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예전 그곳에 대한 기억은 ‘불결함’이었다. 만남의 장소로 자주 이용되던 2번 출구 앞은 늘 담배꽁초와 씹던 껌, 사람들이 뱉은 침으로 지저분한 거리였다.
하지만 요즘 이곳 풍경은 이 같은 과거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크게 바뀌었다.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즐비했던 길 한 편이 다채로운 색상의 꽃으로 꾸민 화단으로 바뀌면서부터다. 꽃과 마주한 곳에서 공공연하게 가래침을 뱉기가 민망했던지 화단 앞 거리는 누군가 빗자루로 쓸고 간 것처럼 청결했다. 화단이 가져온 효과였다. 그런데 엄밀히 얘기하자면 이 화단은 ‘불법행위’의 산물이다. 땅 주인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후다닥 화단만 만들고 사라지는 ‘게릴라’들에 의한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 화단이기 때문이다. 건대입구역 인근의 풍경을 바꿔버린 게릴라 가드닝의 주인공은 건국대 보건환경과학과와 녹지환경계획학과 학생들이다.

“게릴라 가드닝은 단순히 ‘공터를 활용해서 꽃을 심고 정원을 가꿔 거리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넘어서 ‘아름다워진 공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여기에 동참하고 싶어서 게릴라 가드닝을 시작했죠.”
건국대생 이상민(보건환경과학과 3학년·21) 씨의 설명이다.
버려진 공간에 꽃을 피우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게릴라 가드닝은 버려졌거나 누구도 돌보지 않는 땅에 정원을 가꿔 소외됐던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회운동이다. 토지 소유권자가 아닌 이들이 정원을 가꾸는 일이기에 ‘누가 꽃을 심었는지 모르도록’ 새벽이나 깊은 밤에 비밀스럽게 씨를 뿌리고 꽃을 심고 정원을 가꿔서 ‘게릴라 가드닝’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건국대에 게릴라 가드닝 팀이 생기게 된 것은 2012년이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건국대생 김도경(보건환경과학과 3학년·21) 씨는 “더럽고 황폐한 도시 도로변 자투리땅을 변신시키고 싶었다”며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도심 공터 가꾸기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온갖 쓰레기로 가득한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 공터를 화단으로 바꾸어 캠퍼스 인근의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데 뜻을 모은 학생들은 최초의 게릴라 가드닝을 결행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늦은 밤, 공터의 쓰레기를 치우고 흙을 갈아 색색의 꽃을 심었다.
하룻밤 사이 달라진 풍경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인근 상인들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달라진 거리 풍경만큼 시민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이상민 씨는 “혹시라도 화단을 파헤치거나 쓰레기를 투척해서 애써 심은 꽃들이 죽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며 “취객들이 밟은 흔적은 있었지만 꽃을 꺾거나 뽑는 등 고의로 화단을 손상시키는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갑자기 생겨난 화단을 보고 게릴라 가드닝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다른 건국대 학생들이 참여의 뜻을 밝히면서 10명 남짓한 소수정예의 인원으로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50명으로 성장했다.
인원이 늘어난 덕분에 6개 조로 나눠 캠퍼스 안팎으로 보다 많은 화단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가드닝에 드는 비용은 전부 학생들이 부담한다. 50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으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게릴라 가드닝을 하다 보니 노하우도 점차 늘어 처음에는 아무 꽃이나 심었지만 요즘은 척박한 도시 토양을 감안해 해바라기, 글라디올러스, 백합 등 가끔씩만 물을 줘도 시들지 않는 품종을 골라 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건대입구역 4번 출구 앞에도 화단을 만들었다.
2번 출구 앞에 처음 화단을 만들 때처럼 “혹시 주인이 뽑아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아무런 제지 없이 지금까지 건강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오히려 토지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건물의 관리팀에서 “잘 심었다”는 칭찬도 하고 “우리도 물을 주겠다”는 격려까지 받았다. 이처럼 게릴라 가드닝에 대한 지금까지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도심 공터 가꾸기로 시민들 마음에도 꽃을 피우자”
“처음에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크게 관심을 가질 줄 몰랐어요. 지금은 여기저기서 게릴라 가드닝에 대해 문의를 해 올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어요. 우리 활동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보고 한 비료공장 사장님이 ‘무상으로 비료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하기도 했어요.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지지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 씨의 얘기다. “하지만 가장 큰 보람은 역시 화단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등·하굣길에 화단들을 지나면서 물도 주고 쓰레기도 주우면서 꽃들이 잘 있는지 살펴봐요. 그럴 때마다 ‘쓰레기 공터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지죠. 도시생활에서 종종 느끼는 삭막하고 메마른 감성을 꽃들이 풀어주는 것 같아요. 이런 재미에 게릴라 가드닝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겠죠.”
건국대 게릴라 가드닝 팀의 올해 계획은 분기별로 1~2회에 걸쳐 새로운 화단을 만드는 것이다. 화단의 꽃들이 무사히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 요즘의 고민이다.
“꽃 심은 데 꽃 난다”는 팀의 모토대로 화단에 꽃을 심어 사람들의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그래서 학생들의 바람대로 무채색의 도시생활에 다채로운 색을 입힐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이윤진 객원기자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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