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직장생활 7년차에 접어든 27세 여대생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10년 전 가정형편이 갑자기 나빠졌습니다. 대학 진학은 고사하고 어린 나이에 두 여동생과 열한살이나 차이 나는 남동생을 부양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주변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권했습니다. 고졸 여성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공무원이라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고등학교 졸업 전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서울 강남, 종로, 노량진 등 고시학원이 있는 곳곳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합격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공무원시험이 열풍처럼 번지던 시기이기도 해서 가뜩이나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일반 직장생활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린 여성은 일반 직장에 다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차별이 심하다고 했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그래도 해야 했고 견뎌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졸 직장 여성 생활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단했습니다. 임금은 적고 업무는 차별받았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직장생활은 제게 자괴감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웃었습니다. 이 정도도 못 견딜까 싶어서요. 의지로 견딜 수는 있었지만 표정은 솔직했습니다. 우울해하는 저를 본 한 직장 선배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아마추어 같이 왜 그래? 선수가!” 고졸이나 여성이라는 건 일을 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여성이라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생각해 편한 일을 찾는 것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눅 들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학력이나 여성이라는 건 제가 안고 있는 마음속 장애였습니다.
고졸 학력은 제게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성차별은 여성이라는 특징을 도드라지게 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극복했습니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단순하고 고정적이던 업무가 다양하게 바뀌어갔습니다. 승진을 하고 조금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는 직장으로 이직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사회제도적으로 보면 남녀차별은 많이 사라졌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불평등이 여전히 있습니다. 여전히 여자는 남자와 달라서 이렇다, 저렇다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전에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위축되고 숨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립니다. 이제 저만 잘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적은 다른 여성이라고 하던가요. 여성의 적은 여성 그 자신이 가진 마음가짐입니다.
글·정수현 직장인·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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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