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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병원 중환자실에 실려온 중학생 박대희. 평소 ‘문제아’로 불리던 그는 자신을 찾아온 천사와 악마를 만나 사흘 전으로 되돌아가 72시간을 다시 살게 된다.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끝나는 순간 대희 엄마는 중환자실에 누운 대희를 붙잡고 눈물을 쏟는다. “엄마가 못나서,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됐어. 엄마가 미안해.”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평소 원망만 하던 엄마의 진심을 보게 된 대희….

지난해 12월 열린 서울 구로중학교의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1위를 차지한 뮤지컬 <72시간>의 내용이다. 당시 3학년 2반 아이들이 만든 <72시간>이 1위에 호명된 순간,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30여 명의 2반 아이들은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72시간>은 단순한 뮤지컬이 아니라 그 안에 1년에 걸친 땀과 노력, 갈등과 화해,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녹아 있기 때문이었다.

“춤과 노래로 협동심·문제해결 능력도 키워요”

구로중학교 학생들이 뮤지컬을 시작하기까지 홍진표(49) 교사의 노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평소 뮤지컬을 통한 교과 통합교육의 가능성을 고민해 오던 홍 교사는 지난 2011년부터 구로중학교에서 뮤지컬 교육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뮤지컬 동아리 ‘가온’과 ‘특별반’이 참여했다. 특별반은 ‘뮤지컬과 인연이 먼’ 아이들을 모은 말 그대로의 특별반이었다.

“그 해에 유독 불량학생, 폭력청소년으로 분류되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학교폭력이 너무 심해 선생님들도 무섭다고 할 정도였죠. 교장선생님이 그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시다 뮤지컬을 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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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학교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아이들에 대해 구로중의 박택 교장은 ‘불량학생’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뮤지컬을 통해 아이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일단 공연을 한번 하고 나니까 조금씩 관심을 갖더군요. 점차 역할을 분담하고, 함께 힘을 모아 뮤지컬 연습을 하는 동안 친구들이며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갈등과 불만들을 해소하면서 자기 안의 폭력성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되찾아갔어요. 올해 스승의 날에도 찾아왔는데 모두들 입을 모아 ‘우리들을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더군요. 교사로서의 보람이 느껴지는 한마디였어요.”

특별반 아이들의 변화를 통해 뮤지컬 교육의 힘을 확인한 홍교사와 구로중학교는 2012년부터 3학년 전 학급이 1년에 걸쳐 뮤지컬을 한 편씩 제작하는 뮤지컬 수업을 해 왔다. 새 학기부터 뮤지컬 제작을 시작해 한 해가 끝나는 12월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자기들이 만든 뮤지컬을 공연하는 것이다. 홍교사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집중하게 됐고, 교사들도 다른 교과목과의 통합교육을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어수업 시간에는 뮤지컬 대본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 고민해요. 대본의 주제를 잡는 것부터 구성은 어떻게 짜는지, 복선이나 갈등 등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어떻게 넣는지에 대해 배워요.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이야기를 쓰면서 적용해 보고요. 도덕수업에서는 인간의 선악, 생명의 소중함 등을 고민하면서 ‘우리 뮤지컬에는 어떤 철학을 어떤 식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 외에도 기술수업 중에는 무대 배경과 소품을 만들고 미술시간에는 포스터를, 가사시간에는 의상을 만들면서 수업을 하니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와 집중도가 더욱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모두가 뮤지컬 수업에 대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학부모 중에는 ‘아이들이 공부할 시간을 뺏는다’며 반대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그 앞을 가로막는 장벽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가르쳐요.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뮤지컬 연습을 허락받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서 성적 관리도 철저히 하고 생활태도도 바르게 가지려 노력하죠.”

안정적 뮤지컬 교육 위한 방안 필요

홍 교사는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존감과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자신이 다른 학교로 부임할 거라면서 그 뒤 구로중학교에서 계속 뮤지컬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다른 교사들도 협력하고 있긴 하지만 뮤지컬 지도 전문강사 관리, 공연장 대여, 지원금 관리 등 뮤지컬 제작에 필요한 크고작은 일들이 홍 교사를 구심점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교사는 교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뮤지컬 수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교육을 하고 싶다고 도움을 청해 오는 학교들이 많은데, 대부분 얘기를 듣고 나면 고개를 흔들고 가버려요. 학교가 주도적으로 뮤지컬 교육을 하려면 교사들이 그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지금의 일만으로도 벅찬 거죠. 학교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모아 지역 단위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에서 예산을 관리하면서 뮤지컬 전문강사를 두어 지역 학교 아이들에게 춤과 노래, 공연에 필요한 음향기술 등을 가르치게 되면 학교에서 훨씬 수월하게 뮤지컬 수업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글·이윤진 객원기자 / 사진·전민규 기자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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