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세계적인 음악가 리처드 용재 오닐과 24명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다문화 프로젝트 ‘안녕?! 오케스트라’(연출 연왕모, 서동현, 도수정)가 오는 11월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 에미상의 예술 프로그램 부문 결선에 진출했다.
올해 결선에 진출한 한국 프로그램은 MBC의 ‘휴먼다큐멘터리 사랑 2012’와 ‘안녕?! 오케스트라’ 두 편뿐이다.
국제 에미상은 국제TV예술과학아카데미(IATAS)가 매년 9~11월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캐나다의 반프 TV페스티벌,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방송상으로 불린다. 에미상이 미국 내 지상파방송 축제인 데 반해 국제 에미상은 미국을 제외한 나라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07년 MBC가 제작한 ‘휴먼다큐멘터리 사랑-너는 내 운명’이 국제 에미상 결선에 진출한 데 이어 2010년에는 ‘휴먼다큐멘터리 사랑-풀빵엄마’ 편이 한국 최초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작품이 국제 에미상 예술프로그램 부문에 오른 것은 ‘안녕?! 오케스트라’가 처음이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안산 다문화가정 아이들 24명으로 결성한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 4부작으로 TV에서 방영돼 호평받았다. 최근 80분 분량의 극장판으로 다듬어져 오는 11월 국내 영화관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안녕?! 오케스트라’의 결선 진출이 더 의미 있는 건 열악한 제작 환경에 있는 외주제작사가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센미디어는 SBS와 경인방송 프로듀서를 하다 독립한 이재준(45) 대표와 ‘세친구’, ‘압구정 종가집’ 등을 집필한 목연희 작가가 2005년 12월 설립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1년 가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MBC 크리에이브팀의 이보영 CP와 식사를 하다 다문화 아이들을 대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다문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완득이>도 한창 인기를 끌 때였어요. 그러던 중 MBC에서 이보영 CP가 올린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안이 채택돼 시동을 걸게 된 거죠. 센미디어가 제작을 맡았고, MBC를 통해 전파를 탔습니다.”
용재 오닐을 섭외하는 데 애로사항은 없으셨나요?
“용재 오닐이 생각보다 흔쾌히 프로그램 참여 승낙을 하더군요. 사실 용재 오닐도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미국인 조부모 밑에서 성장한 다문화가정 출신입니다. 2012년 3월 24일에 아이들의 오디션을 봤고, 2012년 3월 말 첫 합숙에 들어갔죠. 제작비도 없었고 악기도 없고 연습장소도,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님도 구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용재 오닐과 선생님들의 헌신, 아이들의 노력, 제작진들이 고생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제작을 하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첫 합숙을 하고 주 2회씩 모여서 연습한 지 3개월 만인 7월 1일, 용재 오닐이 무대에 오르는 ‘2012 디토 페스티벌’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아이들이 섰을 때였죠. 태어나 악기를 한번도 안 만져본 아이들이 겨우 3개월을 연습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합주를 할 수 있을까, 제작진들의 고민이 깊었습니다. 제작진 욕심이 너무 과해서 아이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이 너무 잘해 냈어요.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공연이 끝나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 아이들과 용재 오닐, 제작진들이 다 함께 끌어안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장면이 기억에 가장 크게 남네요.”

이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우선 아이들이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게임기만 쳐다보던 한 아이도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게임 중독에서 벗어났고, 아이들의 표정도 훨씬 밝아졌고요. 저희도 배우는 게 많았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아이들중 스타가 나오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촬영하면서 깨달았어요. 스타 한 사람이 오케스트라 전체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합심하는 모습 속에서 감동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대기업의 한 임원이 직접 전화해 ‘프로그램을 감동적으로 봤다.
아이들을 지원하고 싶은데 도와줄 길이 없겠느냐?’고 물어오기도 했죠. 그 분은 지난해 말 아이들이 안산에서 단독 콘서트를 할 때 모든 비용을 대셨어요.”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들이 계속 음악을 하게 할 수 없을까 방법을 찾던 중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에 응모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했어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안산시를 찾아가 저희의 의도를 말씀드렸고, 안산시도 흔쾌히 응해 선정이 된 겁니다. 현재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들이 안산문화재단에서 안산시 소속 어린이 오케스트라로 등록돼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외주제작사들이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종합편성채널 개국, 한류 바람 등으로 방송도 국내외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려면 다양한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여러 길을 통해 열려야 합니다. 정부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더 좋은 프로그램들이 양산될 겁니다. 방송사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량도 필요하고요.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한 컷을 찍기 위해서는 방송사, 외주제작사 가릴 것 없이 함께 뛰어야 합니다.”
글·박미숙 기자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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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