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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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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570년이 됐는데 이제야 이 땅에 한글박물관이 생긴 겁니다.” 일흔을 넘긴 국어학자는 내년 개관할 국립한글박물관을 두고 “대견한 한편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글은 그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지만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것도, 전문적으로 연구된 것도 1세기가 채 안 된다. 그동안 ‘과학적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했다’는 정도 외에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지식도 그리 풍부하지 못하다. 홍윤표(71·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개관위원장이 안타까워하는 지점이다. 홍 위원장은 한글박물관이 이런 문제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개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30여 명의 개관위원들을 융합해야 한다. 개관위원에 국어학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용수, 패션 디자이너, 서체 디자이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글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개관위원장은 이들 위원들을 폭넓게 이해하고 함께 협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금까지 한글을 두고 각 분야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만을 키워왔다. 한글박물관 개관위원회는 각 분야 의견을 종합하고 한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조화롭게 융합해낼 계획이다.”

 

한글박물관 건립의 의미는 뭔가?

“우리말, 한글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세계적으로도 문자를 대표하는 박물관은 몇 군데 없다. 중국의 한자박물관과 이스라엘의 알파벳박물관뿐이다. 지금 만드는 한글박물관은 이처럼 세계적으로 대단히 가치 있는 위상을 가진 박물관이 될 것이다.”

 

한글이 좋다는 건 막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 왜 좋은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일반인들은 별로 없다.

“한글을 단지 의사전달의 도구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글의 가치는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창조적인 의식 등이 모두 그 언어의 가치에 포함된다. 사실 그간 우리는 이런 다양한 기능들 중에 의사소통 분야만 연구해왔다. 한글을 협소하게 바라보게 된 이유다. 이제는 한글을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의 문화를 폭넓게 연구해야 하는데, 한글박물관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전시물이 중심이 되지 않나?

“박물관은 원래 전시 기능 외에도 연구 기능을 가져야 한다.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한글 관련 학회들의 세미나가 한글박물관에서 열려 폭넓고도 깊게 연구돼야 한다. 물론 전시 기능도 중요하다. 한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해 한글박물관에 전시하는 게 국어학자로서 개인적인 꿈이다.”

 

한글은 우리 문화 속에 어떻게 녹아 있나.

“국어사를 연구하면서 다양한 한글 자료를 찾아봤는데, 문헌으로 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돌·도자기·일반 문서·질그릇·여성의 치마폭 등에 다양하게 한글이 쓰였다. 불교와 유교 등 여러 정신유산도 한글로 전승돼 왔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문화 전반에 한글이 널리 활용돼 왔다. 한글박물관은 이 같은 유물을 통해 과거를 배우고, 현재 한글의 모습을 기록하며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될 것이다.”

 

내년 개관하는 박물관에는 어떤 콘텐츠가 담기나?

“박물관 운영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번째로 이전에 보인 천편일률적인 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글은 우수하다’는 자족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왜 우수한지 인류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재미있어야 한다. 한글에 대한 정보는 많다.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국어 강의하듯 한글에 대해 설명하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한글이 실제로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언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를 만들 것이다. 셋째, 항상 다른 언어와 비교해서 설명해야 한다. 운동경기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있어야 재미가 있다. 한자·알파벳 등과 한글의 과학성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제시할 계획이다.”

 

박물관이 한글에 대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인가?

“박물관은 유물을 전시하는 것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한글로 된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쓰였고, 지금은 어떤 말로 대체됐고, 왜 사라졌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문 연구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연구 개발이 한글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 유물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우리 선조들이 한글을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글박물관에는 아직까지 몰랐던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한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박물관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유물은 변함이 없어도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달라.”

글·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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