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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랑할 엄마과학자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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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 때만 해도 금세 (직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착각’했지요.”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변해선(38) 연구교수는 요즘 말로 ‘경단녀(경력단절 여성의 줄임말)’였다.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삶은 공학관 연구실의 작은 컴퓨터와 집뿐이다.

“아이를 둘 키워보면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될 거예요.” 변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복직에 성공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슈‘ 퍼 맘’이다.

고등학생 시절 컴퓨터 활용이 재미있었다는 변 교수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꿈꾸며 하루 9시간 이상 모니터 화면과 씨름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꾸준히 그 길만 고집했다. 여성이라 불리하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한창 인터넷 붐이 일었고 컴퓨터 업계에서는 경쟁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하면 되겠구나’ 싶은 자신감이 있었다. 딱 출산 전까지는 그랬다.

박사학위를 받기 이틀 전 첫아이를 낳았다. 변 교수는 이때부터 모든 삶이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꾸준히 해 왔던 연구를 쉬면 도태된다는 생각에 산후조리 2개월만에 ‘박사후 연구원’이 되었다. “생후 3개월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첫째를 출산한 지 8개월. 둘째가 ‘덜컥’ 생겨 버렸다. 연구 논문을 구상하기도 벅찬 시간,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이끌고 연구와 육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임신 6개월째 그는 연구실을 떠났다. 박사후 연구원 1년차였다. “떠날 때만 해도 금세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지요.”

연년생 두 아이의 육아는 그에게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한 아이만 키우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새벽에 일어나 둘째에게 우유를 타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첫째 옷 갈아입히고. 그렇다고 (아이가) 인형처럼 가만히 있나요? 한창 움직이면서 시리얼 엎고, 어지럽히고…. 잠깐 안 보는 새 연구 중인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쿵쿵 두들기고 있질 않나. 매일이 아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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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덕에 연구현장 복귀

연구실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공백은 컸다. 여기저기 지원해 봤지만 계속 고배를 마셨다. 그렇게 1년 2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변 교수의 세부 전공인 컴퓨터 네트워크 분야는 점점 길이 좁아졌다.

그는 “특히 IT분야는 워낙 급변하는데다 어린 친구들이나 해외박사들이 많아 쉽게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며 “막막하고 답답하고 불안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어느날 메일이 도착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서 ‘2013 여성 과학인 경력복귀지원 사업’을 한다는 모집공고였다. 2012년에 시작한 이 사업에는 대학연구원 모집도 포함됐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원서를 썼다. “합격 통보를 받고 정말 기뻤지요. 공부했던 모교인데다가 일과 육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거죠.”

기쁜 마음으로 모교에 복귀했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다.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극심한 우울증을 겪어야 했다. 부부싸움도 늘고 엄마로서 해서는 안될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변 교수는 오기가 생겼다. 퇴근 후 밤 9~10시에 아이를 재워놓고 새벽 1시에 알람을 맞춰 뒀다. 쪽잠을 자고 일어나 연구에 몰입했다. “경쟁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그는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교육부에서 주관한 ‘리서치펠로우프로젝트(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상호작용 지연 최소화를 위한 복합프레임워크 개발)’를 맡으면서 연구교수가 됐다.

요즘의 꿈은 두 가지다. “연구자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실적을 내는 거죠. 지금 실험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요, 조만간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는 연구 이야기를 하면서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두번째 꿈은 더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는 거요. 나중에 커서 아이들이 ‘우리 엄마는 과학자’라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박지현 기자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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