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배우 하정우 그림
“그림은 촬영 뒤 마음의 혼돈을 달래주는 힘”
하정우는 어딜 가나 ‘대세’라는 단어와 함께 소개된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남자다. 올해 초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액션영화 최고의 기록을 세운 <베를린>에 이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롤러코스터>를 끝냈고, 요즘은 차기작 <더 테러라이브>와 <군도>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있지만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언제나 새롭고, 때로는 낯설다. 매 작품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내는 그의 ‘살아 있는’ 연기 덕분이다.
그 또한 매번 다른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유독 강한 성격의 ‘센’ 캐릭터를 자주 맡는 편이라 카메라 불이 꺼진 이후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자신을 똑바로 보고 추스르는 과정이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게다가 이제는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는 하지만 그에게도 연기는 아직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어려운 과제다.
막막함과 부담감, 걱정과 고민에 휩싸여 밤을 지새울 때도 많았다. 그런 하정우를 토닥이고 일으켜 세우는 것이 바로 그림이다.
“영화 <황해>를 한창 촬영할 때였어요. 문득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 들면서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별을 바라볼 때 느끼는 아득한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스스로에게 어디에 서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
별처럼 멀리 있는 꿈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때 나무 위로 쏟아지는 별빛들을 표현한 그림을 그렸어요. 참 행복하다 싶더라고요. 곤두섰던 신경이 가라앉고 다시 새로운 에너지가 마음속 깊은 곳에 차오르는 기분이었어요.”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뒤죽박죽 얽혀 있고, 스스로 잘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 자꾸만 의심이 들 무렵 그에게 그림이 찾아왔다.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씩 그림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고 일을 하면서 내내 마음을 내리누르고 있던 답답한 마음이 점차 풀리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아마 그건 욕망이 해소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표현하지 못한 감정과 풀어내지 못한 욕망이 쌓이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바로 그리는 행위였던 것이다.
“연기에 지친 저를 치유하기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캐릭터를 이해하고자 그림을 그릴 때도 있어요. 마음 가는 대로 붓을 움직이다 보면 가슴속에서 뭔가 덩어리가 쑥 빠져나가는 듯한 개운함이 느껴져요. 집중력을 발휘해 촬영에 임하고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서라도 그림을 더 열심히 그리려고 해요. 그림으로 안에 쌓인 것들을 다 비워내고 나면 다시 캐릭터를 채워 넣을 수 있고 더 좋은 나를 만들어요.”
스스로를 다스리고 치유하는 ‘힐링’ 활동으로 시작한 그림은 이제 그의 삶 일부분이 됐다. 실력 또한 수준급으로 성장했다.
영화 <황해>에 그의 작품이 사용되기도 했고 권위 있는 전시회에도 여러 차례 그림을 걸었다. 뭘 해도 멋있는 배우 하정우는 그림으로 연기와 인생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가고 있는 중이다.
배우 고두심 맛있는 음식
“사람마다 힘들수록 찾게 되는 음식이 있잖아요”
대한민국 대표 ‘엄마 배우’ 고두심.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가족들에게 충실한 엄마, 서민적이면서도 정이 넘치는 다정한 엄마로 살아온 그는 데뷔 이후 지금껏 쉬지 않고 꾸준히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쳐왔다. 40년이란 세월을 순종적인 며느리로, 헌신적인 엄마로, 따뜻한 아내로 지내온 그도 때로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허기진 마음을 달래곤 했다.
사실 음식만큼 사람을 힘 나게 하는 것도 없다. 잘 차려진 한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온몸에 기운을 돌게 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고, 심리적인 안정을 주고, 허전한 몸과 마음을 채우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어떤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친해지고 싶을 때 “밥 한번 먹자”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만큼 음식은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하고, 또 사람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특유의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처럼 고두심은 평소 자연식 음식을 즐긴다. 제철에 맞는 채소로 쌈을 해 먹거나 무쳐 먹는 것을 좋아하고, 또 고향인 제주도에서 자주 접했던 생선을 담백하게 조리해 먹는다.
갖은 양념을 더하지 않아도, 현란한 조리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도,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은 혀를 기쁘게 하고 위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마음마저 위로한다.
