서현정(34) 씨는 책을 출간한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늘 같은 일상을 사는 ‘현재진행형’ 엄마이니 달라진 걸 모르겠어요.

가끔 이런 인터뷰 할 때 좀 다르다는 느낌 정도인 것 같아요”라며 낯설어했다.

육아에 있어서 엄마들은 남들에게 일일이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을 겪고 매순간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서 씨는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들을 모아 코믹하게 그렸다. “우리 애만 이런가 걱정하다가도 ‘아, 다 그렇구나!!’ 하며 웃을 수도 있고, 우리 부부만 그러고 사나 했는데 다 그러고 산다는 공감이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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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의 맛깔스러운 글은 독특한 사진작업과 만화 같은 디자인이 리얼함을 배가하면서 더 인기를 끌었다. 그는 세종대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와 본인 이름으로 학원을 개설해 입소문을 타기도 한디자인학원 원장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학원 운영을 하기에는 현실이 녹록하지 않아 ‘전업주부’의 길로 돌아섰다.

하지만 큰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산후우울증이 찾아왔다. 세상에 자신만 남아 있는 듯한 두려움과 묵직한 중압감에 짓눌렸다. 서 씨가 평범하던 자신의 블로그에 유머를 입히게 된 계기다.

“둘째를 임신하고 난 후 다시는 그런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재미있게 쓰게 된 것이죠.”

“산후우울증 싫어 둘째 갖고 블로그에 유머”

그의 블로그는 패러디 천국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유행 중인 가사나 개그프로그램을 본떠 육아 이야기에 입히는 형식이다.

‘어느 서울 엄마의 빡센 육아 얘기’는 ‘어느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패러디했다. “새벽에 잠 깨서 쩔었어요. 피곤 열매도 먹었구요. 애들 잠투정에 머리 곱게 미치면 예쁜 꽃 달고 침 흘리고파. (중략) 흐르는 냇물 위에 노을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 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엔 엄마 멘탈이 떠가는데 어느 늙은 서울 엄마의 빡센 육아 얘기.”

방문자 수가 폭주하던 시기도 유머러스한 블로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처음 올린 글 ‘북유럽스타일 인테리어의 최후’가 난리 났어요. 북유럽 인테리어로 신혼집을 예쁘게 꾸미며 준비하지만 결국 아이를 낳고 나면 지저분해지고 아이 놀이방처럼 바뀌는 현실적인 과정을 합성했어요. 그 글이 블로그 메인과 각종 유머사이트에 몇 번 올라가고 많은 분들이 스크랩해 가면서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죠.”

또 ‘공포의 점프수트’는 위아래가 이어진 점프수트로 멋을 내며 입고 나갔던 아기엄마가 화장실에서 아기띠를 풀고 어디서부터 벗어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렸다. “상상해 보면 정말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인데 그 당황하는 순간마저 유머러스하죠.”

학창시절부터 서 씨는 재미있는 친구로 통했다고 한다. “‘옆반 서현정이라는 애 좀 특이해. 재밌는 애 같아’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동네 아는 엄마들에겐 조용한 편이지만 그 성격 결국 어디 안 가나봐요.” 서 씨는 매 순간들을 재미있게 생각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말했다.

서 씨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엄마라는 직업에 당당하라고 조언한다. “요즘 <미생> 웹툰과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어요. 신입사원이 처음 회사에 들어가 적응하고 성장하는 내용을 보니 아이를 낳은 후 엄마가 되는 과정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나는 엄마 자격 없는 것 같아’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눈도 못 뜨는 아이를 낳아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이 직업 참으로 대단하지 않나요?”

글·박지현 기자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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