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홈페이지(www.koymca1318.or.kr)에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적은 글이 매일매일 올라온다.
이러한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면 전혜진(17) 양의 휴대폰에서는 ‘띵동’ 알람소리가 울린다. 새로운 고민 글이 올라왔으니 상담 글을 올리라는 뜻이다. 전 양은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맡고 있다.
‘또래상담’은 비슷한 또래친구(상담자)들이 학교생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상담과 심리 및 정서적 지원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전 양은 이곳에서 3년째 또래상담을 해 오고 있다.
처음 1년 동안은 센터에 나가 상담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웠고 그 후에는 직접 상담을 해 왔다.
‘청소년의 달’ 유공자로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 받아
지난 5월에는 또래상담 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공로로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여성가족부는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청소년을 위한 활동에 앞장선 유공자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6월 23일 경기 고양 덕양구에 위치한 고양시청소년수련관에서 전 양을 만났다. 전 양은 “다른 친구들도 열심히 활동했는데 저만 이 상을 받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앞으로 친구들의 고민을 더욱 잘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 양은 지난해 건강이 나빠지면서 학교를 자퇴한 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 전 양은 “보통 학교를 그만뒀다고 하면 흔히들 학교에서 문제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양의 성적은 중·상위권이었으며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전 양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담임교사도 만류했다. 하지만 전 양의 생각은 확고했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졌어요. 그런데 혼자 공부하면 제 컨디션에 맞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훨씬 저한테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자퇴하게 됐죠. 아마도 제가 사고를 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부모님도 선뜻 제 뜻을 존중해 주셨어요.”
현재 전 양은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이 학교에서 짜여진 과목으로 공부할 때 그는 공부가 더 필요한 과목 위주로 시간표를 짜서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집안 분위기도 전보다 더욱 화목해졌다는 게 전 양의 이야기다.
학교는 그만뒀지만 전 양은 또래상담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전 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심리학 서적을 접하게 되면서 상담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제가 말수가 적은 편이에요. 어떤 친구들은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저는 정반대예요(웃음). 하지만 저는 오히려 들어주는 게 좋아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 일처럼 함께 고민해 주는 게 적성에 딱 맞아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전 양은 ‘입이 무거운 친구’로 통했다. 상담자가 갖춰야 할 자질을 일찍부터 몸에 익힌 것이다. 또래 상담은 사이버 상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질문자가 온라인에 글을 올리면 전 양과 비슷한 또래친구들이 댓글을 달아주는 형식이다.
전 양은 “여러 사람이 같이 고민해 주면 아무래도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할 수 있고, 또래들이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보니 질문한 친구들에게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홈스쿨링 장점 살려 전문적 상담기법 공부할 계획”
그는 일단 질문 내용을 읽으면 공‘ 감’과 문‘ 제 해결’, 이 두 가지를 고민한다. 또래들의 위로가 필요해 글을 올리는 질문자도 있고,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 상담을 신청하는 질문자도 있기 때문이다.
전 양은 “질문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면 질문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을 할 수 있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들려줬다. 전 양과 같은 또래 상담자들은 한 달에 1회 오프라인에서 모여 자신의 상담 내용을 서로 비교해 가며 좋은 방법을 모색한다.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이 모여 저마다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이 시간이 전 양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전 양을 옆에서 지켜본 고양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지원팀 권현숙 상담원은 “혜진이는 성격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늘 한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 나가는 친구”라며 “흙속에 묻혔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진주 같은 아이”라고 이야기했다.
권현숙 상담원의 칭찬에 얼굴이 붉어진 전 양은 “상담은 결국 사람들에게 애정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제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 양은 앞으로 홈스쿨링의 장점을 살려 전문적인 상담기법도 공부할 계획이다.
글·김혜민 기자 201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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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