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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애벌레 ‘라바’ 탄생시킨 맹주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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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뉴욕 52번가 횡단보도 밑 하수구. 온몸을 꿈틀대며 하수구를 누비는 두 마리 애벌레는 지하로 떨어지는 온갖 쓰레기들을 가지고 어이없는 ‘쇼’를 선보인다. 팔다리가 없어 긴 혀를 뽑아 척척 빈 병을 타고 오르고,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한다. 소시지 하나에 목숨을 걸고 ‘꺼억꺼억’ 트림하고 방귀를 쉴 새 없이 뀌어대는 두 주인공은 1분여간 정신을 쏙 빼놓는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한번쯤 보고 ‘킥킥’ 웃었을 법한 장면들이다. 토종 슬랩스틱 코미디 애니메이션 <라바(larva)>다.

애니메이션계 ‘아이돌’로 불리며 그야말로 요즘 대세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2013 대한민국콘텐츠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이미 97개국에서 방영하고 있으며 올해 캐릭터 수입으로만 6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제품만 700여 가지에 이른다. 내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에미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12월 17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투바엔터테인먼트에서 라바캐릭터를 창조한 ‘아빠’ 맹주공(41) 감독을 만났다. 요즘 ‘효자’ 라바 덕에 연신 싱글벙글이다.

2011년 첫선을 보인 <라바>는 KBS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다. 회당 분량이 90초에 불과해 유튜브를 비롯해 지하철, 버스, 아파트, 엘리베이터, 옥외 전광판까지 진출했다.

“영상이 길면 잘 안 보니까 짧은 시간 ‘빵’ 터뜨리는 것을 기획한 거죠.”

이 애니메이션에는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다. 맹 감독은 “언어는 감성과 문화를 직접적으로 담기 때문에 우리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까지 의미를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대사가 없는 만큼 다양한 표정들로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신 방귀, 트림, 똥 등 소재들이 원초적이다. “이런 소재는 인류 공통의 유머”라는 맹 감독은 “버스에 앉아 있다가 누군가 방귀를 뀌어봐요. 더럽다기보다 웃기다는 생각에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되죠. 그런 생각들은 국경을 초월하나 봐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왜 하필 친근한 동물을 제쳐두고 애벌레를 선택했을까? 맹 감독은 “망가지기 쉬우면서도 독특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에 가보니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았어요. 꼭 예쁘고 귀엽게 생겨야 사랑받는 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시즌 1 배경이 하수구인 이유는 굉장히 현실적이다. “제작비가 없었다”며 운을 뗀 맹 감독은 “예산이 적게 들려면 배경이 한정적이어야 해요. 하지만 에피소드마다 아이디어는 새로워야 하죠.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 보니 사람들이 음식물이나 담배꽁초, 각종 쓰레기 등을 다 버리는 배수구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라바가 탄생하기 전까지는 그의 인생도 꼭 라바의 수난과 비슷했다.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하던 그는 순수미술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소수만이 아니라 대중을 위해 그림을 그려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화를 생각하게 됐고, 이왕이면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렇게 용기를 갖고 차린 기획사는 얼마 되지 않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후 들어간 벤처회사도 3년 뒤 어려워졌다. 다시 창업을 했지만 창작과 외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실패했다. 거듭되는 실패에 지쳐 있을 무렵이던 2007년 지금의 투바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게 됐다. 그의 나이 서른 다섯이었다.

이후에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창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심이겠죠. 우리 것 좀 만들어보자는 가슴 속의 뜨거운 욕구를 해결해야 했거든요.” 지금의 라바가 탄생하게 된 계기였다.

내년 5월 전국에 ‘라바 테마파크’ 신설

맹 감독은 지금의 라바 캐릭터의 초기 스케치들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줬다. 수십 개에 달하는 애벌레들이 각종 무늬와 크기별로 ‘진화(?)’하고 있었다. 고뇌의 흔적이 보였다. 무엇보다 그가 강조한 부분은 캐릭터 ‘옐로우’의 콧구멍이었다. “원래 콧구멍이 없었는데 디자인하는 친구가 자꾸 콧구멍을 그려넣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상하더니 자꾸 보니까 웃기더라고요. 콧구멍은 <라바> 시즌이 거의 다 만들어지면서 급히 그려넣은 거예요.” ‘옐로우’의 콧구멍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캐릭터의 표정을 더욱 풍부하게 살렸다. 콧구멍으로 비눗방울을 만드는 에피소드도 만들었다.

이런 기발한 에피소드는 6명으로 구성된 스토리팀이 매번 머리를 쥐어짜야 만들어진다고 했다. 틈만 나면 탁구대로 만든 테이블에서 회의를 한다.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스토리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빵이 어떨까?로 시작하면 빵을 갖고 이야기가 덧붙여져요. 그러면서 디테일이 더해지죠. ‘그 똥을 어떻게 할까?’ ‘콧물을 더 늘려?’와 같은 시답잖은 내용으로 고민을 계속해요.”

다행히 스토리팀원들은 모두 재미있는 친구들이라고 했다.

“라바와 비슷한 인물들이죠. 특히 초창기 멤버 안병욱 조감독은 캐릭터 ‘레드’와 똑같아요(웃음).” 그렇게 만들어지는 하나의 에피소드에는 6주에서 8주의 시간이 걸린다.

내년에는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2014년 5월 전국에 ‘라바 테마파크’가 신설된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진다. 2015년쯤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극장용 <라바>도 한창 작업 중이다. “어떤 스케일로 만들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내용도 훨씬 다양하고 풍부해야 할 거고요.” 라바 아빠 맹주공 감독은 지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글·박지현 기자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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