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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저개발 국가를 무조건 도와주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식 플랫폼을 만들어 저개발 국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열린 토론을 하여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기반으로 저개발국가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유엔 사무총장의 과학자문위원으로 위촉된 민동필(66) 과학기술협력 대사의 말이다.

이번 과학자문위 구성은 유엔의 고위급 자문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안한 것이다. 201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리우+20)에서 채택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민동필 대사는 “고위급 정치포럼이 보다 단단한 과학적 토대 위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과 정책을 더욱 긴밀하게 연계시키는 것이 과학자문위의 역할”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에게 각 분야에서의 과학적 발견이 고위급 정치포럼의 정책에 신속하게 반영되도록 과학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4일 뉴욕에서 개최된 유엔 총회 산하 ‘제1회 지속발전을 위한 고위급 정치포럼’에서 출신 지역 및 분야를 망라한 26명의 과학자문위원이 구성됐다.

과학자문위원들은 남녀 비율이 각 13명씩이며, 지역별로는 아프리카 6명, 유럽 6명, 아시아·대양주 9명, 미주에서 5명이 선정됐다. 분야별로는 생물과 해양, 환경 부문 전문가가 많이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각 국가의 정부측 인사나 국제적 연구그룹, 정책위원회의 책임자, 글로벌 거버넌스와 국제 관계 및 공중보건 전문가 등 전 세계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포진해 있다.

국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한 민 대사는 유네스코 본부와 세계학술연합회(International Council for Science)의 추천으로 선정됐다. 국가적 과학 발전 프로젝트 기획과 수립, 저개발 국가들과의 과학기술 협력과 기술 이전, 과학기술계의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 등 그동안 쌓아온 그의 경력이 높이 평가됐다는 것이 외교부가 분석한 그의 추천 이유다.

“지난해 열린 ‘리우+20’ 회의에서 ‘개방된 지식 플랫폼(Open Knowledge Platform)을 통한 저개발 국가 지원’을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발표가 끝나자마자 유네스코와 세계학술연합회 소속회원들이 제게 다가와 ‘감동을 받았다. 기회가 생기면 같이 일하자’고 했습니다. 사실 이 두 기관이 이번에 과학 자문위원들을 뽑는 주요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의 강연도 이번 추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짐작됩니다.”

 

“빅 데이터의 올바른 분석도 세계의 지속성장 위해 필요”

그가 강연한 ‘개방된 지식 플랫폼’의 내용은 전 세계인들이 자신이 아는 지식과 원하는 지식을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나라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내용이었다. 지식을 공유하면 좋은 기술이 만들어지고, 그 기술이 그 나라의 성장 동력이 되는 기업 설립으로까지 연결돼야 지구촌이 함께 잘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주장이었다.

민 대사는 “과학자문위원 활동을 하면서도 ‘가난 해소’에 가장 큰 포커스를 두고 싶다”며 “특히 가장 관심 있는 나라는 우리 동포인 북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가난 해소를 위한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과학자문위가 파트너로서 의논하고 문제를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남북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민 대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만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반기문 총장이 지구 온난화와 관련해 북극의 다산기지를 방문했을 때 그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자격으로 반기문 총장을 만났었다. 그때 민 대사는 반 총장에게 ‘우리나라의 좋은 국립연구소들이 지구 온난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평화 유지, 국제 안보, 인권 존중 등 유엔의 세 가지 중요한 미션이 성공리에 완성되려면 과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질적 경제 발전은 과학 발전의 페이스와 같이 가야 하니까요. 총지휘자가 유엔 사무총장이고 과학자문위원들은 그 일을 돕는 역할을 하겠죠.”

과학자문위 발족식과 첫번째 회의는 반기문 총장의 일정에 맞춰 오는 12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위원장 선출과 더불어 앞으로의 구체적인 기능 및 활동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민 대사는 현재 한국계산과학공학회장도 맡고 있다. 물리학의 연구결과를 수치해석 시뮬레이션으로 컴퓨터와 접목시켜 연구해 온 그는 컴퓨터 부문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데이터가 양산되는 시대엔 이를 제대로 분석해 정확한 정보를 추려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류가 쌓아온 모든 정보의 양이 2년 만에 두 배씩 늘어납니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방대한 정보를 다 뒤적거린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요. 이런 빅 데이터를 잘 분석해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 또한 세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이죠.”

그는 “빅 데이터를 분석하면 미래를 예상하고, 그 예상이 맞는지 수치화해 볼 수 있다”며 “이제 지진이 나면 건물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홍수가 나면 어떤 인터넷 장비가 잠기니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고 3차원으로 보여주는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상이나 재난 예보 등 개별 분야에서 제각각 연구를 하다 보니 데이터의 처리, 정보 가공 등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런 연구 노력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한국계산과학공학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동필 대사는 “우리나라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형 사고와 재해에 대한 조기 경보 장치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이는 소극적인 생각”이라며 “논의의 장을 활발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예측해 사고와 재난을 예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미숙 기자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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