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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조정 간판스타 박준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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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라는 편견이 스포츠만큼 심한 곳이 있을까.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힘찬 노질을 하는 선수가 있다.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박준하(40·한국수자원공사) 선수다.

박 선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도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위해 노젓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하루 7시간 이상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힘들지만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조정을 원없이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늘 응원해주는 가족도 있고요.”

특히 이번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에 임하는 박 선수의 각오는 남다르다. 국내에서 열리는 첫 세계 대회이니만큼 막중한 사명감을 가지고 훈련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조정이 국민들에게 ‘재미있는 스포츠’임을 각인시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보낼 생각이다.

“조정은 노력한 만큼 그대로 결과로 이어지는 스포츠예요. 그래서 아주 인간적인 스포츠죠. 인생이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종목이기도 하고요. 이번 대회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박 선수는 한국 장애인 조정의 간판 스타다. 그는 2012년 월드컵 2차대회 은메달을 비롯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 장애인 조정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의 힘과 키를 따라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조정은 키가 크고 팔이 긴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한 번의 스트로크(노젓기)에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어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박 선수의 성적이 대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 조정 경기에 쓰이는 배는 노를 젓는 선수들의 안장이 앞뒤로 움직인다. 온몸을 앞뒤로 크게 움직일 수 있게 해서 더 효율적으로 노를 저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그가 출전하는 종목은 모두 안장이 고정된 AS(팔과 어깨를 쓰는 종목)다. 팔과 어깨만을 쓰다 보니 다른 종목에 비해 몇 배 힘들고 부상의 위험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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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장애… 가족의 힘으로 극복

박 선수에게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3년 4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됐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죠. 사람 만나기도 두렵고 남들의 시선이 무서웠어요. 나쁜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고요.”

영업사원으로 일할 정도로 활발한 성격을 가진 그였지만 장애라는 큰 벽은 감당하기에 벅찼다. 박 선수를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이었다. 세 딸아이의 아빠인 그는 가족의 힘으로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3“어느 날 병원에 있다가 잠시 집에 들렀는데 딸들이 아장아장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목놓아 울었어요. 그때 나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무너지지 말아야 되겠다고 다짐했죠. 하지만 지금은 가족들한테 제일 미안해요. 아이들이 방학인데도 하루도 놀아주지 못하니까요. 아빠로서는 빵점이죠.”

박 선수는 대학 때까지 조정 선수를 했기 때문에 조정이 힘들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고 후에도 다시 노를 잡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의 실력을 아쉬워한 대학 선배들과 조정 관계자들의 끈질긴 설득이 박 선수를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다.

“불편한 몸으로 조정을 다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혹시라도 운동을 하게 된다면 배드민턴이나 탁구를 하려 했지요. 주위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점점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조정이고 나와 같이 아픔을 겪은 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조정이라고 생각했죠.”

다시 노를 잡은 박 선수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전국체전 등 국내 대회 우승은 그의 몫이었다.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소속 팀까지 생겼다.

그가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무엇보다 값지게 얻은 것은 자신감이다. 박 선수는 자신이 남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비장애인들도 힘들어하는 스킨스쿠버를 취미로 하고 있다.

“생활하면서 불편한 걸 못 느껴요. 최소한의 것을 빼고는 남의 힘을 빌리지 않아요. 단지 나는 괜찮은데 남들이 괜히 안 좋게 바라보는 것이 가장 불편해요. 앞으로도 많은 것을 즐기고 도전하고 싶어요.“

박 선수는 선수로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2016년 브라질 올림픽 메달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은퇴하는 것이 꿈이다.

“40대로 접어들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느껴요. 저와 경쟁하는 외국 선수들이 30대 초반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올 수밖에 없죠. 다음 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있어요.

무조건 메달을 딸 거예요. 메달 색깔은 상관없어요.”

그가 은퇴한다고 해서 조정과 이어진 끈을 놓는 것은 아니다.

박 선수는 은퇴 후 지도자로 후배 양성에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이다.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세계적인 선수를 만드는 것이 그의 또 다른 꿈이다.

박 선수는 조정과 인생을 결부시켜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종목과 달리 조정은 뒤를 보면서 하는 운동이에요. 내가 노 저은 물살을 보고 똑바로 저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바로 바로 고칠 수도 있죠. 인생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온 길을 돌아볼 수 있어야 올바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조정은 철학적인 스포츠라 말하고 싶어요(웃음).”

그의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글과 사진·진광호(대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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