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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른 교육을 하면 바른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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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을 때 주변의 편견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지적 장애 어린이에겐 늘 ‘불가능’이란 말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개의치 않았다. 이곳에 모인 아이들은 여느 아이들보다 더욱 즐겁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영어교육을 통해 최고의 복지를 실현한다는 ‘힐링에듀(Healing Edu)’ 이야기다.

“Can you play the piano?”

“Yes, I can.”

“너는 뭐든 잘한다고 하는구나!(웃음) 그러면 Can you play the flute?”

“Yes, I can!(웃음)”

8월 29일 인천 남동구 간석1동에 자리한 ‘힐링에듀’에서 박홍규 원장과 아이들 간 대화가 오갔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재학 중인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그 날의 영어 수업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화려한 시청각 교재와 박 원장 특유의 익살스러운 말투가 수업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수업 분위기뿐만 아니라 박 원장은 아이들과 인간적인 친밀함도 쌓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비교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그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거나 안기기도 하였다. 그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의 상담까지 도맡아 해준다고 귀띔했다. 이 정도면 정말로 ‘치유(힐링)’되는 ‘교육(에듀)’이지 않을까?

힐링에듀는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4년 전 설립됐다. 처음에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되다가 올해 1인 비영리단체로 구성을 바꾸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가르치는 과목도 늘었단다. 영어 전문인 박 원장이 다른 과목을 직접 공부해서 가르치거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어린 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이것이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아이들이 높은 성적을 기록하는 비법이다.

실제로 박 원장의 책상에는 몇 통의 편지가 있었다. 힐링에듀에서 공부한 이후 성적이 오른 저소득층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직접 쓴 편지였다. 그중 한 어머니는 ‘아이가 원장님께서 지도해주신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방법대로 정말 혼자 공부를 해나가더군요. 저소득층이라 학원에 보낼 엄두도 못 내는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답니다’라고 썼다. 편지 속 주인공은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영어교육을 찾아 인천에 있는 힐링에듀까지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박 원장의 학습 방법에 반신반의하였지만, 아이가 전교 2등을 하자 너무나 감사하다며 보낸 편지란다.

그런데 박 원장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다고 했다. 바로 교육이 지니는 복지적 가치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또 그에 비례해 성적이 향상된다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을 회복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훌륭히 성장한 아이들은 또 다른 소외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사회 내에 편입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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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위주 수업으로 재미있게 가르쳐

간단히 정리하면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좋은 복지라는 것이다. 이런 박 원장의 교육 철학을 큰 틀에서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3지적 장애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 또한 힐링에듀의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박 원장은 “지적 장애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보다 그 아이들을 둘러싼 편견을 깨는 일이 더 힘들다”며 “아이들의 장애 정도와 유형에 맞추어 가르치면 정말 놀랄 정도로 잘 배운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 원장은 지적 장애 어린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실제 수업 영상을 보여주며 “이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제가 직접 인형극을 하거나 개그맨을 흉내내며 가르치기도 한다”고 뿌듯해했다.

가르치는 영어도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회화 위주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배운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통합 학급을 다니는 지적 장애 아이가 비장애 아이들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받아오기도 했단다. 박 원장은 “지적 장애가 있더라도 특성에 알맞게 가르치면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맞춤형 교육의 힘이라고 했다.

이러한 철학과 교육 성과를 인정받아 박 원장은 올해 초 인천지역에 있는 7곳의 특수학교·특수학급과 영어교육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예림학교 지적 장애 학생들과 ‘신데렐라’를 영어 연극으로 각색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적 장애 어린이들과 함께 필리핀으로 영어체험 학습을 다녀오기 위해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과 사진·김광연(손끝으로 읽는 국정 기자)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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