불규칙한 촬영 스케줄에 녹초가 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어릴 적 좋아하던 음식을 찾아 먹는 것으로 추억을 통한 위안을 얻기도 한다.
“대단한 음식을 찾아 먹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제가 먹는 상을 보고 ‘이게 뭐야, 좀 잘 챙겨 먹어’라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사람마다 힘들수록 찾게 되는 음식이 각각 있는 것 같아요. 음식 하나하나에 나만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서 그런 걸까요.”
음식을 좋아하는 까닭에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도 마다하지 않고 참여하는 편이다. 오래전부터 요리 전문 프로그램을 맡았던 것은 물론 최근까지도 케이블채널에서 요리 프로그램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도 직접 출연했다. 그는 말한다. 맛있는 음식은 가끔 어떤 좋은 약보다도 효과적인 처방이 되어준다고. 고두심에게 음식은, 때로 삶을 지지해주는 따뜻한 응원이다.
아나운서 김경란 봉사활동
“나눔은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을 찾게 해요”
안정적인 진행 능력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김경란 아나운서. 그는 지난해 나눔으로 행복해지는 ‘제2의 삶’을 꿈꾸며 12년 동안 몸담았던 방송국을 떠났다. 그 소식에 아쉬움과 서운함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는 자신도, 이웃도, 세상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제2의 삶’에 대한 의지로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그만큼 그에게 ‘나누는 삶’이란 소중하고 간절한 것이었다.
“제게 있어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을 찾게 하는 활동이 바로 ‘나눔’이에요. 우연한 계기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돼서 그동안 꾸준히 지속해왔는데, 나눔이라는 게 누군가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게 아니라 나도 행복하고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길이더라고요. 봉사의 현장에서 막상 제가 직접 하는 일은 참 작고 별것 아닌 것들이에요. 하지만 제가 느낀 감동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값졌어요. 제가 한 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얻었어요.”
김경란 아나운서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아이들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계기는 아이티 봉사활동이었어요. 모든 것이 황폐해진 그곳에서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절망감이 크게 들었어요. 그런데 지진으로 아빠를 잃고 엄마와 아이들만 살고 있는 한 가정을 방문했는데, 서로 말도 안 통하는 사이지만 같이 계속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가까워지는 걸 느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저를 보고 활짝 웃는데 ‘희망’이란 게 뭔지 느껴지더라고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처참하기만 한 땅에서도 아이들은 희망을 품고 웃으며 살아가잖아요.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게 바로 어른들의 몫이겠죠. 당시 저도 여러모로 많이 찌들어 있는 상태였는데 아이들의 웃음에 사르르 다 녹아내리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마음을 나누며, 진정한 ‘힐링’을 경험했다는 김경란 아나운서는 행복한 나눔은 자신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를 따뜻하고 여유롭게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점차 나눔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고요. 다만 이런 모습이 그저 유행으로 끝나선 안 된단 생각을 해요. 진실한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실천해야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올바로 세우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자신이 진짜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늘 되새겨보고, 또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면서요.”
김경란 아나운서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가 나서서 ‘이렇게, 저렇게’를 보여준다고 해서 통하는 시대는 아니기에 조용히 자신의 멋진 삶으로 ‘나눔으로 얻는 힐링’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깨달은 최고의 힐링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음악
“바쁜 일정에도 음악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
세계 최정상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의 일상은 숨 가쁘게 돌아간다. 늘 향후 몇 년간의 연주 스케줄이 확정되어 있고 음반 녹음과 다양한 음악활동으로 ‘슬럼프에 빠질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뜨거운 열정으로 언제나 무대를 꽉 채우는 사라 장은 그 모든 시간들을 기쁘게 그리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저는 뭐든지 신나게 즐기려고 해요. 쉴 틈 없이 전 세계를 돌면서 공연을 갖고 음반 녹음을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여러 도시를 다니는 것도 새로운 곡을 만나는 것도 수많은 관객과 만나는 것도 모두 정말 재미있어요. 가끔 지치고 피곤할 때가 있기도 한데, 또 금방 재미있는 일을 찾아요. 무엇보다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좋아요.”
