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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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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암살자’.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호령하고 있는 박인비(26)의 별명이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도 표정 변화 없이 샷을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경기 내내 특유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박인비를 보고 미국프로골프(PGA) 최고의 퍼팅 고수로 꼽히는 브래드 팩슨은 “1라운드 1번홀이든 마지막 라운드 18번홀이든 ‘중요도 하(下)’ 정도의 자세로 퍼팅에 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강한 정신력 뒤에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바로 조수경 소장(45·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이다. 박인비는 5년 째 1주일에 한 번씩 조 소장과 통화하며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매 라운드별로 조 소장과 의논해 단기 목표를 설정한다. 이기고 있을 때와 추격할 때는 마음가짐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박인비의 최대 장점을 묻자 조 소장은 ‘행복’이란 키워드를 꺼냈다.

“인비는 ‘행복’이란 말을 자주해요. 스스로 ‘행복한 선수’이길 원하거든요. 그만큼 낙천적인 성격이기도 하고요. 올해 인비와 제가 세운 목표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행복한 선수’였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승컵을 차지해야 하는 골프선수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선수는 무엇을 할 때 자신이 행복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언제인지 잘 알아야 해요. 행복하지 않다면 괴롭고 싫더라도 그런 자신을 인정해야 하죠. 그래야 그걸 개선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되거든요. 누구든 행복하지 않은 일을 잘 하긴 어렵잖아요?”

조 소장은 박인비뿐만 아니라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와 골프선수 유소연·홍순상의 심리 상담도 맡고 있다. 수영선수 박태환과 체조선수 양학선 등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곤 꼭 그를 찾는다.

이화여대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조 소장은 3학년 때 스포츠심리학 수업을 듣고 진로를 결정했다. 이후 미국 보스턴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종목별로 선수들끼리 쓰는 약자나 은어가 있어요. 선수들이 편하게 이야기하려면 우선 제가 잘 알아들어야 하죠. 완벽하게 소화하려고 열심히 공부해요. 그래야 선수와 저 사이에 신뢰가 쌓이니까요. 심판이나 코치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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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독립해야 훌륭한 선수 된다”

선수와의 친밀감도 중요하지만 조 소장이 절대 놓치지 않는 것은 학문적 진중함이다.

“상담심리학의 기본 전제 중 하나는 ‘같은 인간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종목이 다르듯 선수들이 가진 성향과 취미도 모두 다릅니다. 각종 심리검사 도구를 이용하고, 각 선수들에게 맞는 시기별 맞춤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학문적 이론을 따르지 않으면 상담사의 사견으로 흐르기 쉬워요.

‘상담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상담사에게 학문적·이론적 진중함 또한 꼭 필요한 자질이에요. 화려한 언변으로 선수를 사로잡을 수 있지만 그건 위험한 상담입니다. 당연히 신뢰도 오래가지 못하죠.”

한번쯤 상담하는 선수들과 골프 라운딩을 했을 법도 한데 “은퇴 전에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즐거워야 할 운동이 일이 되면 서로 피곤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언젠가 한 선수의 루틴 작업 때문에 라운딩을 한 적이 있는데 제가 골프는 안 치고 계속 선수만 관찰하고 있더라고요. ‘코치선생님보다 더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죠. 운동은 즐겁게 해야 하는데 저도 선수도 못 즐기면 안 되잖아요? 인비나 소연이가 가끔 함께 나가자고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웃음).”

조 소장 역시 어린 시절부터 여러 종목의 스포츠를 접한 스포츠 마니아다. 딸 셋을 아들처럼 키우려 했던 조 소장 부친의 열정 덕분이다.

“안 해본 운동이 없었어요. 수영·양궁·사격·승마까지. 머리맡에 도구를 챙겨놓고 새벽 5시 반까지 대문 앞에 집합시킬 정도였으니까요. 열정이 대단하셨죠. 한창 공부해야 할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저를 해양소년훈련단에 보내셨어요. 방학 끝나고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돌아온 애는 저밖에 없었어요(웃음). 골프도 대학교 1학년 때 배웠어요. 스포츠를 전공하려면 꼭 해야한다는 아버지 때문이었죠.”

이런 독특한 성장환경은 그가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과 무리없이 상담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조 소장은 미래의 박인비·박태환을 꿈꾸는 어린 운동선수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뒤에는 부모님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있어요. 자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엄청나죠. 하지만 어린 선수들 중에는 이것을 간섭이나 집착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본인은 정신적으로 독립했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부모님과 감독 눈치보기 바쁘죠. 저는 어린 선수와 상담을 할 때 정신적 독립이 무엇인지 나이에 맞게 설명해줘요. ‘내가 이끌어가자’ ‘내가 먼저 변하자’ ‘그러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죠. 선수 스스로 ‘자신이 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요. ‘이 일은 내가 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운동도 잘해요. ‘행복’과도 직결되는 문제예요.”

글·장원석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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