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한민국은 창업하기 좋은 나라인가. 이정미(47) 제이엠그린 대표는 서슴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한국은 ‘마흔일곱 아줌마가 종잣돈도 없이 맨손으로 회사를 세워 매출 4억원을 올리고 홈쇼핑 황금 시간대에 진출할 수 있는 나라’다.
이 대표는 양념·이유식 등을 간편하게 냉동하는 용기로 지난해 매출 4억원을 기록했다. ‘2012 여성발명·기업인’으로 뽑혀 특허청장상도 받았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원, 하반기엔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엔 현대홈쇼핑에서 주방용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오후 4시에 50분 동안 방송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이런 성과를 특별한 경력이나 자본금 없이 이뤄냈다. 각종 창업 지원사업 덕분이다.
살림만 하던 터라 창업 경험이나 관련 지식도 없었고, 사업 자금을 마련할 형편도 못 됐다. IMF 외환위기 때 남편의 사업체가 문을 닫아 빚더미에 앉았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특허 출원부터 시제품 제작, 제품 생산, 사무실 임대, 직원 고용, 판로 개척, 홍보, 수출 준비까지 모두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창업할 엄두도 안 났지만 돌파구를 찾기로 결심했다. 동네 전자부품 공장에 취직해 몇 년을 일했지만 앞길이 막막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발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두 종류씩 보면서 제품 아이디어를 궁리했다.
처음 발명한 브래지어용 실리콘 패드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여름에 외출했다 집에 오니 브래지어가 땀범벅이 됐다. 그는 “여러 종류의 브래지어를 다 뜯어보니 두꺼운 스펀지가 꽉 막고 있어 더울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후 시원하면서도 안전한 실리콘 패드를 고안했다.
이 대표가 만든 브래지어용 실리콘 패드는 2002년 특허 출원됐다. 제품화를 하려면 특허 출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됐다. 무작정 집 근처 상공회의소를 찾아가 변리사를 소개받았다. 목돈을 빌려 출원비용을 댔다. 가족이 반대했지만 그는 밀어붙여 특허를 출원했다. 언젠가 시작할 사업에 대한 투자였다.

시제품 제작비 등 지원사업 도움 받아 해결
2007년 첫 특허를 받았지만 시제품을 만들 비용이 없었다. 기업이 아닌 개인을 지원해주는 기관은 없었다.
이 대표는 한국여성발명인협회에 “개인에게도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해달라”는 긴 편지를 써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시제품은 만들었지만 실제 제품을 만들 비용이 문제였다.
2008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사업단에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편지와 함께 지원서를 냈다. 이듬해 그는 첫 개인 수혜자로 뽑혀 5천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는 못했다. 엄청난 성능 인증 비용까지는 미처 계산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너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템을 하면 안 된다”며 자신의 실패담을 말했다.
‘알알이쏙’은 그가 눈 돌린 ‘작은 아이템’이다. 출근 전 급히 아침밥을 지을 때 마늘 등 얼린 양념을 녹이는 게 불편했던 개인적 경험에서 나왔다. 말랑말랑한 재질로 꾹 누르면 바로 나오고 눈금을 표시해 계량도 되게 했다. 이 제품 역시 지원비 700만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성공 기미가 보이자 직장을 그만두고 2011년 드디어 창업을 했다. 코엑스·킨텍스 등에서 열리는 각종 상품전시회·박람회에 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 부스 설치 지원을 받아 홍보에 나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히트 500’ 홈페이지에 게재되면서 체험단의 입소문도 나고 바이어들의 연락도 왔다. 온라인 쇼핑몰, 롯데마트·홈플러스에도 입점했다.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한 공동 사무실이 상품으로 비좁아지자 수원여대 창업보육센터로 옮겼다. 시니어를 채용하고 지역 일자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월급의 절반만 부담하고 직원 네 명을 구했다.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홈쇼핑 진출도 중소기업청의 공모를 통해 무료로 한 것이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지난 3월 카피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 이 대표는 법적 대응을 위해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정말 많은 지원사업을 찾을 수 있다”며 “사업 자금이 있는 경우라도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아보면 사업성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구희령(중앙일보 기자) / 사진·오종택(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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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