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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2011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재활전문가 김창훈(37) 씨에게 박모(37) 씨가 찾아왔다. 구직을 하고 싶다는 박 씨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분식집을 하다 뜻대로 안 돼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요리를 조금 하는 것 말고는 별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며 취업에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김 씨는 상담을 진행하며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말로 박 씨가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북돋았다. 박 씨는 자신의 처지를 김 씨가 잘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김 씨도 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박 씨를 지속적으로 만나 상담하면서 그가 취업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김 씨는 취업 준비에 필요한 참여수당 등을 지원하며 노력한 끝에 도넛을 만드는 한 외식업체를 박 씨에게 알선했다. 면접 당일 김 씨는 박 씨와 동행해 그가 자신을 잃지 않도록 응원했다. 박 씨는 해당 외식업체 취업에 성공해 현재 일하고 있다. 박 씨는 사무직 일에도 관심이 많아 김 씨의 조언에 따라 관련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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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2010년 공단에서 장애인 취업 지원을 처음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장애인 249명이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장애인 인권을 높인 이들에게 주는 ‘2014년 서울시 복지상 장애인 인권 분야’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씨가 장애인들의 처지와 심정을 잘 아는 이유는 그 역시 중증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행성 근이양증’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근이양증은 근육의 힘이 점점 사라지는 질환으로 주변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생명을 잃기도 한다. 김 씨도 세 살 때부터 질환을 앓기 시작해 지금도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병의 심각성을 처음 깨달았던 건 사춘기 때였어요. 당시 같은 병을 앓는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위안을 얻었죠. 시간이 지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 중 몇몇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때 크게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약도 없고 기한도 없다는 것에 좌절감이 컸어요.”

“장애인은 일자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게 장점”

휠체어에서 지내다 보니 일상생활의 불편함도 컸다. 이동하기 위해서는 주위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청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입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학창시절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도와달라 말하기 싫어 참은 적이 많았습니다. 아침 7시에 등교해 오후 3~4시까지 화장실에 안 가고 참았어요. 그런 부분들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운 때였어요.”

김 씨를 바꾼 것은 신앙과 주위 사람들의 진심 어린 도움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등 환경은 부족할 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김 씨를 돕는 친구들이 있었다.

3하루는 화장실에 갔는데 친구들이 김 씨가 손을 씻기 전 세면대에 남은 물을 닦고 있었다. 근육의 힘이 부족해 높이 올리지 못하는 그의 팔에 세면대의 물이 묻을까 배려한 행동이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담대하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거든요. 그 말을 되새기며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장애인들의 취업을 돕겠다는 꿈이 생겨 대학교의 재활학과에 진학했다. “일자리는 경제활동뿐 아니라 결혼, 취미생활 등 여러 가지를 가능케 하는 첫걸음이거든요. 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해 심리적인 어려움도, 사회생활도 돕고 싶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김 씨는 고용노동부의 직업상담원을 거쳐 현 직장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입사했다.

장애인들의 취업을 돕는 노하우를 묻자 김 씨는 “아무래도 장애인들의 상황을 잘 아니까 어떻게 도와야 할지 잘 알기 때문인 것 같다”고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일자리가 나오면 그곳에 꼭 맞는 사람을 연결시켜 주고 싶은 마음에 40~50명씩 전화를 돌려 정보를 많이 알린다. 구직자가 찾아오거나 면접을 보러 이동할 때에도 어느 곳으로 이동하면 편한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여부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혹시 취업이 잘 안 될 때에도 구직자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고 취업할 때까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씨가 장애인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마음의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다. “저도 그랬지만 대다수 장애인들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만 바라보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섬세하고 취업을 생명처럼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등 비장애인들보다 나은 점도 많아요. 가능성을 믿고 기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태도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좋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열에 아홉 이상을 차지할 만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남형도 기자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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