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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펴낸 주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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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춘기 시절, 소년은 아침에 눈을 뜨면 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생활에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살아야하는 이유를 몰랐던 소년에게 하루하루의 일상은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누군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고 이야기하면 소년은 ‘그러나 지구가 멸망하면 그 이름은 누구에게 남겨질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다른 친구들이 자율학습 시간에 열심히 공부할 때면 소년은 교실 바닥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누웠다. 선생님의 매서운 따귀도 소년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알려주지는 못했다.

우울함에 빠져 있던 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책’이었다. 소년은 자신이 살아야하는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책을 펴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소년은 ‘죽지않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소년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

지난 10월 21일 경기 부천의 한국만화박물관에 위치한 출판사 사무실에서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2권을 쓴 주현성(42) 작가를 만났다. 주 작가에게서는 우울했던 과거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밝은 표정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주 작가는 자신의 사춘기를 떠올려 볼 때 “예전에 비해 완전히 사람이 바뀌었다”며 “책을 읽으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독서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던 사람답게 그는 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는 10여 년 동안 출판 기획자로 일했다. 청소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서적을 주로 기획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을 발표하며 전업 작가가 됐다. 이 책은 인문학을 공부하고는 싶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인문학의 문을 열어 주는 책이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은 인문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출간 5개월 만에 10만부가 팔렸다. 이 책은 심리학, 회화, 신화, 철학 등 여섯 가지 주제를 통해 인문학의 높은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을 준다. 주 작가는 이번 가을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를 출간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가 1권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1권이 인문학의 ‘뼈’라면 2권은 그 ‘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책에서는 심리, 철학, 글로벌 이슈 등 인문학 주제에 대해 주로 다뤘습니다. 즉 인문학의 뼈대, 골격을 정리해 놓은 겁니다. 2권은 이 ‘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좀 더 구체적인 주제를 정했어요. 문예사조를 알면 문학을, 과학사를 알면 철학사를 이해하기 쉬워지거든요. 결국 깊이 있는 인문 지식을 쌓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2>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2권에서는 전편에서 소개하지 못한 ‘모네 이전의 회화사’를 시작으로 ‘미학’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모네 이전의 회화’, ‘문학과 문예사조’, ‘과학의 독립사’, ‘사회이론의 대가들’, ‘미학의 역사와 대중문화’ 등 5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가 분야를 옮겨갈수록 인문 지식이 더욱 확장되도록 책을 구성했습니다. ‘모네 이전의 회화’를 읽고 나면 ‘문학과 문예 사조’가 더 쉬워지고, ‘과학의 독립사’를 읽고 나서 ‘사회이론의 대가들’을 읽으면 그 지식이 더욱 정리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인문학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인문학이 쉽지는 않습니다(웃음). 쉬웠으면 저도 인문학을 공부하느라 고생하지 않았겠죠. 사람들이 인문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첫번째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죠. 학자들이 쓰는 용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고전을 읽기란 어려워요. 용어부터 제대로 정리하고 가야 학자들의 이론들을 이해할 수 있어요. 두번째는 고전의 이야기가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고전이 유명한 건 알겠지만 도대체 이 책이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하니 흥미를 가지기가 어려워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벌을 서는 게 되는 거죠.”

독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붙잡고 있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론서, 해설서 등 고전을 쉽게 풀어놓은 책부터 차근차근 읽어가는 게 도움이 돼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인문 서적을 보는 것도 괜찮아요. 얇은 책부터 읽다 보면 어느새 책 두께가 두꺼워질 거예요. 제가 바로 경험자입니다(웃음).”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를 느끼시나요?

“한동안 ‘인문학은 죽었다’와 같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너무 기쁜 일입니다. 르네상스와 같은 문화적인 대혁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천재 한 명이 만들어낸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역이 활성화되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식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인문학을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인문 주간을 맞아 인문학자로서 바라는 것이 있을까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졌지만 고전 서적은 잘 팔리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어려운 고전을 읽는 게 인문학에 다가가는 방법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수준 높은 책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독자들과 멀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자로서 사람들이 인문학에 편하게 접근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인문학 수요’를 창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글·김혜민 기자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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