음악으로 세상과 만나는 그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음악을 즐기는 자세 그 자체에서 나온다. 아홉 살 때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 필 신년음악회로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음악을 내려놓은 적 없다는 ‘천재 소녀’는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그 음악의 힘으로 버티고 혹은 다시 일어나 결국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세월과 함께 음 하나하나는 더욱 깊어졌고 연주자로서의 자세 또한 성숙해졌다. 지난 20여 년간 늘 음악을 듣고 연주하면서 음악가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왔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예전에는 ‘음악’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연주자로서의 책임과 즐거움에 대해서도요. 그저 바이올린 켜는 것이 재미있고 베를린이나 빈에 가서 여행하고 연주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아마 10년쯤 전부터였던 것 같아요. 음악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함께 연주를 완성해내는 파트너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음악이 제 삶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됐어요. 또 음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치유하는지 알게 됐어요.”
올해로 한국 나이 서른셋. 아직 젊은 나이인 만큼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일상과 마주했을 때는 그도 밝고 웃음 많은 ‘아가씨’다.
친한 사람들과 어울려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고, 예쁘고 신기한 것이라면 우선 눈을 반짝이고 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평소 ‘정말정말’ 좋아한다는 드레스와 구두를 구경하러 다니고, 쇼핑을 하고, 칼로리는 높지만 기분을 좋게 만드는 달콤한 컵케이크를 먹으며 마음을 달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그를 가장 힘 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음악이다.
바이올린곡이 지겨워질 때는 동시대 솔리스트들의 연주를 듣거나 레이디 가가와 비욘세의 공연장을 찾아 신나게 몸을 흔들기도 한다. 오늘도 음악이 있어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계속해서 음악으로 단단하게 자신을 일으키고 채워나가는 중이다.
개그맨 이홍렬 수다
“즐겁게 살기 위해선 수다를 즐겨야 해요”
이 시대 최고의 개그맨으로 오랜 세월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홍렬은 누구나 인정하는 수다쟁이다. 그는 늘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다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그가 진행하거나 참여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 대부분에 ‘수다’란 단어가 들어가겠는가.
“요즘은 방송보다 강연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요, 직업이 개그맨이다 보니 ‘즐겁게 살자’는 주제로 강연을 자주 해요. 저는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수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다란, 곧 대화죠. 그래서 어머니들을 여러 명 모아놓고 그 앞에 서서 강의할 때가 가장 기분 좋아요. 또 제가 속해 있는 모임의 구성원을 보면 저 빼곤 다 여자일 때가 많아요. 아무래도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한 남자들보다는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여자들이 수다에 더 적합하지요. 모두 함께 앞다투어 이야기하고 웃고 즐기죠. 그럴 때 정말 신이 나고 기쁘다는 걸 느껴요.”
수다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소통의 다른 이름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근심이 100퍼센트 해소된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혹은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외따로 떨어져 있다는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꺼내놓고 보여주고 나눠야 한다. 의식적으로라도 주변 사람들과 ‘수다’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떠들기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꺼내놓는 만큼 듣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수다가 완성된다. 이홍렬은 그 어떤 사람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수차례 인터뷰와 오랜 방송 경험을 통해 ‘잘 듣는 법’을 익혀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가 ‘토크’예요. 그래서 토크쇼를 오래 진행할 수 있었겠죠. 방송을 할 때 사람들이 인터뷰하기 까다로워한다는 연예인들이 가끔 나왔어요.
그런 분들은 사전에 ‘이러이러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을 해놓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녹화에 들어가서 그 사람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저절로 하지 않겠다던 이야기를 먼저 꺼내놓을 때가 있어요. 그때 제 마음속에도 뭔가 시원한 느낌이 생겨요. 잘 듣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에게 모두 중요하고 좋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죠.”
마음을 담아 잘 듣고 잘 이야기하는 ‘좋은 수다’는 사람을 편안하고 유쾌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내가 이해받고 있고, 또 내가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언제나 유쾌한 수다쟁이를 자처하는 이홍렬은 일상이 언제나 ‘힐링’의 연속인 셈이다.
글·이연우(레이디경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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