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유경옥(49·홍천군 홍천읍)씨는 2010년 늦깎이 고교생으로 홍천농고에 입학했다. 지체장애(다운증후군)가 있는 아들 염수종(20)군의 학업을 돕기 위한 선택이었다. 유씨가 쉽지 않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사춘기 아들이 일반 아이들 틈에서 혹시 소외되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애틋한 ‘모정’ 때문이었다.
유씨는 먼저 아들과 동반 입학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용기를 내 홍천농고의 문을 두드렸다. 30여 년 전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끝으로 학업을 더 이상 잇지 못한 유씨는 “입학하는 데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학교측의 답변을 듣고 곧바로 입학원서를 냈다. 비록 아들을 위한 일이었지만 유씨는 일부러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 아들 염군은 농업경영과, 유씨는 식품가공과였다.
아들의 홀로서기를 생각해서였다. 유씨는 등·하교 시간과 쉬는 시간에만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유씨에게 아들과 함께한 지난 3년간의 학교생활은 행복 그 자체였다. 유씨는 3년 내내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 특히 아들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장애학생들이 모여 있는 ‘도움반’의 도우미 역할을 자청했다. 그러고는 3년 동안 아들의 같은 반 장애학생 9명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면 가장 먼저 나서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마음의 문을 열었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의 입장에서 또래 친구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체험학습 때는 장애학생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똑같이 도왔다. 또래 도우미 자격으로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순탄치 않았던 학교생활, 아들 보며 극복
학교 축제 때는 수화공연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지역의 옥수수축제 때는 땡볕 아래서 학교의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옥수수식혜를 개발해 시음행사를 열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유씨는 강원도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로부터 장애청소년 우수 도우미로 선정됐다.
유씨가 아들과 함께 학업을 시작한 데는 가족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도 큰 몫을 차지했다. 남편 염선기(51)씨는 힘들게 학교를 다니는 아들과 부인을 배려해 작은 승용차 한 대를 사줬다. 유씨의 모친 한인순(79)씨는 유씨가 학창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진학을 포기한 것이 미안해 쌈짓돈을 털어 교복 구입비로 내줬다. 졸업식장에서 유씨가 아들과 함께 입었던 교복은 바로 유씨 모친이 준 ‘향토장학금’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40대 후반의 나이에 다시 시작한 유씨의 학교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씨는 “입학 당시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과 아들·딸 같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게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을 먼저 이해하고 다가가자 한 학기 정도가 지나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학과 공부도 쉽지 않았다. 특히 영어와 수학이 어려웠다. 유씨는 그러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이 어린 선생님에게 먼저 다가가 물어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씨의 이 같은 학교생활의 원동력은 바로 아들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
성적도 3년 내내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가정주부로서 생활한 그간의 경험과 솜씨를 살려 고교 3년 동안 제빵기능사·한식기능사·양식기능사 자격증도 따냈다. 2011년 열린 ‘전국 FFK 전진대회’에서는 비생산가공분야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씨는 2월 14일 아들과 함께 홍천농고 제59회 졸업장을 받았다. 이날 학교가 주는 ‘함께걸음상’과 기능상·3년개근상·공로상·강원도교육감상·한국스카우트연맹총재상 등 각종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그 중에서도 유씨에게 가장 각별한 의미가 있는 상은 ‘함께걸음상’이었다. 아들과 3년 동안 함께 재학한 어머니의 뜻을 기리고자 학교측이 특별히 마련한 상이었다. 그 상장에는 홍천농고 교사들의 마음이 담긴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어머니를 따르고 존경하는 사랑이 결실을 맺어 함께 졸업하는 영광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들 친구이자 내 친구인 동급생들에게 감사”
졸업식장에서 유씨는 후배들의 송사에 답사자로 나서 눈시울을 붉히며 졸업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학교 정문을 나서면 모든 것이 그리울 것 같다. 아들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인 동급생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는 “수종이와 함께 한 지난 3년간의 학교생활이 너무나 행복했다”며 “사회에 나가서도 열심히 사는 것이 학교에 누가 되지 않는 일이고 학교와 주변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들 염군은 ‘함께걸음상’과 함께 장애학생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는 취지에서 학교측이 마련한 ‘희망누리상’을 받았다.
염군은 “엄마와 학교를 다녀 너무 좋고 행복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아들을 위해 고교에 입학했다가 함께 졸업하는 유씨의 꿈은 여전히 아들에게 맞춰져 있다. 아들과 함께 지적장애인을 돕는 카페를 여는 것이다. 카페를 열어 장애인들을 고용해 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도 줄 계획이다. 학문에 대한 욕심도 포기하지 않았다. 유씨는 “기회가 된다면 아들과 함께 장애인을 돕는 데 필요한 사회복지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진민수 (강원도민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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